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바다의 땅이다. 이 말은 통영이 단순히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지리적·물리적 관점을 떠나, 바다가 통영에 있어 일종의 안태(安胎) 즉 고향과 같은 정신적·문화적 관점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통영 출신 예술가들은 유독 바다를 사랑했었다.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은 그의 음악적 기원이 통영 앞바다의 조수음(潮水音)에서 시작되었다고 했으며, 뼛속까지 통영인이었던 전혁림 화백 역시 코발트색으로 진한 통영의 향기를 그려냈었다. 청마 유치환 시인도 그의 대표작 깃발에서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 손수건”을 노래했으며, 박경리 선생도 통영을 배경으로 대표작 파시(波市)를 집필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통영과 바다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한 몸 같이 여기며 살아왔었다. 한마디로 통영에서의 바다는 지역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통영 바다에 난데없이 해상풍력발전소를 설치한다고 한다. 그것도 멸치, 감성돔, 볼락 등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한 욕지도 해역이란다. 이미 2008년부터 10년 넘게 부산신항 건설을 위해 모래채취가 이루어져 어장에 심각한 타격이 온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해상풍력발전소까지 만들어지게 된다면 욕지도 해역은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통영과 경남 어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2019년 5월 경상남도의회 제363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이 사업의 부당함을 알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무리하게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고 그 결과 올해 5월에는 욕지 해역에서 남동발전이 설치하려 했던 해상풍력 계측설비 구조물이 근해 자망어선과 충돌하여 어선이 대파한 사고까지 발생했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해서 이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를 면제하고 일괄 처리해 신속히 풍력발전사업이 실시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민과 어민의 생존권을 무시한 채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어민들도 앉아서 죽을 수만 없다며 지난 6월 30일 경남 선적 어선 470여 척이 욕지도 해역에 집결해 해상풍력 발전 결사반대의 목소리로 정부를 규탄하여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필자는 이러한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것의 추진에 적극 반대한다.

첫째, 주민의 동의는 물론 공익적 필요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는 국민 또는 주민들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해당 주민들이 그들의 복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사업을 반대한다면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업이 공익적 필요가 해당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하다면 해당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러한 법리를 수용(收用)의 비례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반드시 통영해역에서 추진해야 할 공익적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발전사업체와 결탁한 사람들이 발전사업 찬성단체를 만들어 해당 권역의 주민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찬성의견 동의서를 받는 등 적법한 행정절차를 뛰어 넘어 주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있다. 다시 말해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함은 물론,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중대하고 긴급한 공익적 필요도 없는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둘째, 졸속으로 추진되는 친환경의 탈을 쓴 환경파괴의 모순적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소위 “재생에너지 2030 이행계획”의 하나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즉,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에너지 수급 체계를 개편해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려는 이른바 탈 원전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탈 원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강제할당식 사업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심 50m 미만, 풍속 6m/s의 조건을 지닌 곳이 해상풍력의 적지로 거론되는데, 지난 10년간의 연구결과 욕지 해역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욕지 해역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황금어장이어서 이 사업이 추진되면 바다 환경의 파괴가 불가피해서 수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양자가 서로 존립할 수 없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관계로 결국 어느 하나의 양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환경파괴를 우려하여 탈 원전, 탈 탄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것의 대안으로 해양환경이 파괴되는 해상풍력 발전을 도모하고 있어 모순적 정책이라 하겠다. 만약 이 사업이 추진된다면 통영 해역은 죽음의 바다로 철저히 파괴되어 이 지역의 경제·사회·문화는 그야말로 소멸하게 될 것임을 상기한다면 당연히 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셋째, 행정의 일관성 부족과 지역의 특성이 결여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시초는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 출발하였고, 이에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장 후보가 욕지도해상풍력발전단지의 조성을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그 당시 경남지사에 출마한 인사조차 역시 이 사업을 경남 5대 주력산업의 하나로 육성하고자 하여 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설비 및 개발 사업비로 통영시비와 도비를 포함한 31억 원이 투입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어민을 비롯한 주민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주민들이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어, 현재 시에서는 사업과 어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서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관성이 없는 시의 입장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으로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섬 지역을 종합적으로 개발한다는 시의 지역적 특색이 매몰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즉, 섬 지역의 종합적 개발은 생태 보전과 그에 따른 관광 산업 활성화를 전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의 오락가락 행보가 정책적 혼란까지 야기하고 있어 이 사업에 대한 시의 분명한 반대 입장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다의 땅 통영에서 자행될 지도 모르는 무차별적 환경파괴에 눈을 감는다면 앞으로의 통영은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 몇 푼 되지 않은 개발이익에 현혹되어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바다를 파괴한다면 그것이 과연 통영다운 일이겠는가? 이미 “부안 방사물폐기장 철회 사례”에서 보았듯이, 주민들의 단합된 힘이 있다면 이렇게 잘못된 사업은 얼마든지 분쇄시킬 수 있다. 중앙정부의 달콤한 유혹에, 해상풍력개발 사업자의 검은 금력에 우리 통영의 영혼과 정신을 팔 수 있는 사람은 감히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번 사업이 지역민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어 청정 통영바다를 지킬 수 있길 기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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