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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득선<신조선 감독·인류학 석사> - 신조선박 선수금환급보증(RG)의 성격과 그 시사점
   

8척의 수주계약을 따내면서도 금융권의 RG발급 거부로 인해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여 결국 지난 3월 일감이 떨어져 폐업한 SPP조선과 최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삼강엠앤티㈜ 등 중소형조선사들이 국내외 해운회사로부터 1년 반 만에 선박은 수주하였는데 선수금환급보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되어 조선업계 올해의 중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선수금환급보증이라는 게 무엇이며 신조선박 건조 시 이것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 주변국가 중국의 중소형조선소에서는 동일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 선박건조에 착수하는 지에 대하여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함으로써 꺼낸 주제에 대해 약간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신조선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건조계약(Contract), 착공-외판절단(Steel cutting), 용골거치(Keel laying), 진수(Launching), 인도(Delivery) 등의 공정단계별로 선주사에서 조선소에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식인데, 인도되기로 계약되어있는 날짜에 만에 하나 조선소에서 건조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선주사에서 건조를 더 이상 진행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또는 품질미달로 이미 건조 완료된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시 선주사에서는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돌려받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신조선 계약 시, 선주사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조선소에 이미 지불한 대금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담보하는 금융기관의 환급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과의례이다.

만약 선주사가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이 계약 기간 내에 무사히 잘 건조되어 인도된다면 선수금환급보증이 필요 없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선박의 크기 및 종류에 따라 기간이 다르지만, 보통 1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는 한 척 혹은 여러 척의 선박건조과정에는 선주사와 조선소 양자 사이에 적지 않은 분쟁의 소지가 내재되어 있다.

이를테면, 계약 시에는 양호했던 조선소의 재정상황이 점점 어려워져서 선박에 설치할 기자재 대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못한다든지 또는 급여가 밀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여 생산 공정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불가피하게 조선소가 파산하는 경우, 건조 중 예기치 않은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계약 선박을 건조 마무리할 수 없을 경우, 조선소의 기술력이 모자라서 건조한 선박의 품질이 상호 체결한 건조사양서 요구에 미달되거나 선주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선박발주 시의 기대와는 다르게 해운시황이 나빠지고 선가가 하락하여 감독관들이 건조품질을 더 엄격하게 챙기는 등등 이유로 인해 선박을 제때에 인도받을 수 없게 되며, 이미 거금을 지불한 선주사로서는 화주와 예정되어 있는 화물운송 항로투입이 불가능해지게 되고 타선사와의 용선약속(Chartering agreement)을 이행할 수 없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일을 대비하여 조선소에서는 선주사가 지불한 이미 투자한 자금에 대하여 손실을 만회하고자 그 동안의 이미 지불된 대금과 그 대금의 이자를 더해 선주사에 환불해야 하는데, 이를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이라고 한다.

조선소 자체에서 이 환불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잘 없고, 신조선프로젝트는 자금규모가 큰 거래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조선소를 대신하여 환급보증을 서게 되며, 금융기관은 이를 대가로 조선소로부터 일정한 거래비용을 받게 되고 필요하면 조선소에 금융대출지원을 추가로 하여 은행자체의 이익획득을 도모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까지도 조선소와는 별개인 독립법인 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을 서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물론 금융기관으로서의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일부 중대형 급의 상대적으로 튼실한 조선소에만 한하며, 몇 해 전부터는 수출입무역을 하는 국제무역회사들이 정부의 허락 하에 은행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중소형조선사의 절실히 필요한 금융지원 요구에 부응하여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해주고 있다.

비금융기관의 성격을 내재한 국제무역회사가 신조선박 RG발행업무에 참여하려면 은행에 신용공여한도(Line of credit-은행이 고객에게 정해준 신용대출한도) 즉 은행의 인가가 있으면 되는데, 주로 국자위(國資委-국유자산관리위원회. 2003년 설립되어 중국의 비금융계 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기관) 소속이거나 자금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어있는 국제무역회사들이 유리하다.

