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은 체구에 수줍음 많은 열다섯 김지훈.

통영초등학교 4학년 시절 우연히 찾아온 유도는 내성적 소년의 눈에 희망이자 꿈이 됐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운동을 한다는 것은 아버지에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래도 꿈을 꼭 이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지훈이의 다짐은 통영초교 개교 102주년 만에 전국 소년체전 첫 금메달이라는 영광을 학교에 안긴다.

▲ 열다섯 유도소년 김지훈 군.
지금은 유도명문 서울 보성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43㎝였던 지훈이의 키는 이제 162㎝로 자랐다.

유도 선수로선 작은 체구지만 승부 근성과 열정은 둘째라면 서럽다.

올 봄 서울특별시유도회장배 유도대회 남중부 1위, 전국소년체전 서울 선발전 1위, 제31회 서울특별시장기 유도대회 1위, 춘계전국중고유도연맹전 단체 3위, 개인 3위, 8월 서울교육감배 유도대회 3위….

몸무게가 늘면서 기량도 성적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복병이 찾아왔다. 10월 춘계중고연맹전 1주일을 앞두고 연습 훈련 중 오른쪽 엄지와 새끼발가락이 동시에 골절됐다. 지훈이는 숨겼다.

성적 또한 나빴다. 마음도 아팠지만 몸도 아팠다. 골절 부위에 염증이 번져 결국 8시간이나 되는 대수술을 받았다.

기자가 처음 만난 10월, 아버지 김영권 통영시문화해설사를 따라 충렬사에 온 지훈이는 발에 석고붕대를 동여매고 있었다.

꽉 다문 입술과 사슴 같은 눈빛이 자꾸 어디를 응시했다. 바로 스마트폰. 다음 경기에서 만날 선수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있었다.

지훈이는 이렇게 보름간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병원생활로 몸무게가 55㎏로 늘었지만 일주일 만에 5㎏을 감량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이를 악물고 시합에 나섰다.

주특기인 엎어치기와 양쪽 어깨가 날아다녔다. 회장기 전국유도대회에서 개인전 2위,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 됐다.

감독과 아버지 모두는 박수를 쳤지만 정작 본인은 "1등 했어야 했는데…"라며 자꾸만 아쉬워했다. 지난주 통영시인재육성기금도 받았다. 하지만 지훈이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제 꿈은 국가 대표가 돼서 통영출신 최초로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올림픽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다. 제가 체구는 작지만 베이징올림픽 최민호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성중 유도부 이상은 감독은 "지훈이는 참을성이 너무 많다. 아프다거나 힘들다는 표현은 없다. 오로지 자기 뜻과 목표를 향해 달린다. 중2 한창 부모를 찾을 나이인데도 내색 없이 운동에만 열심이다. 어떤 때는 이 점이 가슴 아플 때도 있다. 엎어치기와 어깨기술, 특히 양쪽 어깨를 다 잘 쓰는 드문 인재다. 앞으로 좋은 재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태릉선수촌 여자 국가대표들이 가장 함께 상대 연습하고 싶어 하는 선수 김지훈.

열다섯 통영의 유도 소년은 오늘도 새벽 5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 야간훈련에 이르기까지 비지땀 속에 꿈을 향해 한발 더 다가선다.

아버지 김영권(통영시문화해설사)와 함께한 김지훈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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