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융합연구개발원장/경제학박사 김 성 수

통영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고향에 대한 애증으로 이 글을 기고한다.

‘바다의 땅 통영’은 2008년 통영시 슬로건으로 선포해 14여 년 동안 사용해온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통영의 특징을 잘 표현한 개성 있고 차별화된 슬로건이었다.

지난 7월 1일 민선 8기 천영기 시장 취임식에서 통영시정 구호로 ‘약속의 땅, 미래100년의 도시 통영’으로 바뀌었다. 시대적 환경변화와 수장의 시정에 의해 슬로건도 바뀔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시민의 의견 수렴과 여론의 청취 여부이다. 특히 전직 시장이나 시정을 지우려는 사고(思考)라면 유감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잘못된 부문은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만일 앞으로 시장이 바뀌면 또 다른 슬로건을 채택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어느 시대 어떤 도시보다 살고 싶은 약속의 땅 통영을 만들어가겠다는 새 시장의 시정 목표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만 시민을 위한 살기 좋은 도시, 미래 100년을 위한 도시 비전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약속의 땅은 가나안 땅(이스라엘)을 의미하며,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축복의 땅이다. 또한 약속의 땅은 미국을 상징하며, 특히 금광이 발굴된 미국의 서부지역을 의미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미국 최초의 흑인 오바마 대통령 회고록도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기도 하다. 이처럼 약속의 땅이 가진 의미는 나쁘지 않다.

미래 100년 도시란 의미는 설정이 와 닿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100세 장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천년 고도, 천년 사찰 심지어 마을을 지켜온 보호수도 4~500년이 넘는다. 기업 사례에서도 건강 100세를 추구하는 일동제약은 지금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으로 바뀌었다. 100년으로는 호소력과 설득력이 제약회사로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약속의 땅도 미래 100년 도시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통영 시민을 위한 대내적으로 국한된 의미를 지녔다고 본다. 통영시는 이제 통영시민만의 도시가 아니며, 한려수도와 남해안 중심도시다. 국내는 물론 문화 예술 역사 바다와 섬 관광의 세계적인 유명도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각 도시별 슬로건을 살펴보며 참고해 보도록 하자. 저마다 나름 자신의 도시를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통영시와 환경이 유사한 해양 관광도시인 여수시는 섬섬여수, 목포시는 낭만항구, 속초시는 속초는 선물, 강릉시는 솔향, 동해시는 동(動)뜨는 동해 등이며, 서울은 I SEOUL U, 제주는 평화의 섬이다.

이와 같이 슬로건(SIOGAN) 또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는 내용이 이해하기 쉽고, 표현이 단순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정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통영하면 570여 개 섬을 중심으로 바다와 그 연안이 아름다운 것이 통영의 특징이다.

바다의 땅 통영에 담긴 의미는 섬과 바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풍요로운 통영을 뜻하며, 통영의 정체성과 미래는 바다에서 비롯되며, 바다는 통영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바다와 섬을 통해 신해양도시 남해안시대를 리드하는 문화 관광시대의 선도도시 의지와 미래 발전상을 담고 있다. 이같이 통영시에 대한 브랜드를 연상하고 인식되는 공통된 이미지는 풍부한 수산자원과 바다와 섬의 수려한 풍광이다. 한마디로 ‘바다의 땅 통영’ 그 자체가 삶을 지탱해온 터전인 셈이다.

통영은 가까이로는 1995년 충무시와 통영군을 통합해 찬반은 많았지만 통영시로 변경 설치하면서 본래의 이름으로 되찾아 그 당시 명분은 분명했다. 역사적으로는 멀리 1604년(선조37)삼도수군통제영 본영이 설치된 전통과 역사적인 도시이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과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해전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도시다.

특히 통영은 역사적, 지형적으로 바다와 섬을 소외시킬 수 없으며, 통영만의 보배로운 자산이다. 호수와 빙하가 많은 나라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도 ‘호수의 땅’으로 부르고 있다.

한 나라와 도시를 상징하고 표현하는 슬로건인 표어는 그 지역의 대표적 특성을 지니는 이미지가 슬로건으로 적합하다.

통영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은 충무김밥이다. 통영시로 바뀌어도 변함없이 충무김밥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오랫동안 각인되어 왔기 때문에 쉽게 바뀌면 혼란을 초래해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사례를 우리는 충무김밥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끝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천 시장의 출발과 시정이 시민들에게 깊숙이 잘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필자의 바람은 아직은 ‘바다의 땅 통영’을 완전히 지우진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시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청취했으면 한다. 과거의 지도자처럼 나를 따르라 식은 진정한 리더십이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여론을 반영하는 민주적 정치와 행정을 발해 본다. 슬로건의 일방적인 변경 하나로 시민의 통합과 민심이 이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글로 의견을 전달 할 수 있지만 선량한 시민들은 말없이 여론을 지켜볼 것이다.

선진 민주시민은 여론을 중시하며, 시민의 생각이 시정에 반영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시민의 소리와 민심은 천심(天心)임을 깨닫고 민의를 반영하는 새 시장으로 통영이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발전해 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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