조선소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기관을 통하여 환급보증을 발급할 것인가는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통하여 벌어들일 영리공간의 크기 및 은행의 미사용 신용공여한도에 달려있다. 조선소가 은행에 미사용한 신용공여가 충분히 있는 조건이라면, 조선소는 융자자본금이자가 비교적 낮은 은행을 선택하여 RG발급을 하게 되며 이와는 반대로, 은행에 조선소의 신용공여한도가 적거나 없으면 자산을 담보로 잡혀야 하기에 기존 관행과는 달리 은행이 아닌 무역회사를 선택하여 환급보증을 발급받게 되며 무역회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은행보다는 높은 이자의 융자를 제공받아 선박건조를 개시하게 된다.

2009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이후로 4년이 지나 조선해운업계의 낙관적인 기대와는 어긋나게 조선업 하향기가 지속되는 2013년 무렵부터 은행이 환급보증발행업무에 신중을 기하게 되자 그 틈새에 일부 무역회사들이 들어와 고위험고수익의 환급보증업무와 고이자융자금을 제공하여 실리를 챙기는 현상이 특히 건조기술력과 관리시스템, 금융구조가 취약한 일부 대형조선소와 중소형조선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낮은 성장률을 보이며 과잉선복, 해운운임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주한 선박을 제때에 인도할 수 없는 현상이 연출되자 RG발급을 해준 은행은 물론 후발주자인 무역회사들도 이윤은커녕 손실을 안고 선주사가 이미 지불한 선수금을 반환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부분이 있다면, 중국의 경우엔 조선소들에 RG발급을 해준 무역회사들은 다 국자위 소속의 무역회사들이라는 것이다. 즉 건조과정에 금융을 제공한 은행과 무역회사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가에 떠넘기게 되어 진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신조선박 RG발급의 대표적인 이슈는 중형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다. 이 두 조선소에 RG발급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의 분석과 제안을 들여다보면, 금융지원을 계속하여 살려내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가치가 더 높다는 것과 RG발급 조건으로 임금동결 및 인력감축이 필수라는 내용으로 귀결되고 있다.

조선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선박의 건조가격 중 55~60%는 장비의 구입과 설치에, 25~30%는 철판, 10~20%가 인건비로 구성이 되어있다. 조선소마다 장비의 구입과 설치 및 철판의 구입비용은 엇비슷하지만, 인건비는 현재 중국의 중소형조선소의 인건비와 적어도 3배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이윤창출이 기업의 본질임을 강조하는 금융권의 임금동결, 인력감축 제안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권에서 RG발급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한국 중소형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려고 시도하던 선주사들이 중국이나 일본의 조선소에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자가 참여한 신조프로젝트 차 머물렀던 모 중형조선소인 경우, 무역회사가 RG발급을 해준 불가리아 선주사의 42,3000dwt 1,2차 벌크선, 독일 선주사의 12,500dwt 1,2차 다목적운반선, 한국 선주사의 6척의 스틸코일운반선 등 신조선박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과정이 있었지만 쌍방이 협의한 계약기간 내에 인도되어 다 성공적이었다.

과거에 SPP조선소와 성동조선해양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중국의 일부 중소형조선소가 RG발급 후 성과 실패의 이유는 대개 뒤떨어진 상세설계와 생산설계 능력, 복잡한 인사(人事)시스템, 경험이 옅은 관리자들의 부적당한 관리로 인해 선주의 까다로운 건조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여 빚어진 결과라고 보여 진다.

바꿔서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신조선박수주와 관련된 RG발급의 어려운 국면은 한국 조선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권에서 RG발급을 한 이후 중소형조선소는 선주의 요구사항, 설계와 생산품질, 안전관리 등에 보다 높고 섬세한 노력을 기하고 부패가 없는 투명경영에 임하면 조선업 엄동기를 지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첨언하자면, 한국은 중국보다 앞서가는 조선강국이기는 하나 서로서로 배울 점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국영조선소가 아닌 민영 중소형조선사의 RG발급은, 규모가 있는 기업-국제무역회사가 RG발급이 필요한 조선소를 찾아 나선다는 사례도 어려움에 처한 한국 중소형조선소의 신조선박 RG발급에 참고할 가치는 있는 듯하다.

중국의 중소형 민영조선소들에 RG발급을 해준 은행과 무역회사는 다 국자위 소속 기관이라는 점도 참작하여 채권단의 임금동결 및 인력감축의 요구에는 어려운 생계문제에 직면한 경남지역민들의 고충을 살펴 국가의 지원과 역할, 중소형조선소를 향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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