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나고 자란 곳은 한산섬이다. 생각을 정리할 일이 있거나, 의미 있는 일이 있을 때는 부모님 산소를 갔다가 섬을 한 바퀴 돌고 온다. 지난가을부터는 자주 갈 일이 있었는데, 가을이 물들어 가는 제승당을 산책하였다. 잔잔한 바다를 안고 있는 해안선이 아름다운 길을 지나 대첩문을 걸어가면 오래된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바다는 깊은 정취에 빠지게 한다. 충무사에 들러서 분향하고 오면서, 이곳이 평화로운 것은 선조 님의 희생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벅참이 생긴다. 역사 속 위인의 업적 중에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이미 기록과 증거로 남아 있으니, 더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수루에 올랐을 때는 장군의 숨결을 느끼며, 망루였던 이곳을 재현한 것은 후손들이 장군과의 혼연일체를 바라는 의도였으리라. 수루 왼편에는 장군께서 직접 병사들과 활쏘기를 하셨던 한산정 활터가 나온다.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자주 언급했던 이곳에 대한 아쉬운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한산대첩기념비 이야기를 시작한다.

흔히 사람들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한다. 한산대첩기념비는 방문을 거듭할수록 아쉽고 부족하여, 좀 더 보완의 필요성을 느낀다. 기념비까지는 문어포(問語浦)마을에 주차하고 약간의 오르막길을 걸어서 간다. 몇 달 전에 준공 허가가 난 화장실이 있는 오솔길은 바다 건너 통영 케이블카가 보이며 그야말로 오션뷰의 최고라고 할 만하다. 한산섬의 특산물인 두릅 밭이 있고, 멧돼지를 막기 위한 철조망이 입구까지 처져 있는 길의 동백나무 오솔길을 지나면 기념비에 도착한다. 한여름에는 제법 구슬땀을 흘리며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그늘진 곳을 찾게 된다. 필자는 이것만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주차장 옆에 있는 정자에 관해서다. 앉아서도 감상 할 수 있도록 빙 둘러선 동백나무가 있지만, 인적이 드물어 잘 만들어 놓은 정자는 낡아가고 있다. 몇 번을 갔지만, 사람들이 앉아 쉬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편의점을 설치했으면 한다. 마을 공동체로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고 그렇게 되면 마을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곳을 찾는 관광객과 내방객도 생수 한 병이라도 쉽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한산섬의 특산품인 두릅과 시금치 같은 제철 농산물과 수산물도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는 기념비까지 가는 길에 대한 제안이다. 멧돼지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의 철조망 대신에 자연 친화적인 단단한 울타리를 설치하면 좋겠다. 이순신장군과 한산섬에 대한 역사와 지명에 얽힌 이야기와 지역 문인이 참여한 시 작품을 울타리에 보기 좋게 설치하는 것이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멋진 야외 시화 오솔길이 탄생하여 이순신 장군과 한산섬의 이야기가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기념비 주변의 쉼터 설치다. 모두 대리석으로 된 거대한 거북선 위에 세운 긴 기념비가 있는데, 전망대가 아니므로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나, 높이에 비하면 주변 경치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 기념비를 가리켜 “굴뚝”이라고 한다. 굴뚝 운운하며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는 생소하고 황당하였지만 무미건조한 모습과 별다른 시설이 없어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기념비와 그 주변을 보완하고, 가꾸어야 함을 절감하였다.

계절마다 다른 특징으로 그곳을 가면 정자 쉼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그늘조차 피할 데 없는 기념비 주변에는 앉을만한 의자도 없다. 기념비 왼편에 너른 공간이 있으니 잡풀을 제거하고 정자를 설치한다면, 아름다운 한산섬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쉼터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의 징비 정신과 장군의 리더십을 되새겨 볼 수 있고 여유도 느낄 것이다. 제승당 한산대첩기념비의 최소한의 시설로 이 세 가지는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혜의 경관을 가진 통영 한산섬의 제승당은 이순신 장군이라는 거대한 유산을 품고 있다. 상속받은 유산을 잘 보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문화 자원은 장족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통영은 이런 귀한 유산 앞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 하나만으로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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