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가사·가곡·시조창) 발표공연이 지난 14일 제56회 한산대첩기념축제의 기획공연으로 한산도 제승당 수루에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번 정기공연에는 사)한국정가진흥회 통영시지부(지부장 이부원)의 지도교수인 강재일 선생(무형문화재 완제시조10호 이수자)이 프로그램을 도맡았다. 경북 경산에 본부를 둔 사)한국정가진흥회의 지원을 받아 대금, 거문고, 피리, 장고, 가야금, 해금을 연주하는 경북도립국악단, 대구시립국악단 소속의 악사를 초청했다.

행사를 앞두고 한산면장, 주민자치위원장, 사)제승당연구보존회 이사장, 한산농협 조합장, 한산면 이장단장, 한산발전포럼회장 등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공연의 출연자 수송은 통영유람선협회(회장 김만옥)에서 배 하나를 저렴하게 내주었으며 시간도 충분히 할애해 주었다.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행사 앞날 인 8월 13일 오후부터 비가 조금씩 내린다. 예보에는 14일(월), 15일(화)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했으나 행사당일인 14일이 되니 비가 많이 내린다. 집결장소인 유람선터미널에 모이니 비는 더 많이 온다. 무사히 승선을 마치고 인원을 체크하니 31명이라 한다. 새벽부터 휴대폰은 계속 울린다. 면사무소, 제승당관리사무소, 시청 등은 물론이고 관계처에서 이 폭우수준의 비오는 중에도 행사를 제대로 할 것이냐고 묻는 전화다. 난 명쾌하게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잘라 대답했다.

통영에서 제승당으로 향하는 30분 여분을 이용해 출연자간 소개와 인사가 있었고 지부장이 당부하는 말을 했다. 이부원 지부장은 "오는 8월 14일은 한산대첩일이다. 서기 1592년 임진년 음력으로 7월 8일 양력으로 8월 14일 바로 오늘인 것이다. 비가 온다고 전투를 안할 것이며, 덥다고 피할 것인가. 여러분은 이 역사적인 날에 우리 모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보다 한산대첩과 그 정점이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휘하 장졸을 생각하면서 보여 주는 것을 지나 정말 마음에 울어나는 뜻있는 헌창행사를 하자"고 제의해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제승당에 올라보니 공연장으로 쓸 수루(戍樓)는 바람이 들이쳐 온 바닥이 물천지였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사람들은 제승당 추녀밑 등으로 피해있는데 시간이 오후 1시 20분을 가리킨다. 공연시간은 2시인데 답이 없다.

이때 참가자들이 수루를 청소하고 닦아내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비는 많이 내리지만 바람이 없다. 마른걸레가 있을 수 없어 응급조치로 오늘 참관자들에 줄 기념타월을 꺼내 바닥을 닦아낸다. 이때쯤 연락이 된 한산면장과 단체장들이 달려오면서 바닥에 깔 갑바 등을 가져왔다. 수루를 말끔히 닦아내고 갑바를 깔고 어떤 곳은 수건을 펴고 앉으니 공연을 할만하다. 참가자 모두를 충무사사당 앞으로 인솔했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순신문학연구소 소장 조신호(曺信鎬) 박사(경북 경산시)까지 동행해 그 의의를 높였다. 이분은 프로그램중 시창의 "제승당" 한시를 발굴해 제공해준 분이다. 분향 후 내가 큰소리로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영정 앞에 오늘 행사의 목적과 내용을 고하고 재배를 선도했다. 오후 2시가 가까워 오는데 민속악기가 습기를 머금고 조율도 못해봐 조금은 지체되었으나 공연은 제시간에 시작됐다.

이부원 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임진왜란 중 한산대첩일(1592년 음력 7월 8일, 양력 8월 14일)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삼도수군통제사로서 3년 8개월을 계셨던 장군의 얼이 깃든 이곳 한산도 수루에서 한산도가와 한산도야음을 주제로 칭하고 관람하는 감격과 영광은 길이 기억될 공연자체를 영광으로 삼자"고 역설했고 모두의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인사말이 마치자마자 비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져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공연시간 1시간30분 동안에는 날씨가 엄청 좋아졌고 공연은 당초 프로그램대로 아무차질 없이 잘 마쳤다. 통영회원들은 그간의 연습덕분인지 평소실력보다 월등한 기량으로 한산도가를 합창을 시작으로 10개의 프로그램 중 6개를 소화했고 무형문화재 5호 이수자인 김태혜 한국정가진흥회 울산지부장의 가곡으로 "환계략"창이 있었고, 무형문화재 5호 이수자인 김상선 부산지부장의 가사 "매화가"창이 있었고, 시내 진남초등학교 교사인 무용가 윤정하 선생의 살풀이 무용이 이어졌다.

이어 한국정가진흥회 김차윤 경부지부장의 우조질음 "석인이승"창이 있었다. 여기에는 인간문화재였던 김보구 선생에 사사받았다는 거제에 거주하는 김성식(74) 선생의 양반춤이 곁들여졌다.

시창(時唱)이 이어졌는데 조선조후기 문인으로 이조판서를 지낸 건옹(健翁) 김양순 선생이 충무공을 추모하여 제승당을 찾아 5언절구인 한산도야음을 차운해 지은 7언율 시였다. 이 시창은 상당한 경지를 요하는 것으로 통영시지부의 지도교수인 향상 강재일 선생이 칭한다. 제목 "제승당"은 오늘 행사의 또 하나의 백미였다.

통영지부여자회원 백두선, 허성둘, 이미경씨 등 3명의 우시조 "나비야"의 멋진 창이 있었고 관현악 합주로 "만파정식지곡, 천년만세" 2곡의 연주가 있었다. 경북도와 대구시립국악단 소속의 단원들이 연주한다. 여기에는 대금, 장고, 거문고, 가야금, 피리, 해금 등이 동원되는데 그 기량이나 수준은 이 근방에선 좀체 접하기가 쉽지 않은 연주실력들 이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작시인 '한산도야음'이 합창됐다.

강재일 선생이 우리말로 번안한 가사에 곡을 붙였다. 작곡자를 포함한 통영지부 전 회원이 합창했다. 이 곡은 통영에서 나왔고 통영만의 노래인 것이다. 마지막 순서로 전 출연진이 나와서 엮음질음 "푸른산중하에"를 열창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통영지역의 시조창교실은 2013년 통영문화원의 문화학교 시조창반으로 시작되어 2015년 사)한국정가진흥회 통영시지부로 설립되어 2015년부터 이번 3회째로 한산도 제승당 수루에서 한산대첩축제 행사에 참여해 오고 있다. 회원들은 수개월전부터 매주1회씩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행사는 한산대첩축제의 한 행사인 것은 맞지만 그냥 행사가 아니라 장군님이 지으신 한산도가와 한시 한산도야음을 번안한 곡과 충무공을 흠모한 제승당 시를 노래하는 의미있는 헌창 행사에 자부심과 장군님 혼령앞에서 창(唱)자, 청(聽)자 모두가 하나되었음을 마음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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