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그룹 전원태 회장, 실패 기업인 위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화제

MS그룹 전원태 회장.

“허밀청원(虛密淸圓), 묵은 마음을 비워 내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 가는 곳이다. 모든 걸 잃어 죽도록 힘들 때, 죽도로 오라. 고요히 자신을 마주할 때 한 줄기 빛이 생기고, 새 힘이 솟는다”

MS 그룹 전원태 회장은 40여 년 전 한산면 죽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 거듭된 회사 부도가 그를 생의 끝자락으로 내몰았다. 건실한 가스제조회사 경영을 꿈꾸던 부산 사나이는 그렇게 파도소리와 함께 사라질 뻔했다.

전 회장은 한 달이 넘도록 죽도에서 혼자 생활했다. 매일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유년 시절 인성을 가르쳤던 할아버지의 호통이 그의 가슴을 쳤다. 정신이 번쩍 들고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담담한 자기성찰은 그를 다시 일으켰고, 10개의 법인을 둔 최고경영자로 만들었다.

재기에 성공한 전 회장은 30년의 세월을 사업에 몸 바쳤다. 딸 둘을 출가시키고, 끊임없는 기업가로서의 인생을 걸어가려 했지만 문득 마음이 허해졌다.

그는 “죽도에서 깊이 성찰한 후 10년은 먹고 살기 위해, 다음 10년은 나도 많은 돈 한번 벌어보자고, 다음 10년은 남에게 지기 싫어서 일했다. 하루는 출근했는데 아무 일도 하기 싫었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또다시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이어 “문득 신문에 써 놨던 글귀 하나, ‘보람 있게 살자’라는 말이 눈에 들어 왔다. 나도 젊을 적 사업을 시작해 망해봤으니 나처럼 한번 나자빠진 사람들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의 선택은 죽도였다. 그에게 죽도는 청년 시절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 있는 곳, 삶을 끝맺으려던 찰나 다시금 기회를 준 곳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실패의 아픔을 잘 알기에, 같은 상황에 처한 여러 기업인에게 그 ‘기회’를 알리고 싶었다.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죽도분교 부지를 지난 2004년 매입, 사업에 실패한 이들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우는 쉼터를 마련했다. 이윽고 2011년 중소벤처기업부에 인가를 받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설립했다. 허밀청원, 그가 고민한 ‘보람 있는 일’은 이렇게 시작돼 현재진행형이다.

전 회장은 “‘운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사람을 잘못 만나서’ 실패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태도는 결국 자신의 남은 인생을 파국의 길로 이끈다. 모든 일은 자기성찰에 달려 있다. 어제 일은 잊고 내일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힐링캠프는 자신을 철두철미하게 반성하는 시간으로 꾸려진다. 특별히 죽도의 자연환경이 마음의 평정과 성찰을 이끌도록 돕는다. 이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게 되고, 자신만의 새로운 이상과 목표가 그려지며 다시금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열정이 불붙는다”고 확신했다.

허밀청원(虛密淸圓), 묵은 마음을 비워 내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 가는 곳.
전원태 회장은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죽도분교 부지를 지난 2004년 매입, 사업에 실패한 이들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우는 쉼터를 마련했다. 이윽고 2011년 중소벤처기업부에 인가를 받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설립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내달 8일~9월 2일 힐링캠프 28기 교육생을 무료 모집한다. 지난 8일 한산신문이 죽도연수원을 방문, MS그룹 전원태 회장이 긴 세월 쌓아 올린 돌탑 앞에서 사진 촬영했다.

패업 기업인 위한 대한민국 최초 재도전 사관학교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죽도연수
내달 8일부터 모집, 전액 무료 힐링캠프…주입식 교육 아닌 성찰 심리적 회복 중점
수료 후 역량강화 교육‧재창업 자금 지원 등 연계 커리큘럼 민‧관‧학 지원체계 구축

지난 2011년 패업 기업인을 위한 대한민국 최초 재도전 사관학교가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전원태 회장이 직접 명명한 ‘허밀청원’으로 지으려 했지만, 종소벤처기업부의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절충이 필요했다.

