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만리 독일 땅에 잠든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의 유해가 곧 고향 통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는 최근 윤 선생의 묘소 이장과 관련한 공문을 독일 베를린시로 보냈고, 이에 대한 베를린시 반응을 외교부가 전문 형태로 전달받았다.

전문에는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이 묘소 이장을 바라는 유족의 뜻을 잘 알겠으며, 베를린시 산하 슈판다우 구청에 이장과 관련한 공식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통영시는 정식 공문을 받는 대로 윤 선생의 묘지 이장 TF팀을 구성, 이장 절차를 본격 진행할 방침이다.

독일 현지 이장 과정에는 선생의 딸 윤정 씨도 동행할 예정이다. 베를린 묘소는 이장하되 그 자리에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묻혔던 곳'이라는 기념 표석을 세울 방침이다.

고향 묘소는 '통영의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선생의 생전의 뜻에 따라 통영국제음악당 앞 언덕이나 윤이상 기념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윤이상은 지난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2년간 옥고를 치른 뒤 독일로 추방됐다.
지난 2006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동백림 사건은 독재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결론 났지만 거듭된 이념논란 속에 죽어서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윤이상 선생은 세계가 인정하는 음악가이자 통영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유럽의 평론가들에 의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생의 귀향을 바랐던 통영시와 지역 문화예술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선생의 행적과 이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죽어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한 예술가의 귀향 앞에서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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