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섭 <시조시인·2018년 김상옥시조문학상 심사위원>

박기섭 (시조시인·2018년 김상옥시조문학상 심사위원)

2018년 9월 15일자 한산신문에 게재된 김보한시인의 "2018 '통영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대한 소견” 제하의 글을 읽고 심사를 맡은 사람으로서 심회의 일단을 밝히고자 한다.

이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황당무계'였다. 이런 시각과 의식으로 어찌 문학과 예술을 운위할 수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이런 글이 어떻게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지면에 버젓이 실릴 수 있는지 개탄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글쓴이가 이 같은 참언을 늘어놓은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했다. 그는 '통영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을 두고 이런 저급한 작태를 되풀이한, 말하자면 '상습 언어테러 자'였던 것이다. 그가 통영문학상의 여러 부문 가운데서 유독 '김상옥시조문학상'만을 들고 나온 데는 어떤 저의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거나 지엽적이라면 지극히 지엽적인 이런 분란이 자칫 통영 시민들의 정서를 오도하고, 예향 통영의 품격에 먹물을 묻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저어되어 이 글을 쓴다.

한산신문에 게재된 글은 '시민기자'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나, 기사라기보다는 사견으로 일관한 기고문의 성격이 강하다. 기사로 보기에는 제대로 된 취재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울뿐더러, 객관성이나 사실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 스스로 '필자'라고 밝힌 데다, "본인은 김상옥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초정기념사업회》의 추진위원장으로서"라거나, "초정 김상옥 선생님을 오랜 간 모셨던 제자로서" 운운하는 따위가 그런 혐의를 짙게 한다.

글쓴이는 예의 독선과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힌 채 '상습 언어테러' 행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먼저, 그는 "'김상옥시조문학상'을 수상한 수상자가, 프로필에 '통영문학상'으로 표기"한 것을 두고 "웃지 못 할 촌극이니",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느니, 심지어는 "명예훼손에 해당 된다"는 극언까지 쏟아 붓고 있는데, 이야말로 '웃지 못 할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아시다시피 '통영문학상'은, 시 부문(김춘수시문학상), 시조 부문(김상옥시조문학상), 소설 부문(김용익소설문학상) 등 3개의 문학상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그러니 부문별 이름을 쓰든 포괄하는 이름을 쓰든 그것은 순전히 쓰는 이의 뜻일 뿐, 하등의 문제가 될 게 없다. 이를 두고󰡒명예훼손󰡓까지 운운하는 그의 행태야말로 '명예훼손'의 우려가 다분하다고 본다.

올해 '통영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글쓴이의 장황한 언급은 저열하다 못해 아예 인신공격에 가깝다. 수상자의 과거 '청마문학상 신인상' 수상 이력을 들먹이며, 이로 말미암아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다음해부터 시조 신인상 부문은 삭제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다음해'에도 엄연히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등단 32년차󰡓라는 본인의 경력을 앞세우며"더도 덜도 아닌 솔직한 평󰡓이라고 덧붙인 당시 수상작에 대한 그의 '평'이다. 말은 '평'이라 했지만, 이 글은 객관성 따위는 아예 안중에 없는 논조다. "표현의 미숙"이니, "주제를 반영하는 데, 부족함을 나타낸 기형시조"니, "의욕이 앞서서 도리어 화를 자초한 경우"니 하면서 마치 스스로 전지자라도 된 양 독설과 폄훼로 일관하니 말이다. 심지어는 "그때 청마문학 시조 신인상은 잘못 뽑았다. 민망스러운 작품임에 틀림없다."고 단정 짓기까지 하니, 이는 당시 심사위원의 안목과 자질까지 깡그리 무시한 몰염치와 오만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글쓴이의 그릇되고 뒤틀린 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수상자가 올해 '통영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을 받게 된다니, 우연치고는 곡절이 애매하게 드러난다"며, 본인의 말 그대로 '곡절이 애매한' 췌언을 늘어놓는다. 그는 올해 수상자의 등단 연조를 운위하면서 엉뚱하게 "등단 30년 전후의 명망 있는 시조시인을 당선자로 내미는 일부 제도가,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고 주변인의 공감대를 받는다"는 생뚱맞은 주장을 덧붙인다. 과연 그런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국내의 유수한 어떤 문학상도 '등단 30년 전후'를 수상 조건으로 내세운 상은 보지 못했다. 작품성과 공헌도를 따져 수상자를 결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연조가 높은 시인들한테 수상 기회가 더 주어졌을 뿐이다.

어떤 심사든 심사를 맡은 이에게는 그 나름의 준거와 관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토대로 개개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꼲고 따지는 숙고와 판단의 시간이 곧 심사 과정이다. 올해 '김상옥시조문학상'을 심사하면서 특히 유의하고 주목한 점은, 앞으로 이 상의 변별력과 자리매김을 위한 '방향성'을 잡는 일이었다. 심사위원의 이런 고심과 관점은 이미 심사평을 통해 밝혀놓은 바다. 따라서 "올해 수상자의 등단 나잇살로 보면, 한 10년은 더 정진하고 반듯한 시조문학상 1~2개 정도 수상한 후, 공모를 통해 평가 받길 희망한다"는 글쓴이의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것은 그저 사심과 감정을 떨치지 못한 피상적인 견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의 논조나 정황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올해 수상 작품집(『못의 시학』)이나 심사평을 읽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면서 "유명 문학인의 시업을 기리는 예우에 한참 어긋난다"느니, "품격의 격하"니, "질 낮은 문학상 제조공장"이니 하는 따위의 망발을 내뱉는 것은, 스스로 '예우도 품격도' 모르는 '질 낮은' 본태를 보여주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거듭 말하거니와, 2018년 '김상옥시조문학상'의 심사는 정해진 규정과 절차, 주어진 권한과 책임에 따라 엄정하게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때문에 "밀실 짜깁기라는 비난"은 터무니없는 오도요, "시민의 세금으로 장난질의 요령"을 흔든 바가 추호도 없다는 점 또한 분명히 밝힌다.

또 하나 덧붙일 것은 글쓴이가 주장하고 있는 '공모제' 문제다. '통영문학상'의 경우 처음 몇 해 동안 이 제도를 시행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여러 폐해가 지적됨에 따라 오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제도로 정착된 것으로 안다. 그럼으로써 종전의 임의적인 시상 관행에서 벗어나, 통영시 조례에 의해 정당한 법적 지위를 부여 받는 순수문학인상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제대로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 치고 공모제를 채택한 예는 거의 없다. 공모제는 어디까지나 신인(상)을 뽑는 데 유용한 방법으로 간주될 뿐이다. 이미 폐기된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새롭게 채택된 방식의 신뢰를 높이는 데 다 함께 힘을 쏟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 모쪼록 ‘청마문학상’과 '통영문학상'이 예향 통영의 향기와 품격을 드높이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어지러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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