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도의원
중국 4 대 미녀 중의 한 사람인 왕소군은 “오랑캐 땅에는 향기 나는 꽃이 없으니 (胡地無芳草 ),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春來不似春 )”고 노래했는데 , 요즘 통영의 현실을 빗대어 말하자면 “통영에 놀러오는 사람이 없으니 (統營無遊客 ), 여름이 와도 여름 같지 않다 (夏來不似夏 ).”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매년 여름이면 통영 곳곳을 찾던 휴가객들로 시내의 교통이 마비되고 각 상점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것이 어제 일과 같은데 , 코로나 19 의 장기화와 국내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인해 올해의 여름은 평소와 같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
그런데 이러한 통영의 여름 상황을 오로지 외부의 사정으로 돌리기엔 문제가 있는 듯하다 . 왜냐
하면 이러한 불황 여파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통영만의 것이 아니며 , 이러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지역도 많기 때문이다 . 즉 , 외부 사정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
생각해보면 지방자치제가 부활 되고 난 뒤 , 전국은 말 그대로 자치단체들 간의 춘추전국시대였다 . 종래의 관선 단체장들이 그저 임지에 파견된 관리로서 중앙정부의 지시를 충분히 이행 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쳤다면 , 지방자치제 하의 민선 단체장들은 뜨거운 애향심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들을 수립 ·추진하면서 자치단체들끼리의 경쟁은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 각 지역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립의 골이 생긴 적도 많았지만 ,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역맞춤형 정책들이 대거 입안되었으며 , 그 결과 30 년이 지난 오늘에 각 지역들은 그 동안의 노력만큼의 성적표를 얻게 되었다 .
우리 통영을 생각해보자 . 30 년 전 충무시의회가 부활되고 통영군의회가 새로이 설치되었고 , 이후 1995 년 통합 통영시가 출범하여 새로운 전기를 마련 후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 그동안 향중부로 (鄕中父老 )의 고견과 선배 공직자들의 열정 어린 헌신으로 통영은 종래의 수산업 도시에서 문화예술관광 도시로의 체질 변화에 성공하였으며 , 특히나 13 만 시민들의 하나 된 마음으로 조선업 위기를 잘 돌파해 나가고 있다 . 이 정도면 지난 30 년간의 통영시 성적표는 우등 정도는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하지만 우리 통영 사람들이 어디 우등으로 만족할 사람들인가 ? 최고와 제일을 고집하는 우리 통영 사람들의 기질을 볼 때 아직도 더 노력해야 한다 . 즉 , 그 동안의 통영시정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지만 , 시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적을 낸 것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 그런 면에서 현재의 통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이며 , 전략적인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
이와 관련해 큰 시사점을 준 사례가 바로 프랑스의 마르세유라고 생각한다 . 마르세유는 여러모로 통영과 닮은 점이 많은 도시이다 . 우선 지중해와 한려수도를 낀 아름다운 항구도시들이며 , 카이사르와 나폴레옹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라는 세계적인 전쟁 영웅들의 자취가 서린 곳이기도 하고 , 여러 문화예술인들이 사랑한 도시라는 점도 공통점이라 하겠다 .
특히나 주목할 만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 마르세유의 경우 2001 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파리와의 시간적 거리가 종래 8 시간에서 3 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 즉 , 마르세유의 발전이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때에 테제베 (TGV)가 개통되면서 외부와의 왕래가 활발해지게 되었고 , 그것을 계기로 마르세유는 문화예술 정책에 집중하면서 2013 년 유럽문화수도의 명칭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 이러한 여세를 몰아 침체되었던 지역경제까지 활성화되면서 마르세유는 현재 제 2 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
지금 통영도 정말 중요한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숙원사업이었던 한산대첩교의 건립이 확정되었고 , 서울과의 시간적 거리를 대폭 줄여줄 남부내륙고속철도 (KTX)의 착공을 앞두고 있어 , 아마 이것들이 완공될 때에는 과거 대전 -통영고속도로의 개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에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2040 그랜드 대 통영 건설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3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첫째 , 문화예술관광 도시로의 독보적 지위구축과 도시브랜드 강화 정책이다 .
