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혁신으로 고향바다 지키는 수산업 젊은 피

'반건조 우럭' 히트상품, 당진 박치송씨
웬만한 바닷가 마을이면 물고기를 포를 떠 건조대에 말리는 풍경이 익숙하다. 통영도 예외는 아니라서 읍면지역 항포구는 물론, 시내 한가운데 강구안에도 물고기 말리는 건조대가 늘어서 있어 관광객의 시선과 카메라를 멈추게 한다.

통영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물고기인 가자미가 가장 많으며 이외에도 돔, 장어, 물메기 등 "말릴 수 있는 물고기는 모두 말린다"라는 느낌이다.

이처럼 물고기를 햇볕과 자연풍 아래 건조시키는 것은 유통보관의 용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쫀득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길거리에서 생선을 건조시키는 것이 보기에는 이채로우나, 건조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날씨에 제약을 많이 받는 등 관리가 어렵다. 지나던 행인이 하나둘 슬쩍해가도 어쩔 수 없이 감당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차량이 오가는 주차장과 길가에 말리면 먼지 때문에 위생 걱정도 하게 된다.

이같은 물고기 자연건조의 아쉬운 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작업공정 자동화와 포장상품화로 말린 물고기에 승부를 건 젊은 귀어인이 있다.

고향 바다와 가족을 생각하는 '어마니' 브랜드
충남 당진시 석문면 박치송(41, 대성수산 대표)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치송씨는 대표적인 횟감용 어류로 손꼽히는 우럭을 건조해 지역특산 상품으로 히트시키고 있다.

박 대표는 "직접 생산한 좋은 우럭을 원료로, 냉풍건조기가 구비된 가공시설에서 신선하고 안전하게 생산된 가공 우럭의 품질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당진 도비도 연안에서 양식하는 우럭은 태풍과 적조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수질이 깨끗하고 여름수온이 25℃를 넘지 않아 우럭 성장이 다소 늦지만, 육질이 좋고 병에 강해 약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성수산의 반건조 우럭은 박치송 대표가 연구 끝에 찾아낸 수분함량 40% 이하로 유지하며, 가장 쫄깃하고 맛이 좋은 상태로 포장가공된다. 일반적인 방식대로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등을 갈라 손질하기 때문에 모양이 좋고, 먹기에도 편리하다.

이같이 고품질의 원료로 위생적으로 생산하는 대성수산 반건조 우럭은 월 매출 1,000만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박치송씨가 반건조 우럭 포장상품화에 나선 것은 당진, 태안, 서천 등 서해안의 향토음식으로 손꼽히는 '우럭젓국'에서 크게 힌트를 얻었다. 그의 어머니가 당진 석문면 난지도리 도비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내놓는 우럭젓국과 우럭구이는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우럭젓국은 갓 잡은 우럭을 손질해 2~3일간 햇볕에 말린 후 마늘과 함께 3~4시간 푹 끓였다가 대파, 청양고추, 두부 등 양념을 넣어 다시 끓여낸다.

박치송씨는 "당진 바닷가 마을에서는 우럭을 자연건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반건조 우럭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고향에 돌아와 몇 년 양식장 일을 하다 보니 우럭 건조 작업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치송씨가 우럭을 반건조 가공해 포장상품으로 유통하기 위해 상표등록한 '어마니(漁多)' 브랜드는 "물고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도 담겼다. 이 정겨운 이름은 박치송씨가 귀어한 사연과도 무관하지 않다.

