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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숲 가꾸기인가요?삼봉산 간벌 사업 다음부터 하지 말아주세요

통영시 공원관리과가 용남면 삼봉산에서 숲 가꾸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내 현수막을 보니 2018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답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소나무 아래 무성하던 키 작은 활엽수들을 모두 베어버렸네요. '숲 가꾸기'의 내용이 '나무 베어내기'인 모양입니다. 저는 이런 사업을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불필요한 간벌 사업

잡목 간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잡목 간벌은 1960년대에 식재한 소나무 등을 잘 키워내서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소나무 이외의 잡목들을 베어내던 사업입니다. 즉, 소나무를 잘 키워내기 위해 잡목을 베어내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 소나무를 목재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소나무는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한 것들입니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수입산에 비해 작기 때문에 반듯한 목재를 필요로 하는 건축이나 가구 제작에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에 의해서 재선충병이 발생한 지역의 소나무는 결코 반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남면 삼봉산 일대도 이미 오래 전에 재선충병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 곳의 소나무는 목재로 사용하기는커녕 반출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목재로서 사용하지도 못할 소나무를 가꾸기 위해서 소나무 이외의 잡목들을 베어내는 황당한 사업이 바로 이 사업인 것입니다.

살아있는 숲의 가치

베어낸 잡목들은 '잡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소중한 가치를 가진 나무들입니다. 이 나무들 중엔 한약재로 사용되는 나무도 많고, 또 나무뿐만 아니라, 나무 그늘에 사는 풀들 중에도 한약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에 보이는 것은 삼봉산에 사는 말오줌때나무의 열매인데요, 빈혈, 어지럼증 등에 효과가 좋고, 골수 생성에도 좋아서 뼈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한약재로 쓰는 나무들이 한 두 종류가 아닙니다.

숲은 홍수 예방과 가뭄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나무의 뿌리 등이 빗물을 잡아두었다가 마른 날에 조금씩 산 아래로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1990년대 이후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어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소련 등에서 연료 수입을 못하니 주민들이 나무를 땔깜으로 쓰면서 숲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용남면 삼봉산 아래에 있는 동달리에서도 지난 여름 폭우 때 홍수 피해를 겪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잡목을 베어내면 홍수 피해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번에 벌목을 한 숲에는 여름마다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날아와 번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새들은 습도가 매우 높고 숲이 무성해서 어두운 곳에 삽니다. 팔색조는 활엽수 잎 밑에서 지렁이를 잡아먹고, 긴꼬리딱새는 물 웅덩이같은 곳에 날아드는 나방들을 잡아먹습니다. 그러니, 습도가 낮아지면 이런 먹이들이 줄어들어 새들이 살아가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무성한 활엽수 잎으로 잘 가려져 있어야만 고양이같은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간벌로 숲이 밝아지면 이런 멸종위기종 새들이 번식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서 공기를 훨씬 더 맑게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요.

이런 여러 가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나무 한 그루가 1억 4천만원의 가치를 가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번에 간벌 사업으로 베어낸 잡목들의 숫자를 1천 그루라고 한다면, 1400억원이나 되는 우리의 재산을 파괴해 버린 셈입니다.

결론 : 다음부터 하지 마세요

삼봉산 숲 가꾸기 사업을 하면서 잡목들을 베어낸 업체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통영시와 계약에 따라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더욱이 이 업체는 계약에 따라 일을 했으므로 이 업체의 이익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사업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내년부터는 절대 이런 짓 좀 하지 마십시오.

숲을 가꾸는 사업 자체는 필요합니다. 숲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니까요. 하지만, 숲을 가꾸는 방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잡목을 간벌하는 방법은 50년 전에나 필요했던 사업일 뿐, 지금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숲 가꾸기를 하려거든, 21세기에 맞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과 숲을 탐방하면서 숲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교육하는 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숲의 가치를 더 배워나가는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통영시가 제발 잘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장용창<(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 소장, 행정학 박사>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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