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읽고

   

 결혼한 지가 10년이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조카들이 참 잘 따랐는데 요것들이 엄마가 오면 고모나 이모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을 때 '휴~! 이젠 정말 내 것이 생겼구나!!' 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제일 무서운 것이 나의 아이들이다. 자식을 키운다는 게 너무 어렵다. 정석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고 한 번씩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갈팡질팡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모모'의 작가로 많이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란 책은 나에게 한번 쯤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를 준 것 같다. 가족의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말이다.


 주인공 렝켄은 착한 소녀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손가락이 12개인 요정을 찾아간다. 요정은 렝켄에게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건네준다. 이 설탕은 먹으면 키가 반으로 줄어드는 마법의 설탕이다. 설탕을 들고 거실로 돌아온 렝켄은 한참을 고민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찻잔에 설탕을 넣고 만다. 그런 뒤 부모님이 렝켄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푸시식" 소리와 함께 부모님의 키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 렝켄은 소파 위를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신나게 웃는다. 우리 아들도 이 부분에서 "으하하하" 웃었다. 참나..이 부분이 그렇게 웃기나? 나는 그냥 그렇던데...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들과는 다른 큰 존재이다. 그런 부모의 변화가 상상이상으로 기쁨을 주나보다. 우리 아들도 요즘은 엄마의 실수가 그렇게 재미있댄다. 자기의 기쁨이라나.. 문제를 풀 때 잘 몰라서 대충 해놓고 답안지를 보고 와서 다시 알려주었더니 "엄마도 잘 몰라?" 이러고 있다. 내가 어찌 다 알겠니? 그게 그렇게 신난단다. 여기 저기 자랑이다. 창피해서..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이 이렇게 다른가 보다.


 결국에 렝켄의 부모는 너무 작아져 인형의 침대를 사용할 정도가 되었다.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밤에 렝켄은 너무 무서워 엄마, 아빠를 찾지만 작아진 부모님은 렝켄을 도와줄 수가 없다. 렝켄이 피가 나서 다쳐도 엄마 아빠가 도와줄 수도 없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열쇠가 없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해 이제야 자기의 행동을 후회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이키는 법을 모른다. 이때 바람거리로 오라는 종이비행기를 따라가 다시금 요정을 만난다. 요정은 다시 부모님을 돌이키는 법은 마법의 설탕을 찻잔에 넣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한다. 렝켄은 다시 거실로 돌아와 있다. 찻잔이 보이지만 렝켄은 마법의 설탕을 자기가 먹어 버린다.

이때의 감동이란.. 어린 나이인데도 가족간의 사랑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온다. 이제 렝켄은 부모님말씀을 잘 듣는 착한 소녀이고 부모님 역시 렝켄의 마음을 헤아려주신다.


 난 원래 판타지보다는 생활동화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이 책은 '판타지다. 다른 큰 세상이 있구나!' 이런 느낌 보다는 보통 생활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일을 잠깐 옆에서 지켜본 것 같다. 다 읽고 난 후에 아들과 아빠에게 읽어 보라고 권했다. 가족동화라 읽어보면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고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한 번씩 말로도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였는데 우리 집 식구들의 인성은 모두 다 똑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가족인지도 모르지만. 아들과 아빠는 똑같이 한결은 대답이다. "우리 잘하자!" 이걸로 끝이다. 이때만은 서로 잘 통하나 보다. 지금은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시간을 주자고 많이 생각하고 살지만 얼마전만해도 아이의 세상이 내 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에게 바라는 것도 많고 기대치가 자꾸만 커져가던 시간이기에 한 번씩 아이와 대립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때는 예전에 적어 놓았던 일기를 꺼내서 읽어본다. 그러면 어느새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나곤 했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이다. 한 번쯤 아이와의 문제가 있을 때 다시금 읽어 보고 싶은 책인 것 같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