통영의 핵심 도시브랜드는 문화예술관광이 되어야 한다 . 저번에 통영의 도시브랜드 순위가 전국 130 위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 이러한 결과는 역대 통영시정에서 도시브랜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 그런데 브랜드 가치라는 것이 포장만 요란하게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오히려 내실 있는 알맹이에 적절한 홍보가 가미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 특히나 문화예술의 경우 아무리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예술적 감각이 없어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예들이 부지기수인 점을 감안하면 ,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
필자는 이를 위해 프로의 최고 예술가들은 예술가대로 , 일반의 참여 예술인은 예술인대로 각각 세분화되고 특화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즉 , 전국의 최고 예술가들이 언제든지 통영에 와서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시 (市 )에서 행정적인 뒷받침을 제공하는 한편 , 일반 시민들도 활동할 수 있는 예술적 영역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도록 , “같으면서도 또 다른 정책 ”을 추진해야 한다 . 즉 , 통영은 연중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어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통영을 찾아올 수 있게 만들며 , 이를 기반으로 문화 , 예술 , 관광 도시로서의 확고한 도시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둘째 , 인근 시군간의 연합체를 통해 적정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
우리 통영의 인구는 지난 20 년 동안 14 만 명을 내외를 기록하다가 최근 3 년 사이에 1 만 5 천 명이나 감소하였고 , 특히나 감소 인구의 대부분이 핵심적인 생산인구라 할 청년층이어서 지역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인근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작게는 인구 20 만 명 규모 , 많게는 50 만 규모의 “적정 경제 ”를 만들 필요가 있다 .
특히 고성은 지리적으로 통영반도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계속해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금도 행정적 ,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이미 지난 2012 년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구역 통합 논의 때 , 통영 63.3%, 고성 52.9%의 통합 찬성 의견으로 당시 전국 6 개 통합 건의지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통영 -고성 통합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 통합의 방법 역시 점진적으로 추진하여 통합으로 인한 충격도 최소화 할 수 있는데 , 그것은 자치단체들끼리의 다양한 연합체를 만들 수 있는 법적근거를 내년 시행될 개정 지방자치법에서 마련했기 때문이다 . 광역단체들의 연합체인 부울경 메가시티와 같이 기초단체끼리 모여서도 얼마든지 이러한 연합 행정체계를 만들 수 있으며 , 우선 통영 -고성 연합체를 만들고 , 더 나아가 거제까지 포함한 50 만 통고거 (統固巨 ) 종합 자족도시까지 바라볼 수 있다 . 이를 통해 남부 경남에서 창원과 진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통영 중심의 새로운 도시경제체계를 만들어 통영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
셋째 , 시민의 힘을 행정으로 끌어들이는 시민주도형 정책 추진이다 .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는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주민의 복리 증진에 있다 . 복리를 증진한다는 것이 매우 추상적인 말로 들릴지는 몰라도 ,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주민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일체의 행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 물론 시민의 대표로 뽑은 각종 선출직 공무원들이 있지만 , 제도권의 한계로 무수히 많은 의견을 모두 정책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 필자 역시 기초와 광역의회 의원을 거치면서 이러한 한계를 무척 공감했었다 .
이에 , 이미 제안한 적이 있는 “TILA 100 인 회의 ”를 통하여 통영의 발전과 관련된 여러 의견들을 나누면서 시민의 힘으로 통영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회의는 단순한 천편일률적 행정자문 기구가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고 또한 행정에 구현할 수 있는 통영 발전의 정책타워이자 실행본부로 활용해야 한다 . 즉 , “TILA 100 인 회의 ”가 기존의 의회와 집행부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기존의 체계에서 논의되지 못한 과제를 과감하게 발굴하여 시민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되게 해서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 그렇게 해서 시민이 행정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해서 스스로의 복리를 증진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되며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 이로써 하늘이 도와 길하며 이롭지 않음이 없다 (是以自天祐之 , 吉无不利 )고 주역 계사전에서 말했다 . 이 말씀의 요체는 곧 변화와 혁신이다 . 변화하는 자만이 하늘의 도움으로 길한 이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 타성에 젖어 눈은 과거에 , 발은 현재에 각각 묶여 있다면 그 결과는 쇠퇴와 소멸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
이제 통영도 지난 30 년의 지방자치를 총결산하고 새로운 2040 그랜드 대통영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 언제까지 현상 유지의 답답한 정책만 고집할 것인가 ? 오직 미래를 향한 끝없는 변화와 혁신만이 시민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다 . 2040 그랜드 대통영의 시작은 미래를 향한 변화와 혁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시민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관심을 부탁하며 글을 맺는다 .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