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필언(통영경제사회연구소 이사장, 전 행정안전부 1차관)

통영의 구 신아SB조선소 부지에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의 국토재생 뉴딜사업 공모전에서 선정되어 문재인 정부 제1호로 추진 중인 “지역경제 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이다. 제1호라는 상징적 의미만큼 중앙정부의 관심도 뜨거웠다.

2018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지역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사업인 만큼 지역전체를 놓고 큰 틀에서 사명감을 갖고 추진해 달라”고 강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는 통영시민들의 기대는 매우 컸다. 대한민국의 말뫼니, 통영의 구겐하임이니 하는 큰 기대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 사업의 목표는 “시가지내 폐 조선소의 재생을 통한 글로벌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이다. LH공사, 통영시, 경상남도, 중앙행정기관 그리고 민간이 이 사업에 함께 참여한다. 국제공모를 통하여 사업의 기본구상이 만들어 졌는데, 이는 세계적 수준의 사업을 국제적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인식되었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에는 마리나 호텔과 리조트 등 상업시설. 컬쳐센터·아트빌리지 등 복합 문화예술시설, 해양공원·스카이도크 등 수변 문화레저시설, 창업 및 메이커스 마켓 등 창업지원 연구시설, 수변주거 및 커뮤니티 센터 등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만 되면 우리 통영은 문화·관광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될 것이다.

사업의 기본골격이 확정되고 LH공사의 부지 매입과 사업자의 선정 등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말 마중물 사업이라 할 수 있는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센터」가 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창업을 지원하는 이 플랫폼 센터 이외의 사업들은 추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플랫폼 센터의 활성화가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사업기간이 몇 년 남지도 않았는데 주된 사업들을 추진하는 포크레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사업추진의 동력이 많이 상실된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사업비 감소만 봐도 그렇다. 당초 총 사업비 약 1조 2천억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 대부분이 중앙부처 연계사업비와 민간 투자부문이다.

특히 중앙부처 연계사업비가 대폭 축소됐다는 사실은 사업의 빨간불이 켜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중앙정부의 관심이 그만큼 시들해졌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정부가 큰소리치면서 내 놓은 상징적인 사업인데 시간이 좀 지났다고 중앙정부가 슬며시 발을 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쪼그라든 중앙부처 사업비를 다시 원 상태로 돌리고 조기 투자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간투자자들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이다.

사태가 어렵게 흐르고 있는데도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LH공사는 너무 느긋해 보인다. 사업장 내의 기초 인프라 구축공사를 조속히 그리고 충실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업 초기에 비해 코로나19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문제 등 많은 변수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초기 잠깐 반짝했던 중앙정부의 관심이 사그라 들고 있으니 혹시라도 적당하게 사업을 축소 마무리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빠지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아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은 통영의 미래가 달려 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초 계획한 대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핵심 사업시행자인 LH공사의 분발을 촉구하는 이유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통영시에서는 LH공사가 당초의 약속을 지키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사업시행자인 LH공사부터 중앙정부와 민간 등 사업성공의 열쇠를 쥔 3각 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통영시민들은 또다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도남관광단지의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떠오르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국내 굴지의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매립한 땅에 달랑 리조트 하나 짓고 아직까지 미개발지로 남아있는 도남관광단지를 우리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신아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또다시 그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이다. 국가사업의 특성상 사업의 추진이 조금 늦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본질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사업내용이 축소되어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지역정치권과 지방정부의 초당적인 연대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시장과 도지사가 함께 뜻을 모으고 시민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두 모여 한시적으로라도 TFT(Task Force Team)를 조직해서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통영은 역사상 가장 큰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통영의 암울한 경제지표나 읊조려서는 안 된다. 우리야 그냥 이대로 살다 가면 그만이겠지만 우리의 부족함 때문에 후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의 발전에는 항상 어떠한 계기가 있는 법이다. 현 시점에서는 KTX 조기착공과 더불어 신아SB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그러한 모멘텀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가 본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최대의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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