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국농어업융합연구개발원 원장 경제학박사

이제 선거는 끝났다. 보수고 진보며 하는 지지층 민심도 선거 결과로 성패가 판가름 났다. 이번 시장선거 역시 지난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역전 드라마가 재현됐다. 11만1천592명 유권자 중 1천679표를 더 획득한 천영기 후보가 새 시장으로 당선됐다. 39.93%대 36.13%로 2.8% 차이로 이긴 셈이다.

이제 바톤을 이어 받은 새 시장은 새로운 각오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우선 오랜 코로나와 선거로 힘들고 분열됐던 민심을 다독이고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승자의 겸손한 덕목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선거공약은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후보 간 대체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시민이 원하는 새 시장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한결같이 “시민 보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시장(市長)”을 바랄 것이다.

통영은 예전 조선업을 제외하면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산업화가 미약한 지자체이다. 반면 수산업과 관광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카며, 매력적인 자원을 보유한 천혜의 도시임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지역 농협, 수협에 밀려 신한은행 통영지점이 최근에 거제로 흡수됐다. 이는 전국 멍게·굴 생산량의 70%를 점유하는 통영 수산업의 경쟁력과 경제력을 의미한다.

통영은 우리나라 7개 광역권 중 부산‧경남의 제4권역으로, 남해안 관광 핵심도시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 이전 기준, 관광객을 가장 많이 유치한 제3권역 경북의 안동·영주·문경이 연 관광객 6천만명을 이룬 데 비해 부산‧경남은 4천380만명을 기록했다.

통영 관광의 문제는 케이블카도 개장 초기와는 달리 매력을 잃어 가고 있다. 해양관광 경쟁지역인 여수‧목포 등 새롭고 더 멋진 해상 케이블카와 스카이워크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수 오동도와 목포 유달산은 옛 관광 명소가 됐으며, 특히 여수 밤바다와 예술랜드는 관광객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여수가 예전보다 관광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은 엑스포와 KTX 연결이 한몫 했기 때문이다.우리도 과거 대전-통영 고속도로 개통이 관광을 견인했던 것처럼 남부내륙철도(KTX) 개통이라는 또 한 번의 호재를 안고 있다.

수산업과 해양자원이 중요한 이유는 수산업과 관광업을 융합했을 때 상호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934년 통영읍 전체인구가 2만1천355명 일 때, 욕지도의 인구가 무려 1만4천642명이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고등어 파시로 섬 전체가 문전성시를 이뤘다.

통영은 바다의 땅이다. 바다를 제외하면 면적은 좁고, 인구는 점차 감소하는 처지에 직면하고 있다. 삼도수군 통제영의 조선시대 옛 명성만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 어업 기반도 점차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되면서 완도를 비롯한 전남으로 기울어진 지 오래다. 멸치 어장도 기후 변화 등으로 쇠락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란 말처럼 우리에게는 통영만이 가진 자원과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문화 예술의 다양성은 물론, 신안 다음으로 많은 570여 개의 섬이 바다 위의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여행과 관광은 이제 힐링에서 나만의 건강과 치유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통영 관광의 백미는 섬이다. 통영 관광정책과 고객유치는 이제 섬 관광으로 그 틀을 바꿔야 할 때이다. 섬을 관광하게 되면 자연 체류 시간이 늘어나 숙박 외식 등으로 여행경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영 관광 이유를 물어보면 음식을 즐기러 일본에 가듯, 통영 고유의 음식 맛을 즐기기 위해 통영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전주하면 한옥마을과 비빔밥, 안동하면 하회마을과 안동찜닭, 간고등어인 것처럼 통영하면 다찌와 도다리쑥국 등이 고유 음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 한 달 살아보기와 같은 욕지도 한 달 살아보기 등의 섬 치유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하다. 통영은 제주도 못지않은, 육지의 제주도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이제 단체여행 관광객은 점차 줄어들고, 공감을 통한 공유로 관광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 유명 명소를 찾고, 좋은 경관을 보러 가던 관광만으로는 여행객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육지와 연안 관광에서 섬 관광으로 눈을 돌려야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명 섬 관광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산토리니 못지않은 어부의 섬으로 알려진 로도스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으로부터는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에 소개된 아마초의 섬 활성화 프로젝트를 학습해야 한다. 통영의 관광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섬과 음식이 백미가 될 수 있도록 관광 정책과 이미지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새 시장(市長)에게 통영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시정(市政)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기반이 취약한 농업을 강한 어업과 접목해 농어업의 경제적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도다리는 해물이며 쑥은 농산물이다. 다찌에 차려진 음식은 농수산물로 한 상을 이루고 있다. 충무 김밥도 마찬가지다. 김과 오징어는 수산물이며, 밥과 깍두기는 농산물이다.

둘째, 통영 관광의 경우 대표성을 가진 랜드마크를 뚜렷이 부각해야 한다. 전통과 역사성, 문화·예술성, 빼어난 자연경관, 고유한 식문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나 많은 관광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과녁의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에 통영하면 떠오르는 단 한 가지 이미지 부각이 필요하다.

셋째, 예전 힐링 중심의 여행을 체험과 치유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욕지도 한 달 살아보기’를 예로 들자면 고등어 낚시, 고구마 캐기 등 체험과 건강을 스스로 찾는 치유 관광프로그램으로 유치해야 할 것이다.

넷째, 도시개발과 관광시설도 중요하지만, 통영 고유의 낡은 유산을 복원·보존해 통영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피랑과 서피랑이 좋은 사례다.

전국의 그 많은 케이블카, 출렁다리, 음악분수대는 가는 곳마다 없는 곳이 없다. 이제는 관광 매력이 되지 못한다. 타지역 사례를 들자면, 스토리가 있는 신안의 12제자 사도 길은 차별화되고 테마가 있는 곳이다.

다섯째, 지역경제를 살리는 산업화는 필수적이지만 청정 통영에 맞는 친환경, 탄소 중립 등 클린첨단기업 유치에 중점을 두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고속도로·KTX·공항 등을 입체적으로 상호 연결하는 관광을 비롯 물·인적 교통 체계를 위한 면밀한 계획이 시급하다.

끝으로 성공하는 시장으로서 지속가능한 통영을 재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시정도, 개인도 무엇보다 투명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투명성은 청렴이 최우선이다. 필자의 아버지도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어릴 적 시선으로 바라본 아버지는 청렴결백 하나만으로 대민 봉사와 헌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집안은 가난했다. 지금의 나 또한 다를 바 없다.

시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시장과 시정을 위해 목민심서 내용 중 애민(愛民)과 공전(工典)을 강조하고자 한다. 애민은 약자를 보살피는 일이며, 공전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렴을 강조하는 이유는 청렴에서 밝음이 나오며, 시정활동을 숨길 수 없다. 또 청렴하면 위엄이 따르고 시민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청렴하면 강직한 지도자가 돼 조직이 윗사람을 얕잡아 볼 수도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공약한 대로 다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소중하다.

4년의 기간은 고작 대학교 4년 시절에 불과하며, 중·고의 3년 기간보다는 길지만, 초등학교의 6년에 비해 짧은 기간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4년의 촌음을 오직 시민을 위해 아껴 쓰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밀양시장처럼 3선 12년의 연속성도 있지만, 앞으로 임기의 결과는 결국 시민이 결정하고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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