겹겹의 은유를 간직한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야기

   

아홉 살 생일에 여자아이 클라라는 집안대대로 여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막대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막대지요.


한편 아홉 살 생일에 남자아이 에릭은 집안 대대로 남자아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상자하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상자이지요.


이 특별한 선물들은 각기 아무런 단서도 없이 주어집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함께 건네진 낡은 공책 속에, 앞서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사용기가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은 어느 쪽을 먼저 읽어야 할지 앞, 뒤가 정해지지 않은 한 권이면서 두 권인 책으로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클라라는 9살 생일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파란 막대를 선물을 받게 된다. 그 막대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다. 한편 남자아이인 9살의 에릭도 생일날 파란 상자를 선물 받게 된다. 그 상자 역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용도를 알 수 없는 상자이다.

 

   이 특별한 선물은 어떻게 쓰여 지는지, 무엇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함께 받은 낡은 노트에서 앞서 사용했던 분들의 사용 기록을 보고 어떻게 쓰여 졌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도구들은 클라라의 언니, 엄마, 할머니들과 에릭의 형,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놀이 도구로 사용하였다.

 

   막대를 이용하여 애완용 쥐를 훈련시키기도 하고, 원을 그리는 중심축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해시계를 만드는데 이용하기도 하였다. 한편 에릭의 9살을 맞은 할아버지들 중에서 기발한 생각으로 이 상자를 이용한 분들도 있다. 우리들은 흔히들 상자의 용도를 생각하면 대개 무엇을 담는 용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에릭의 할아버지 중에서 이 상자를 이용하여 알을 품는 도구로 사용하여 병아리가 태어나게도 하고 또는 상자 속에 거울을 붙여 상자를 열 때마다 상자속의 자신을 볼 수 있게 하기도 하였다.


 9살의 생일을 맞은 클라라와 에릭은 막대와 상자를 통하여 집안의 역사를 알게 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엄마, 아버지의 어릴 때의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막대와 상자는 자신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살릴 수 있는 멋진 도구임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막대를 남자아이에게 상자를 여자에게 주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의 이런 생각은 그동안의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막대는 남성의 상징이고, 상자는 여성의 상징이라는 고정된 관념일 것이다.

 

   막대는 공격성과 활동성을 나타내고 상자는 순응적이고 수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선물 받는 이에게 역할을 바꾸었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 내면의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한 것일 것이다. 여자아이에게 활동성을 나타내는 막대를 활용하게 함으로써 여성에게 내재되어있는 잠재력을 살리게 하고, 남자아이에게 수동적인 역할인 상자를 주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책 중간 부분에서 한 쌍이었던 막대와 상자의 만남이 나온다.

 

   남성의 세계와 여성의 세계, 즉 두 세계의 만남으로 표현해 놓았다. 이는 우리 인간의 완전함이란 남성과 여성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 여성에 지우치지 않고 서로에게 부족 되는 부분을 채워 자신의 잠재력을 살려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바람직한 인간상이라 말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여 생각하게 하고 또 의문점을 가지게 한다. 왜 9살이어야 하지? 또 왜 막대를 여자아이가 받지? 등의 생각으로 아이들은 사고를 넓혀가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 자아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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