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이 훌쩍 넘어버린 통영초등학교의 많은 역사와 애환을 뒤로하고 이제 바로 오늘, 정든 이 학교를 떠나려 합니다. ‘아시아 아름다운 동반도 대한...’ 아직도 귀에 쟁쟁한 우리 학교의 교가가 가슴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데, 모교를 떠나 중학교로 가는 길목에서 또 다른 이별을 해야 한다니 서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1학년 입학할 때 교문에 자리한 세병관의 커다란 위용에 눈이 놀라고, 느티나무의 우람한 자태에 뛰는 가슴 누르며 엄마 손 잡고 교문을 들어 선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여섯 해가 지나 이 역사적인 자리에 섰습니다. 많은 선배들을 배출하여, 전국 각지에서 통영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훌륭하신 분들이 이 곳에서 어린 시절의 꿈들을 키워 왔습니다. 세병관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의 애국혼을 심었고, 등·하교길의 느티나무를 지나면서 포용력과 위대한 꿈을 다독이며 자라왔습니다. 푸르른 하늘을 이고 사계절의 변화에 아름다운 색으로 바뀌는 느티나무의 자태를 보면서 예술혼을 키워왔을 선배들, 또 그 뒤를 이을 우리들이 뛰놀며 배움의 나날을 보내온 곳입니다. 운동장 구석구석, 놀이기구 하나하나, 교실 곳곳에 우리들의 추억이 스며있고 우리들의 손길이 묻어있는 이 곳 통영초등학교! 어린시절이 생각나면 모교가 생각나고, 모교가 생각나면 교문에서 반겨 주던 느티나무와 높기만 한 세병관의 지붕과 한 아름이 넘는 기둥, 파아란 하늘아래 우뚝 선 교정과 신나게 솟고 뛰던 운동장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 흔적들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고 아쉽기만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오르내렸던 문화동 교정이 아니면 어린 시절 추억을 어디에서 이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곳 이 터의 정기를 이어받은 우리들이, 또 아우들이 새 터전인 무전동의 교정에서도 훌륭하신 선배들이 일궈 낸 통영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자기 몫을 충분히 해 낼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우들이여! 새 교정, 아름다운 학교에서 새 학년을 맞이할 여러분들도 축복입니다. 그 축복만큼 선배들의 정기와 이 터의 정기를 그대로 이어받고 선생님들의 훌륭하신 가르침을 받아 자랑스럽고 슬기로우 통영인으로 자라길 기원합니다. 95회 졸업생인 우리들을 마지막으로, 숱한 추억을 가슴에 묻고 저희들은 떠납니다. 정들었던 학교여, 세병관아, 느티나무여! 안녕 2005년 2월 23일 통영초등학교 6학년 임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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