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公害)중에서 으뜸가는 공해가 무엇이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말(言語)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말의 성찬이 넘쳐나고 있다. 해서는 안 될, 들어서는 안 될 몹쓸놈의 말들이 횡행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필부와 필녀가 하는 말에서부터 시정잡배나 정치가나 국가권력의 최고지도자가 한 말에 이르기 까지 말 같찮은 말, 품격이 떨어지는 말, 순간만 모면하려는 뻔한 거짓말, 토론장에서의 막가파식 고성과 궤변, 자신이 한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 다른 말을 둘러 대고 그것이 안 될 땐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격언이나 공식을 대입시켜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일쑤다.


특히 선거때가 되면 표를 의식해 책임지지 못할 정책들을 마구 토해내는 정치가의 솜사탕 발린 미사여구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머리가 돌 지경이다. 아니, 빈센트 반 고흐처럼 내 귀를 스스로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을 때로는 느낀다.


나는 이럴 때 허유(許由)를 생각는다.


귀 하나라도 깨끗이 간직하여 살려고 하던 성인 허유! 초(超)속세적인 사상을 가진 이 선비께서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부귀영화와 공명을 발가락 때나 한낱 띠끌만치 하찮게 여기고 살았던 분이다.


어느 날 요(堯)임금께서 이 선비의 크신 이름을 듣고서는 하늘 아래 제일로 높은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려고 하였으나 고결한 허유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영천(潁川)으로 달려가 그의 유달리 큰 양쪽 귀를 씻고서는 기산의 제일 깊은 곳으로 숨어 살았다는,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도 가리어서 들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이  일화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하겠다.
허유가 귀를 씻었다는 그 유명한  영천강이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성에도 영천강(潁川江)이 있다.

 

고성의 무량산(582m)에서 발원한 영천강은 영현면과 영오면을 거쳐 진주 남강과 합수하여 낙동강과 만나 남해바다에 이른다. 여름철이면 제법 강다운 면모를 과시하여 사람들로 북적대는 고성의 유일한 강이다.


소리를 통하여 사물을 인식하는 귀 하나가 더러워지면 덩달아 마음덩어리도 몽땅 더러워져서 결국에는 그 사람도 아주 못쓰게 된다는 이 일화를 상기하면서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듣게 되거든 고성의 영천강으로 달려가 두 귀를 깨끗이 씻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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