초창기 개발원은 중앙언론 사설을 비롯 광고를 게재하는 등 죽도 힐링캠프 홍보를 위해 힘을 쏟았다. 비영리 목적의 힐링캠프를 이토록 널리 알리고 싶었던 데는 전원태 회장의 안타까운 마음이 서려 있었다. 그는 “패업한 후 재기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될 것이다. 가능성도 분명 있고, 능력도 출중한데 실패 경험이 너무 쓰라려 도저히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돕고자 했던 결심이 잊을 만하면 떠올라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때마침 중앙정부도 지난 2013년 재창업지원법을 통과, 개발원의 노력에 발맞춰 나갔다. 2015년부터는 재기지원법이 제정돼 패업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 지자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매 기수마다 훌륭한 재기성공 사례를 배출한 개발원은 매스컴으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민‧관‧학 협력체계를 구축, 재기교육에 이어 재기지원, 컨설팅 및 교류 사업을 교육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재기지원에 대한 법제화와 협력체계가 구축됐다 하더라도 지원금은 미미, 개발원 수입금 대부분은 전 회장의 기업 MSCORP 계열사 사비로 충당했다.

개발원이 설립될 때 전 회장은 죽도연수원 곳곳에 식‧작물을 심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씨앗들은 자라 형형색색의 나무가 되고, 굶주림을 채우는 양식이 됐다. 죽도의 강산이 바뀌는 동안 460여 명의 교육생이 수료, 재기의 꿈을 싣고 돌아갔다.

1기 수료생 최봉석 보림제작소 대표.(위클리공감 제공)

1기 수료생 최봉석 보림제작소 대표는 “입소 당시 한 달 생활비가 없을 정도로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런 나에게 죽도는 모든 게 다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질책이 아닌 재기를 향한 출발점이었다. 곧바로 연수원 동기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1년 6개월 만에 재창업을 이뤘고, 감사하게도 9년간 한 번도 세금, 직원 월급이 밀린 적이 없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죽도에서의 자기성찰은 가족의 화목도 회복시켰다. 내면의 변화와 더불어 착실히 사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이 박수를 보냈다. 단 한 달의 시간이었지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5기 수료생 유정무 아이알티코리아 대표.(위클리공감 제공)

5기 수료생 유정무 아이알티코리아 대표는 “해외 진출했다가 사업이 기울어 소위 알거지가 돼 귀국했다. 나이도 들고 취직할 때도 없어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 절박한 심정으로 죽도연수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얻은 큰 깨달음, ‘과거는 과거일 뿐,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내일을 바라보자’였다. 결국 답은 스스로에게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죽도에서 냉철하게 실패 원인을 분석했고, 이는 곧 재창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재창업 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단단히 뿌리내린 자신감과 용기는 이를 버텨내기에 충분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 죽도 힐링캠프는 비상을 향한 둥지였다”고 감사를 표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박민호 이사.

패업 기업인들의 재기를 응원하며 전 회장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보수로 봉사하는 이들도 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김원태 상임이사와 박민호 이사다.

김원태 상임이사는 전 회장의 친구로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개발원의 업무를 돕는다. 잘 보이지 않아도 전 회장과 교육생 간의 연결고리가 돼 묵묵히 헌신하는 그다.

박민호 이사도 전 회장의 뜻을 함께 짊어진다. 그는 “지난 2016년 통영구치소 소장 재임시절 전 회장님께서 연수원 교육 강사로 초대하셨다. 인연이 돼 퇴직 후에도 교육을 도맡아 개발원 이사로 취임, 패업 기업인들을 돕고 있다. 수료생들의 재기성공 소식이 들리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온다. 이것이 내가 통영에 거주하며 죽도로 오는 이유”라고 자부했다.

한편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내달 8일~9월 2일 힐링캠프 28기 교육생을 모집한다. 선착순 25명 내외로 접수하며, 사업자등록 후 패업한 자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이번 28기 교육 기간은 오는 9월 18일~10월 1일, 2주 과정이다. 전원태 회장의 뜻에 따라 교육비는 전액 무료 지원한다.

모든 교육과정은 통영시 한산면 죽도연수원을 비롯 죽도 일대에서 진행, 교육생의 몰입을 위해 핸드폰 사용, 미디어 접촉 등 외부와의 연락은 철저히 차단된다.

신청 시 패업사실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야 하며 서류심사 및 전화상담 후 최종 교육생을 선발한다.

더 자세한 캠프 일정 또는 교육내용은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힐링캠프 담당자(☎051-316-4050, 010-3009-4050)에게 문의하면 된다.

전원태 회장이 긴 세월 쌓아올린 죽도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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