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2012년 12월 '대선'과 함께 치르진 경남도지사 선거는 '보궐선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前)도지사의 '심야사태'로 인해 보궐선거가 물 건너 가버리고 말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선거의 선거일 전, 30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는 '대통령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위해서는 9일까지 도지사 사퇴 사실을 '경남도의회 의장'과 '경남도 선관위'에 알려야만 했다.

그러나 도지사는 9일 밤 11시 57분경(자정 무렵)이 돼서야 지사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이 사실은 다음 날(10일) 오전에 경남도의회 의장과 선관위에 통보됐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꼼수'라고 비난했다. '꼼수.' 그런데 이 표현은 지나칠 수 있다. 사실적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표면적인 부분만 놓고 해석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자칫 '인격살인'에 가까울 수 있다. 여하튼 이렇게 돼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전에도 없었던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족적을 남기고 경상남도 지사는 그렇게 자기 갈 길을 떠나고 말았다. 물론 그 분의 논리(자정 무렵 사퇴이유)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었지만.

요즘 정치권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인 '막말'을 해야만 상대후보들에게 먹힌다(?)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어떤 후보는 '과격한 발언으로 철저한 '편 가르기'를 통해 '보수'들의 결집을 시도하는가 하면, 또 진보라고 자처하는 후보 진영들조차 '이전투구'식으로 막말들을 쏟아낸다. 강단(剛斷)있고 소신 있는 정치인들이야 자신을 향한 '맹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지만, 그런 막말들을 듣고 사는 유권자들은 너무도 식상해 할 따름이다. 그래서 너무나 식상한 나머지 우리 유권자들이 이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양파처럼 각자 한 껍질씩 벗기다 보면 그 진면목이 여지없이 드러나곤 한다. 그 진면목을 굵고 짧게 표현하자면, 다양한 '사자성어'로 말이다.

얼마 전 대선주자들 TV토론에서 한 후보는 자신을 '삼성 세탁기'에 비유했다. 다양한 세탁기 상표 중에서 유독 '삼성 세탁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본인 말로는 삼성세탁기는 "고장이 잘 안 나서 선택 했단다." 이 말에 TV브라운관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은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암튼 그 분은 그 세탁기로 딱 1년 동안만 대한민국을 한 번 씽씽 돌리고 싶다고 했다.

물론 이 발언이 그 후보의 '진정성'은 아닐 것이다. 단지 대한민국의 누적된 '적폐(때)'를 말끔히 벗겨 내겠다는 일종의 '자신의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의도일 따름이다. 물론 경직되고 건조한, 대선 TV토론 분위기상 가끔 '해학'과 비유적 표현으로 좌중들을 다소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는 살가울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상 지나친 발언 자체는 지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들이다. 주인을 상대로 막말을 쏟아내는 행위는 아주 고약하고 버릇없는 머슴들이 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정치인들은 스스로 '국민의 머슴'이라고 지칭하며 표심을 자극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또 요즘 막말 행위는, 특정 후보들의 '안티(Anti)'세력들을 규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만일 그렇다면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연유야 어찌됐던' 이제 타 후보에 대한 비방과 모독, 그리고 왜곡적인 발언들은 나중 결과적으로 제 살을 깎아 먹는 '엽기적인 행각'과 다름 아닐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허무주의는 참 서글픈 현상이다. 이런 허무주의를 유포하는 자들이야말로 막말(혹은 망언)을 내 뱉는 자들과, 그의 추종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각 후보자들의 실현 가능한 '정책과 공약,' 그리고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요건과 자격(인품, 지식, 지혜. 정보 등)에 대해 조금만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하고 판단했더라면, 작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이런 '재앙'은 없었을 것 같다.

현재 대선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대선주자들은 주자답게, 품격 있는 '언행일치'로 끝까지 완주해주길 바란다. 지난 외국 대선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던 미국의 '트럼프나'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처럼, 본인들도 막말의 '2중대'로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바뀌고 있지 않는가. 보수든 진보든 오직 국민들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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