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엄을 상징하는 보물 제440호 통영 충렬사 명조 팔사품(八賜品)의 제작 주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충렬사 팔사품은 도독인(都督印)·영패(令牌) 등 여덟 가지 물건을 가리킨다.
 
임진왜란이 끝날 즈음 명의 황제 신종이 이순신의 무공을 치하하며 명의 도독으로 임명하기 위해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조선·명의 실록에 신종이 직접 내렸다는 내용이 없는 탓에 조선에 파견된 명의 장수 진린이 이순신에게 준 선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술적인 의문은 1960년대 노산 이은상으로 시작해 2011년 배제대 문지상 교수, 2012년 중국 산둥대 류바오취안 교수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 한서대 장경희 교수가 통영에서 발표회를 가지면서 논쟁이 가속화됐다.
 
학계가 사실 규명에 주력하는 가운데 정작 통영 충렬사의 팔사품을 비롯 이순신 각종 유물들은 관리 소홀로 부식이 가속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팔사품은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부서져 흘러내릴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 십년간 통영 충렬사 전시실과 수장고(역사 유물 보관소)에는 온·습도 제어 장치하나 없이 '물먹는 하마'가 그 역할을 대신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훼손이 심각한 팔사품과 팔사품 병풍, 수조도 병풍 등은 통영시립박물관에 위탁 보관, 수장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통영충렬사에는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하루 빨리 유물 보존 처리와 전시용 복제품 제작, 다양한 학술적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충렬사 팔사품은 제작 주체도 중요하지만 이순신과 400년 통제영의 중요 상징물로 국보급으로의 격상도 고려해야 한다. 신관호 통제사가 그린 팔사품 병풍도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충렬사 자체가 살아있는 사적이다. 그 속에 든 많은 보물은 더 귀중한 국가 자산이다. 이 자산을 더 중요하게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렬사가 못하면 이제는 통영시가 나서 문화재를 보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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