20대의 갑작스런 귀어 또는 귀향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박치송씨는 정착한 귀어인들 중에서도 특히 젊은 나이에 귀어한 경우로, 군대를 제대하고 24세 대학생 시절이던 지난 1999년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 당진 바닷가로 돌아왔다. 급작스레 별세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고향 돌아와서는 참 막막했다. 젊다기보다 어린 나이에 생각도 못했던 바닷가 일에 맞닥뜨린 셈이니까. 그래도 어머니와 두 동생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1년간 어선 일을 배우고 기관사 자격증 취득 후 차도선 일을 하면서 열심히 모은 돈으로 우럭 양식장 시설과 1톤급 선외기를 마련했다. 지역 수협 명의 가두리양식장 임대허가지분 일부를 돌아가신 아버지가 갖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박치송씨는 "우럭양식 처음 4년 동안은 지식과 경험 부족으로 고기가 모두 폐사하고 돈만 까먹었다. 한 3억 정도 되나. 그러다 5년차부터는 20여 년간 우럭을 키운 지인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가두리양식 일을 새로 배우면서 다시 우럭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후 몇 년간 시장 상황도 유리하게 흘러갔고 출하도 순조로웠다. 덕분에 빚도 갚고 우럭 판로 다변화를 겸해 어머니께 식당도 마련해 드렸다.

양식장이 안정되자 연중 판매를 위해 건조 우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생산에서 가공유통으로 시야를 넓힌 것이다.

당초 박치송씨도 자연건조를 통해 우럭을 가공했으나, 일일이 손질해 자연풍으로 건조하다 보니 일손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날씨의 제약을 많이 받았다. 우럭 건조에 적합한 날씨는 연중 봄과 가을뿐이어서 생산성이 좋지 않았다.

효율적인 가공을 고민하다 꼼꼼하게 사업기획서를 작성하고 지자체로부터 일부 지원받아 건조·포장 설비를 2013년 연말 완공, 이듬해부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건조 우럭 포장상품은 모친의 식당 뿐 아니라 식자재 프랜차이즈망을 통한 판매, 대성수산 직접 주문을 통해 선물용과 판매가 이루어진다.

견학 다니던 귀어인, 10년만에 견학대상 되다
건조가공시설 가동 이후 박치송씨는 양식장 연간 물량을 기존 50~80톤에서 20톤 정도로 대폭 축소하고, 가공공장 대성수산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부족한 물량은 인근 어장에서 확보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박치송씨는 "양식장 규모를 줄이며 지금은 수산물 가공, 그리고 바다낚시도 운영하고 있다"며 "사료값 부담은 계속 커지는데 어가는 종잡을 수 없이 널뛰기를 하는 걸 보면 일찍 양식장 규모를 줄이기를 정말 잘했다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부터 일하는 틈틈이 통영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 견학을 많이 다녔는데, 수산업 지원을 보니 새삼 놀라웠다"며 "당시만 해도 우리 지역에는 수산업 지원정책이라는 게 없다시피 해서, 기자재 등을 모조리 자비로 구입해 썼던 걸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며 귀어 초기에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박치송씨는 반건조 우럭과 성공적인 귀어귀촌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견학 대상이 됐다. 도시의 귀어희망자들로부터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작년에는 통영에서도 우리 시설을 보러오신 분들이 있었다. VJ특공대 등 방송을 몇 번 탔더니 성공사례로 알려진 것 같다"며 "그러나 귀향, 귀어해서 정착했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아 성공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치송씨는 "사실 어촌 여건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다. 바다 일은 여전히 어렵다"면서도 "일찍 귀어해 빨리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지금 좋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 같고, 고향 바다로 돌아온 덕에 지금같이 일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애향심을 드러냈다.

'굴키남'에서 '가리비 키우는 남자'로
통영 최성진씨

최근 통영에서 가장 '핫'한 양식어업인은 인평동 민양마을에 '굴키우는남자'라는 독특한 상호로 생산 및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최성진(42)씨다.

양식 패류 중 가장 시장성이 높은 '참가리비'의 남해안 최초 양식 성공 주인공으로 이슈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리비는 연안에서 양식하는 비단가리비나 최근 몇 년 사이 통영고성권에서 생산이 늘어난 해만가리비에 비해 크고 육질도 부드러워 고급 요리재료로 인기가 높다. 굴이나 홍합 같은 다른 패류보다 가격도 2배 이상 높아 수익성도 좋다.

그러나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 자라는 탓에 강원도 및 경북 동해안에서만 양식할 수 있었는데, 올해 들어 남해안에서도 처음으로 80톤을 생산한 것이다.

