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차관

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차관.

먼저 '서필언 통영·고성발전연구소'가 주관하고 '한산신문사'가 후원하는 통영 고성 리더스 아카데미에 쏟아주신 관심과 성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아카데미는 전국에 계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영으로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최고관리자 과정인데, 예상보다 큰 반향이 있어 매우 고무적인 생각이 듭니다. 2기 3기 계속될 앞으로의 과정에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벌초다 제수음식 장만이다 해서 몸과 마음이 분주한 때입니다만 올 명절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여름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생활물가가 올라 주부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민족의 큰 명절인 만큼 슬기롭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 친지간의 우애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근래 몇 주 동안 계속 민생투어를 다녀봤습니다. 시장 상인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상당히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근래 몇 해 동안 우리 지역은 조선 경기 하락의 부족분을 관광으로 일정부분 메워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현재 통영케이블카는 탑승객 1,300만명이 넘은 상태에서 현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 신상품인 사천케이블카의 개통은 하락세를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를 극복할 묘안이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시점이 미래도시 100년 계획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륵도 폐조선소의 도시재생사업이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주 국제공모를 통하여 당선된 도시재생 마스트플랜 당선작은 통영의 공예와 예술 등 전통적 12공방을 모티브로 한 ‘12개 교육프로그램’을 단지 내 배치하여 통영의 재생을 이끌도록 기획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단편적으로 보도된 것만 알 뿐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릅니다. 그곳에 통영생각이 통영빛깔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배가 떠났으니 지켜봐야 하겠지만 통영시는 외부 전문가가 만든 플랜에 따라가기 보다는 보다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시민의 생각을 묻고 생각을 반영하는 순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제 통영 고성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업을 해온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100년을 내다보고 큰 틀에서 도시를 디자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입니다. 좀 더 스마트한 상상력과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지역은 아름다운 항구가 있고, 섬이 있고, 들과 마을이 공존합니다. 어느 곳에는 친환경적인 첨단산업을 유치하여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또 어떤 곳은 물과 수변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쾌적하고 윤택한 도시, 즉‘상상이 현실이 되는 도시’를 조성해 가야 합니다.

도시재생 사업 또한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바램이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우리는 가장 통영적이고 독창적인 문화 모델로 재생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아이디어는 가장 통영다울 때 빛을 발합니다. 우리는 흔히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벤치마킹이 능사는 아닙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통영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천 케이블카의 경우에서 보듯,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시설을 하면 언젠가는 시장성을 뺐길 우려가 있습니다.

기왕에 하는 것이라면 지역에 합당한, 지역에 친화된 시설과 사업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다른 도시에서 흉내 내지 못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한 세기를 앞당겨 내다보는 지혜를 발휘하는 선진 도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행정기관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나가고 시민은 꾸준한 관심으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곳의 한 걸음 한 걸음에 내 생각이 묻어있다는 자긍심을 전해 주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술년 정겨운 추석 맞으시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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