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렬초교 전교생이 졸업식날 마련한 김용은 교장의 특별한 퇴임식
38년 11개월 교단생활…눈높이 소신교육 통영사랑 교육의 대변자

2월 7일 아침 7시30분 통영 충렬사 돌담길을 따라 굽어진 등굣길 충렬초등학교 교문 앞.

쌀쌀한 날씨임에도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스스로 만든 카드 섹션을 들고 스승의 은혜랑 충렬초교 교가도 불러보고 한 줄로 쭉∼늘어서 누군가를 몹시 기다리며 연신 미소를 띄운다.

오늘은 6학년 언니들이 졸업하는 날. 또 전교생이 다함께 김용은 교장 선생님과 인사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오는 2월말 교장 선생님이 약 39년간 누비던 교육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등굣길 따뜻한 웃음과 인사로 맞이하던 교장 선생과의 마지막 학교생활을 기념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가 자치 회의를 거쳐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교장 선생님께 먼저 인사하는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기는 날이다.

1차 교문 입구에서 실패하면 2차는 학교 현관 앞 복도에서 교장 선생님을 맞이하는 2개의 안을 마련하고, 1∼2 저학년 동생들은 추운 겨울날임을 감안, 평소대로 등교하기로 했다.

학교 교사들도 아이들의 뜻에 동참, 최대한 함께 하기로 했다.

전교생이 거의 모인 7시45분, 저 멀리 교장 선생님 차가 보이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숨죽여 기다린다.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종종 걸음을 치던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환호와 박수가 시작된다.

"사랑하는 교장 선생님∼오늘은 저희가 먼저 인사할께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이파이브와 환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장 선생님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들의 눈도 함께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사랑의 편지도 전달되고 학교 운동장에서 단체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5년간 정들었던 교정을 배경으로 동료교사들과도 우정의 찐한 사진도 한 장 더 찍었다.

"교육의 첫 출발은 우리 아이들이 과연 행복해 하는가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행복한 예술교육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 뮤지컬 예술학교=충렬초교도 마찬가지"라는 김용은 교장. 2013년 3월 1일 공모 교장으로 충렬초교에 부임했다.

한산도 좌도 출신으로 한산초·중과 통영고, 마산교대를 졸업하고 1978년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후 3년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통영교육발전에 몰두했다.

2009년 통영교육발전의 저해 요소인 도서벽지학교 등급 하향 조정 결정에 제일선에서 반대투쟁을 벌인 이도 바로 김 교장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학교와 소외 지역에 헌신을 다한 그가 충렬초 공모 교장으로 응모한 것 역시 "마지막 열정을 통영교육에 투자하고 싶어서"였다

이제 그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뮤지컬 예술교육의 새바람 충렬초등학교를 이끈 수장이자 '소신교육, 통영사랑교육'의 대변자로 불린다.

경남 문화예술학교로 손꼽히는 충렬초교 교장이자 통영교육공동체 연합 '꿈틀꿈틀통영청소년뮤지컬단' 단장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그의 일상은 늘 이른 아침 학교 앞 아이들 맞이로 시작됐다. 전교생 이름 부르며 한명 한명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아침을 열었다. 바로 인성교육의 첫걸음이다.

그래서일까. 충렬 학생들에게 물으면 "교장 선생님이 제일 좋다. 우리랑 제일 친한 선생님"이라는 스스럼없는 대답이 들린다.

그만큼 학생들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교육한다는 반증이다.

아이들 주도적 학습을 위해 전교어린이회 학생자율자치권을 부여, 오히려 학교에 건의사항을 늘리고 학교 안전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자율성을 인정했다.

또 통영인의 자부심을 길러주기 위해 충렬사 이순신탄신제 등에 학생들을 참관시키고, 우리고장 문화탐방을 연간 4회 이상 진행, 아이들을 문화해설사로 자연스럽게 길러내고 있다.

교사에게도 아이 사랑과 책임감을 위해 반 이름도 담임실명제로 운영했다.

학부모와도 열린 교육을 지향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교육을 의논하는 '충렬 사랑방' 운영은 물론 뮤지컬 교육 역시 예술 1번지 통영의 전문가들과 재능나눔 등 다양한 파트너쉽을 형성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노력으로 충렬이 관내 청소년 연합뮤지컬 거점 학교이자 경남, 나아가 대한민국 예술교육 중심학교로 급부상했다.

이제 열정의 한 교육자가 만 5년 만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행복한 특색학교를 만들고, 뮤지컬지도교사 양성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까지 만들어내는 신화를 쓰고 있다.

아이들은 졸업식날 교장 선생님을 비롯 담임 선생님은 물론 양호선생님, 지킴이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감사의 상장을 수여하는 이벤트도 펼쳤다.

정부에서는 39년간 행복한 교육현장을 만든 김 교장의 이런 열정을 홍조근정훈장으로 화답하고, 우리는 그를 통영교육학의 아버지 '통영 페스탈로치'라 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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