최성진씨는 참가리비에 대해 "시장 수요가 많고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는 물량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특히 호불호가 없는 수산물이며 해만가리비에 비해서도 월등한 시장성이다"며 "동해와 달리 남해바다는 먹이가 풍부해 양식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7개월로 대폭 줄일 수 있다"라며 장점을 소개했다.

반면에 해결 과제도 아직 만만치 않다. 남해안에서 참가리비 양식이 궤도에 오르려면 대량으로 양식할 수 있는 해역과 적정수온층을 찾는 것이 관건이며, 아직 치패(종자) 생산을 동해안권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

귀어한 해에 터진 FDA발 양식업계 폭풍
2012년 귀어한 최성진씨는 통영에서 3대째 양식어업 집안의 아들로, 2010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대기업(한진중공업) 과장으로 근무했다.

최성진씨는 "처음 고향에 돌아올 때만 해도 확신을 못 가졌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어쩌면 타이밍 좋게 참 잘 돌아왔다 싶다"며 "2012년 고향에 돌아온 그해 미FDA 이슈가 터졌지 않나. 집안에서는 회사 잘 다니던 아들 괜히 불렀나 이야기도 하시더라. 주변 어르신들과 양식업계가 어려운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FDA발 폭풍, 수출중단 사태는 최성진씨가 패류양식업에 대한 고민을 갖게 했고 실천으로 이어졌다.

우선 굴 단일 종목으로 해서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문제다. 그래서 2013년부터 가리비 양식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굴 양식과 유통사업을 하면서도 지속해온 가리비 양식의 고민과 노력은 올해 참가리비 80톤 성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유통판매에 대한 고민으로 탄생한 것이 '굴 키우는 남자'라는 독특한 상호의 유통업체다. 2013년 상호를 등록, 패류를 위주로 각종 수산물의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다.

최성진씨는 "생산만 해서는 시장 상황에 흔들리고 안정된 어가를 받기가 힘들다. 질 좋은 수산물을 많이 생산해도 제 값에 팔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굴키우는 남자' 상호를 알리고 판매에 노력하면서, 국내외 엑스포 등 수산업 관련 행사란 행사는 다 다니며 견문을 넓히기 시작했다.

최성진씨는 지난 2015년 6월 브뤼셀 박람회와 9월 홍콩씨푸드엑스포를 시작으로 통영시의 해외 수산업박람회 참가단에 함께하며, 최대한 많은 국제 수산업 관련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당시 홍콩씨푸드엑스포 공식 통영참가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소식을 듣고 100% 자비로 추가 참가하는 열정까지 보였다.

"패류양식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과 실천
최성진씨는 "이제까지 국제 행사에 6~7번 참가한 것 같다. 기회가 되는 대로 해외에 자주 나가서 국제 수산물 동향을 봐야 한다는 걸 해외 현장에서 깨달았다. 정말 배운 게 많다"며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굴의 현황을 본 것도 좋은 공부였다. 굴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니 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굴키우는남자' 상호로 패류 수출계약을 한 것은 물론, 개체굴 양식의 중요성과 전망을 살핀 것도 해외 박람회 참가의 큰 성과였다.

최성진씨는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고급 레스토랑 등 다변화된 요구에 따라 앞으로 개체굴은 점점 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 통영에서도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굴과 가리비 등 한국산 특히 통영산 패류는 FDA지정해역으로 국내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만 충분히 공급이 된다면 판로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성진씨는 굴의 국제적인 상품가치 제고를 위해 통영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패류위생정화시스템'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사실 패류위생정화시스템도 그렇고 참가리비 양식도 둘 다 아직은 초기 시행착오 단계다. 단지 제가 먼저 도전했을 뿐이며 앞으로 많이 다른 분들도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좋은 기술은 독점이나 비밀보다는, 크게 확산돼서 우리 지역 수산업계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제가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것도 수산업계 선배들께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신 덕이 큰데, 저도 앞으로는 주변 분들과 업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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