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 지원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

"어촌은 정주공간이자 생산의 현장이며, 관광의 명소이기도 하다. 어촌과 어업의 현장은 젊은이들이 외면하고 떠나는 공간이 아닌 돌아오는 현장, 중요한 삶의 현장으로 전환돼야 하며 돌아오는 어촌이 돼야 한다"

지난 6월30일~7월2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17년 귀어귀촌박람회' 개회식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말이다.

해양수산부와 어촌어항협회는 귀어귀촌을 수산업 생산력 유지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으며, 도시민 특히 젊은층의 귀어귀촌을 장려하고 있다.

귀어귀촌박람회에서 김영춘 장관은 "지난 90년대 50만명에 달했던 어가인구는 지금 13만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전반적으로 크게 고령화되었다"고 말하며, 어촌사회 활력 유지를 위해 귀어귀촌 지원정책 및 사업이 필수적임을 밝혔다.

그러나, 귀어귀촌 현장의 실태는 '청년인구의 어촌마을 유입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해양수산부의 목표 및 지향점과는 아직 차이가 있다.


 

이제야 시작한 귀어귀촌 정부 공식통계와 실태조사
지난 6월 말 통계청은 2016년도 귀농 및 귀어인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에서 박춘모 책임연구원 등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귀어귀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다. 귀농귀촌사업은 실시된 지 오래되어 중앙정부 차원 뿐 아니라 지자체 단위에서도 관련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귀어귀촌 지원사업은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어 아직 자료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6월 말 통계청 발표는 귀어귀촌 관련 첫 국가공인 통계다. 이전까지는 공식 통계가 없다 보니, 귀어귀촌인 관련 해양수산부와 귀어귀촌종합센터의 추정 수치와 지자체의 현황 파악 수치가 제각각이었다.

통계청 조사는 2016년 11월 1일 기준, 도시의 동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읍면지역으로 이주하고 어업경영체등록명부 등 어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부에 등록한 사람을 귀어인으로 간주했다.

지난해 전국 귀어가구는 929가구이며, 전년도 대비 62가구(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도 귀어가구 평균 연령은 51.2세이며 전년보다 1.1세 높아졌다. 50대가 33.5%로 가장 높으며, 40대는 21.9%, 60대가 20.2%, 30대 이하는 18.7%, 70대 이상이 5.7%으로 집계됐다.

즉, 해양수산부는 귀어귀촌 지원정책에 '청년인구의 어촌마을 유입'을 강조하고 있으나, 귀어귀촌 시도는 40~60대 특히 '인생 제2막'을 꿈꾸는 5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귀어귀촌이 청장년보다는 중년 이상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이번 기획취재와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사전 조사와 취재에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어촌에 정착한 30~40대 청장년 귀어인의 대부분이 고향 어촌에 '귀향'해서 부모가 영위하던 어업을 승계한 경우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해양수산부)와 관련기관(국립수산과학원, 어촌어항협회)의 귀어귀촌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20~30대 청년층의 귀어 시도가 미미한 편이며, 30~40대 귀어(시도)자가 무연고지 어촌에 정착한 사례도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통계청의 귀어귀촌 통계자료에서 결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귀어를 시도해 어촌마을에 정착한 귀어인들에 대한 내용이다.

어촌사회에 적응 및 정착한 귀어인들이 몇 %인지, 귀어를 시도한 사람이 3년 또는 5년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귀농 정착률보다는 아마도 낮을 것이다"라는 귀어귀촌인 정착률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조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귀어귀촌 지원정책이 그동안 농림수산식품부의 '귀농' 지원정책을 단순하게 모방한 수준이었고, 농업과 수산업의 산업적 차이와 농촌과 어촌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새 정부 들어 해수부의 귀어귀촌 지원정책도 보완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그는 "귀어인구가 13,14,15년 계속 늘어나다가 지난해 다소 감소(-6.3%)했다는 통계는 기준을 농림부의 귀농 통계 기준으로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그렇게 나타났다"며 "청년 시절 고향에서 가업으로 어업을 함께하다가 도시에 가서 직장생활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 중 일부를 제외시킨 탓에, 지자체나 해수부에서 생각하는 귀어인 추이와 다소 다르게 나왔다. 실제로 감소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수부 "올해부터 귀어귀촌 지원정책 제2막"
귀어귀촌박람회에서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매년 1,000명 이상의 귀어귀촌인이 생기고 있다.

