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복도 전 통영문인협회장

택시 기사가 묻지도 않았는데 오늘 기온이 33도라고 한다.

옛날 같으면 파김치가 되어 한 발짝도 움직이기 싫은 날씨다. 사람의 성향도 때에 따라 변해가는가 보다. 다들 적응해 가는지 요즘엔 이런 날씨쯤이야 예사다.

나의 생각은 20년 전을 더듬고 있다. 2003년 매미 태풍 이후 생업을 접고 안정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시공 현장에서 일 할 때다. 탱크 1기의 넓이는 장충체육관 한 배 반이나 된다고 하고 높이도 32m이다. 이 시설물의 안팎을 에워싼 철물 구조물이며 파이프라인 등 할 일이 많았다. 콘도라를 타고 위, 아래로 오르내리기도 하고 직경 100m 가량 되는 내부 바닥을 모래를 깔고 청소하기도 하고… 특히 하절기에는 기온이 30도만 되면 무조건 작업 중단이었다. 27도~29도 정도 되면 식염도 준비해 놓고 얼음을 띄운 수박 화채로 땀을 식히게도 했다.

그때는 그렇게도 여름을 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나도 적응이 됐는지 그렇게 심하게 느끼지는 못한다.

여름하면 보양식 아닌가. 복날이 3번이나 끼이고 호객행위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덩달아 “하모회”도 인기가 대단하다. 며칠 전 지인 몇 분과 고성 삼산면 두포리 두모마을에 하모회 시식회를 가졌다. 하모란 장어는 잔뼈가 유독 많다. 요리사는 이 잔뼈를 자라나온 것과 달리 역으로 손질해서 잘게 썰어야 한다. 그래야 뼈도 씹히지 않고 맛있게 즐길 수가 있다. 5인이 중급 8만원 짜리 하나와 샤브샤브 8만원으로 실컷 먹고 왔다.

이리로 안내한 사람에게 내가 뜬금없이 물었다. 내고향 통영에도 있을 건데 왜 여기까지 비싼 기름 때고 왔느냐고… 그런데 통영에는 턱없이 양도 적고 비싸단다. 하기사 대내외로 널리 소문난 곳이 아니던가. 구한말 자유당 때는 밀수가 성행하여 서울 다음으로 유행을 빨리 받아들인 곳이고, 소비 도시로 물가 또한 타지역보다 비싼 곳이었다. 두어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충무김밥”이다. 손가락 세 마디도 안 되는 김밥 1인분이 8개, 6,000원, 그것도 1인분은 안 판다. 2인분을 사 먹어도 장골은 허기를 느낀다. 차라리 2인분을 1인분으로 하고 12,000원을 받으면 좋겠다. 이 고장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김밥을 잘 사먹지 않는다. 그 돈으로 식당에서 정식을 사먹는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김밥은 주로 유명세의 이름 때문인지 외부 여행객들이 고객이다.

둘째, “바다장어”다. 서호시장에서 판매하는 장어는 그때그때 시세가 변한다. 지난해에는 1kg에 15,000~20,000원을 오르내리더니 올해는 24,000~25,0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1kg을 마릿수로 살펴보면 중급 크기 2~3마리 정도다. 2마리가 1kg이면 한 마리에 12,000원 정도이고 3마리이면 한 마리에 8,000원 정도 된다.

이렇게 분석해 놓고 보면 엄청나게 비싼 것임을 알게 된다. 만일 한 마리에 만 원 정도 주고 사 먹으라면 누가 대뜸 사 먹겠는가. 그래도 시민들은 멋모르고 사고 있다. 어가 하락을 빌미로 비싼 기름값에 출어를 제한시킨다고 들었는데 많이 잡아 와서 기피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싼값에 제공하고 그만큼 많이 팔면 이익 창출도 늘릴 수 있지 않겠는가? 수협 냉동창고에 가공한 제품을 쌓아두고 보양식이 어쩌니저쩌니 비싼 광고비 들여 선전해 봐도 창고는 비워지지 않는다. 학교급식이다. 군대에 군납한다고 해봤지만 실효성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럴 바에는 상술의 전략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파격이다, 박리다매(薄利多賣) 전술, 내가 알기로는 구운 고기값 받아가며 장사한 사람 성공한 것 못 봤다. 막걸리에 빈대떡 구워 빌딩 산 사람 있다는 말 들어봤고 자잘한 단추 장사해서 성공한 사람 있다는 말은 들어봤다. 물량 확보 유치 전략, 유통구조, 판매 기술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만일 젊음을 되돌려 받고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대박낼 자신이 있다. 파격적인 가격 인하와 품질제고, 유통구조 확보까지 완벽해야 한다. 김밥과 꿀빵, 장어집, 이렇게 삼위일체로 운영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김밥은 한 개의 양을 조금 더 두텁게하여 훨씬 저렴하게 팔고 그 옆에 꿀빵은 오미사 꿀빵과 제휴, 진품만 판매하여 그 위상을 높인다. 그리고 장어집도 가격이 저렴한 장어구이와 탕으로 거듭나보면 어떨까? 남이 깨닫지 못할 때, 아니면 시행하지 않을 때 불쑥 나타나 보는 것이다.

실속을 차리고 저렴하다면,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면 먼 길 마다않고 어디든 달려가는 세상 아닌가.

한참 쉬었으니 이번에는 배둔의 “세꼬시회”가 생각나는구나. 그리고 하모회도 철 지나기 전에 한 번 더 먹어야겠다. 곧 또 가을 전어가 몸을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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