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문득 비상(非常)한 상황에서 살신성인하는 이들을 보고서야 그들이 있어 우리가 안전했음을 퍼뜩 깨닫곤 한다.

고(故) 정호종(34) 통영해경 경장도 그러한 깨달음을 남긴 채 영면했다.

통영 홍도 해상 동굴에 갇힌 다이버들을 구조하고 순직한 정 경장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몸 바친 해경의 귀감이다.

순경으로 임명된 지 만 1년 2개월, 남해안 인명구조 거점 파출소인 장승포 파출소 근무 만 1년 1개월의 패기 넘치는 해경이었다. 2.5m가 넘는 조류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물밑 등 최악 조건을 무릅쓰고 잠수 한계를 넘는 위험한 임무에 앞장섰다. 투철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기리며 깊이 애도한다.

거제의 아들로 태어나 고향 바다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해경. 해병대 수색대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이라크 파병을 떠난 용감한 청춘. 국민에게 기적이 되어줄 수 있는 해양경찰이 최종 꿈이었던 그는 35번째 생일을 불과 6일 앞둔 6월 6일 홍도 앞바다가 마지막 출동이었다.

9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葬)으로 열린 영결식에서 구자영 청장은 "짧은 생이었지만 구조현장에서 선두에 서서 살신성인하는 정신으로 초지일관했다. 목숨 바쳐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그 가치, 남아 있는 우리들이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동료 반윤혁 순경 역시 "죽음의 문턱에서도 해경 본연의 임무를 지킨 당신. 성실함과 따듯함, 그리고 푸른 바다 위에 남겨진 당당함, 헌신과 불굴의 그 정신은 이제 우리 가슴 속에 새기며 해경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고별의 인사를 했다.

그의 동료들은 그의 분한 죽음에 겁먹지 않고, 오히려 봉사와 책임을 다하는 데 더욱 힘쓸 것을 다짐했다.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사고의 현장에서 두려움 없이 몸을 사리지 않는 그와 그의 동료들, 대한민국 해경이 있기에 안전한 오늘이 있음을 새삼 감사하게 된다.

아들의 35번째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맛있는 음식을 해 줄 생각만을 했다는 그의 부모님의 슬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정호종 경장이 우리의 안녕을 살폈듯이 우리 사회도 남은 가족들의 안녕을 살피는 데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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