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휴스톤 68세 박영숙영 시인, 이순신장군배 통영마라톤 출전 신청
韓·美 국기 꽂고 가족 4명 전원…가족사랑 듬뿍, 고향을 향한 사모곡

"나는 몇 년 전부터 마라톤을 할 때 마다, 모자에 두 개의 국기를 꽂고 달리게 되었다.

 

 
내 모자에 꽂은 국기를 보고 한국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나,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큰소리로 자기들이 알고 있는 한국말을 하며 나를 응원해 주는 것이 기쁘고 고맙다.
 
떠나왔어도 두고 오지 않은 내 조국 대한민국, 내 꿈을 이루게 해주고 내 몸이 잠들 또 하나의 나의 조국 미국, 나는 두 개의 조국을 사랑한다(I Love My two country)"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했을 때 의사와 남편 권유로 만 60세 생일이 지나고 나서 달리기를 시작한 박영숙영(본명 박영숙·68·시인)씨.
 
각종 마라톤에서 꼭 모자에 한국과 미국 국기를 달고 완주에 전념하는 그녀가 2014 통영 이순신장군배 하프 마라톤에 도전한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 7월 참가 신청서와 도전기를 담은 편지를 통영시육상연맹으로 보냈고, 남영휘 연맹회장은 환영의 회신을 보낸 상태다.
 
통영마라톤에는 남편, 시애틀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아들, 산부인과 의사인 딸, 가족 4명 모두가 참가한다.
 
박 시인은 경남 진해 출신으로 미군 부대 안 환전소에서 일을 하다가 매우 친절하고 예의 바른 한 청년 장교를 만났고, 2년 정도 사귀었을 무렵 그 청년은 공부를 위해 떠났다.
 
"내가 진정 사랑해서 사랑한 것인지, 외로워서 사랑한 것인지 알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그 청년이 한 달 만에 편지를 보내왔다.
 
1977년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장교 부인들 속에서 미국문화를 배워갔다. 21년간 군 생활을 한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아들 딸 모두 장성했다.
 
십자수 놓기와 정원 가꾸기, 시 쓰기가 취미인 그녀는 남편의 분에 넘치는 사랑 속에서 성공한 문학가의 길을 걸었다.
 
2001년 휴스톤 코저널에 시 '해후'를 발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이듬해 현대시문학 1회 추천을 받았다. 2003년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2004년 한국국제펜클럽 재외동포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한국국제펜클럽 수상자 작품 모음집 '날아간 꿈 자리', 시집으로는 '영혼의 입맞춤' '사막에 뜨는 달'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사부곡 아리랑: 아버님께 바치는 헌시' '인터넷 고운 님이여' 등이 있다.
 
현재 한국국제펜클럽과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한미문학진흥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 가운데에서도 고향에 대한 지독한 향수병과 이국에서의 외로움은 우울증을 불러왔다.
 
그때 나이 만 61세. 의사가 유산소 운동을 권했고, 남편이 달리기를 제안했다.
 
바람 든 무처럼 뼈가 부실해져 가는 60의 나이에도 마음 쓰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숨차도록 달려 나갈 수 있는, 삶의 열정을 사랑하기에 달리기는 바로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휴스톤의 찜통같은 여름 날씨에도 폐활량이 줄어들지 않고 다리의 근육이 풀어지지 않게, 또 부상없이 달리기 위해 체육관에 가서 근육운동을 열심히 했다.
 
초등학교 시절 마음 설레하며, 운동회를 기다려 오듯, 그는 마라톤을 기다렸다.
 
티셔츠에는 'I ♥ My 2 country'를 새겨 넣고, 머리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꽂고 2007년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라톤 도중에 간이화장실 안에서 기절한 적도 있었지만 20∼30분 후 스스로 깨어나서 달리기를 완주한 적도 있었다.
 
포기란 없었다. 늘 항상 자신에게 도전하면서 지난해 5월까지 장거리 마라톤 4번 완주, 하프마라톤 20번을 완주했다. 지난해 3월에는 가족과 함께 풀마라톤을 완주했다.
 
남편과 26.2마일 죽음의 행군을 9시간 17분으로 완주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안겨주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정신이 맑은 한 시를 쓰고 싶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달리기를 하고 싶다. 완주선을 밟는 순간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비록 제일 꼴찌가 되더라도"라고 외치는 그녀.
 
임진왜란의 격전지 이순신 장군과 역사의 현장, 통영을 달리고 싶다는 그녀 가족은 그래서 또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인다.

하늘 아래, 태양 아래

                                    박영숙영

천 년의 산맥을 탄주하던 바람이
천마의 기상으로 달려와
내 피를 헹궈내고
풀숲에 잠들었던 별빛 이슬
내 발을 씻어내는 이른 새벽

텅 빈 위는
목줄에 매달려서 대롱거리고
갯벌 속에 빠진 듯
땅이 다리를 잡아당겨도

껍질 쓴
화려한 유혹에
내 양심이 포로 되지 않기 위하여
자신과 싸우면서
얽매인 모든 것 훌~ 훌~ 털어내며

동터 오르는
찬란한 금빛에 몸을 씻고
푸르게 푸르게 날으는 새라도 되는 양
자유의 푸른 칼 양심에 지니고서

행복하기 위하여

하늘 아래, 태양 아래
있는 힘 다하여 나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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