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장애인에게 어두운 밤 밝게 비추는 달(滿月) 같은 구도자
1987년 수계 이후 20여 년간 병원 봉사, 산사음악회, 만월복지원

 

부처님의 땅 통영 미래사.

1953년 통영시 미륵도 미륵산 기슭 한 두 빼미 논에 불교의 장을 연 미래사 60여 년의 역사 속에는 치유의 힘 '힐링'이 있다.

1951년 부산에 머물던 효봉 스님이 통영과의 인연으로 통영 용화사 토굴 수행을 했고, 본격적인 선(禪) 불교인 미래사 시대를 연 이후 통영불교의 메카가 됐다.

효봉 스님 이후 무소유의 법정스님, 제1대 주지 구산스님, 2대 보성스님, 3대 종욱 스님은 모두 송광사 방장으로 한국불교계를 대표했고, 청정도량의 율사로서 조계 후학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모두가 "나의 승적은 조계산 송광사 이지만, 내 마음의 고향은 미륵산 미래사"라고 밝히고, 효봉스님 역시 '조계후학'이라는 법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인을 '미륵산인'이라 할 만큼 미래사와 통영에 대한 사랑이 컸다.

▲ 미래사 주지 여진 스님.
그 큰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키우는 스님이 미래사 현 주지 여진스님이다.

중생구도와 시민 사랑은 물론 특히 아프고 어려운 이들에게 따듯한 손길로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스님으로 불교계와 의료계에서 이미 유명하다.

"항상 환자의 눈으로, 장애인의 눈으로 보라. 나이 많으신 어르신의 입장으로 보라"

환자와 장애인들에게는 어두운 밤 밝게 비추는 달(滿月) 같은 존재의 구도자이다.

청빈한 무소유의 박애주의자 미래사 여진 스님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불교 학생회를 이끌어 갈 정도로 불가(佛家)와 인연이 깊었다.

혜암 큰 스님과의 인연으로 출가를 결심, 해인사를 거쳐 미래사로 오게 됐다. 88년 봄 송광사에서 수계를 받자 은사스님인 자항당 종욱스님(제3대 미래사 주지)이 젊디젊은 여진스님에게 "병원 포교"를 권했다.

진주경상대학교 병원 초대 지도법사로 활동함은 물론 봉사단체 감로심장회, 부산대의과대학, 서울대 치의대 등에 포교를 나서면서 숱한 환자와 장애인들을 만났다.

이와 비례해 환자들과 장애인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지고 깊어졌다.

특히 군법사 시절 고등학생이었던 제자가 의대로 진학하면서 그 인연으로 병원과 연계해서 환자들을 도우는 방법도 여러 가지 제안했고, 실천했다.

임종을 앞둔 암환자나 중환자들의 기도 요청에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통영에서 즉시 달려가 일심으로 함께 기도했고, 환자들이 고마움을 담아 보시금을 드릴 때면 한사코 마다, 오로지 부처님의 무주상보시를 행했다.

심지어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는 49재마저도 스님이 직접 경비를 들여 보시할 정도로 어두운 곳을 살폈다.

혹시나 환자들이나 신도들에게 민폐가 가지 않을까. 절을 나설 때는 스스로 도시락을 싸 들고 나갈 정도로 청정스님이다.

2002년 미래사 주지로 취임한 스님은 "법당에서 참배하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존중, 휠체어 출입이 가능하도록 절 입구 삼회문에서 대웅전까지 대리석 바닥을 깔아 길을 냈다.

당시 "작고 아름다운 이 절 미래사에 대리석이라니. 안됩니다 스님"하는 신도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결국 길이 났다.

몸이 불편한 환자들과 장애인의 편의를 중요시한 스님의 결정에 신도들이 그 뜻을 따른 것이다.

이듬해엔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설치했다. 장애인들의 편리를 최우선하다보니, 당초 예산을 넘어 시설비만 1억원이 넘게 들었다.

그 다음해엔 장애인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공양간을 새로 지었다. 공양간 준공식날 첫 손님도 당연히 장애인이었다.

통영에 최초의 산사음악회를 도입한 이도 스님이다. 그 까닭도 환자들과 장애인들을 위해서다.

"장애인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일반인만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건강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지금은 미래사 산사 음악회가 미래사를 넘어 통영시민의 하나의 문화상품으로까지 발전했다.

"노인들이 내 집처럼, 내 가족처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래사 복지 법인 만월노인요양원 역시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추는 달처럼 어르신들에게 밝고 따뜻한 정을 주고자 하는 기원을 담아 통영시민들과 힘을 모아 만들었다.

이군현 국회의원, 김윤근 강석주 도의원은 물론 통영시와 신도들이 힘을 보태고 스님도 과감히 사비 3억5천만원을 털어 만월노인요양원을 설립, 통영 최고 요양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어려울 때 스님의 도움을 받아 치료받은 환자가 사업가로 변신, 익명으로 6천만원 기부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스스로 도왔다.

미래사 주지이자 만월노인요양원 복지법인 원장이지만 월급 한 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병원 법사로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인 인연, 많은 의사들이 어려운 환자 돕기는 물론 스님 봉사 사업에 기부활동을 함께 한다.

"환자 때문에 월급을 받으니 환자들을 위해 최소 20%는 돌려줘야 한다"는 스님의 지론에 동참하는 의사들이다.

어려운 환자 돕기, 무료 급식소 돕기, 장애우 돕기,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학생 장학사업에 이르기까지 그 실천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지금도 미래사에는 암환자들이 일주일에 20∼40여 명이 스님을 만나 함께 숲을 걸으며 힐링하고 있다. 그들을 위한 무료시설도 구상 중이다.

이제는 환자와 장애인, 노인 뿐 아니라 그 보호자까지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여진 스님.

60여 년 미래사의 역사는 곧 부처님의 말씀대로 구도의 역사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스님은 "백설공주의 거울을 잘못됐다. 왜 거울이 이쁜 것만 보여주는 것인가. 내가 내 모습을 보면서 가꾸는 것이 거울이다. 내 모습의 흉한 것이 있으면 아름답게 바꾸는 내면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곧 아름다움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강조했다.

힘들고 지친 이 시대 중생들에게 힐링을 주는 여진 스님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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