어촌계와 양식어업에 진입이 더 원활해지도록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어촌 주민들도 열린 마음으로 귀어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다"며 "어촌이 풍요로운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어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어야한다. 귀어귀촌은 도시민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소개하는 장으로, 또한 어촌마을 발전과 생산성 유지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해수부는 1차 어업생산중심에서 가공과 유통, 관광 등 2·3차 산업이 접목된 6차산업화로 어촌 소득을 증대시키며, 자율관리어업, 바다목장사업, 감척사업 등으로 수산자원을 회복시키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젊은이들이 어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제 어촌의 변화를 위해 과거와는 다른 해양수산정책을 펼쳐야 한다. 해수부는 5개년 단위의 귀어귀촌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7월 중 첫 번째 종합지원정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귀어귀촌 지원정책의 변화는 해수부의 소관부서가 기존 수산정책관실 소득복지과에서 어촌양식정책관실 어촌어항과로 최근 변경된 것에서도 드러난다.

'어촌사회 생산성 유지 및 강화'가 귀어귀촌 지원정책의 핵심임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는 귀어귀촌인 사후 관리에도 정책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해수부 어촌어항과 양영진 과장은 "그동안 귀어 지원정책이 어업 기술적인 교육과 금융지원으로, 도시민을 어촌에 보내는 수준에 머물렀던 감이 있는데 앞으로는 귀어인들의 '케어'에도 뒷받침이 이어질 것"이라며 "또한 어선어업과 양식 등 1차 생산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졌던 것에서 탈피, 해양관광사업 등 지원 분야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귀어귀촌 지원사업 수탁기관인 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도 올해 신규 사업으로 귀어귀촌인 정착 지원에 무게를 싣는다.

먼저 귀어인과 어촌마을 선주민간의 '화합'이다.

어촌계의 건강한 인적관리와 마을 주민융화를 도모하는 지원행사의 공모사업을 추진, 동, 서, 남해안 어촌계 각 1개소를 대상으로 귀어귀촌인과 어업인 교류행사를 지원한다.

또한 귀어귀촌 안정화 컨설팅사업이 있다. 권역별로 선임된 귀어닥터(각 분야별 전문가)와 선정된 귀어귀촌인 및 어업경영체를 연계해 연간 컨설팅을 월 1회 이상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귀어귀촌 관련 조사 및 연구도 본격 개시된다.

지역별 귀어귀촌 여건(정주환경, 복지시설, 문화시설, 성황업종 등)을 조사하고 적격지 점검 매뉴얼을 개발해 지자체에서 직접 활용하도록 한다.

특히 올해는 2016년에 귀어귀촌한 약 1,400여명을 대상으로 정착 실태조사 예정으로, 귀어귀촌 지원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귀어귀촌 전후 소득, 업종, 만족도 등 전반에 걸쳐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뒤, 정착 지원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귀어인들의 목소리 "어촌으로 도시민 보낸 걸로 다가 아니다"
귀어인들도 귀어귀촌 지원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촌사회 적응과 정착에 금융지원과 기술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포항 김영운씨는 "귀어해서 어촌마을에 정착한 사람을 귀어희망자의 멘토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센터가 운영하는 멘토가 있기는 하지만, 멘토 선정 기준을 보니 대학교수 등 전문가라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라며 "정착한 귀어인을 멘토로 활용하고 지원하는 정책이라면, 선귀어인이 귀어귀촌 교육 지역거점이 될 수 있다. 공무원들이 귀어교육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장 최일천씨는 귀어귀촌 지원정책에 대해 "융자지원 자금 3억원은 적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얼마나 되나 따져보면 금액상한선을 낮추더라도 지원 조건을 완화해주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짚었다.

보령 이철기씨는 "낚시배가 너무 많다. 충남 지역에 1,000척이 넘고 무창포와 인근 오촌항만 해도 200척이 넘는다. 지금도 과포화 상태인데, 올해 보령에 귀어 신청 60명 중 대다수가 낚시어선 희망이라고 하더라"며 "귀어귀촌 지원정책은 지역과 업종별로 분포와 현황을 파악하고 귀어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귀어귀촌 센터에서 '교통정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촌사회와 수산업에 적응하고 정착한 선귀어인들은 귀어 희망자들에게도 조언을 전했다.

1세대 귀어인 남해군 이동형씨는 "10번 만나면 10번 인사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줘라. 어촌계 가입도 처음부터 기대해선 안 된다. 성실하게 일하고 사람을 대하다 보면 의외로 빨리 정착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완도군 장창현씨는 귀어 희망자들에게 "귀어를 쉽사리 도전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귀어하기 전에 공부하고 준비를 몇 년이나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많다"며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막상 현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끼는 때가 결국 온다. 바닷가 생활 낭만 같은 것을 생각하면 안 된다. 결국 일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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