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거주 류은주씨

붉디 붉은 색 푸드트럭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푸드트럭 주인은 최용락(70세, 도산면 거주) 사장..

이제 푸드트럭을 운영한 지 딱 한 달하고 보름째. 최사장은 올해 칠순이다. 칠순의 나이가 거짓처럼 보일 정도로 젊었다.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진 것도 있겠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50대 못지 않았다.

최사장은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현재까지 결혼생활 40년째. 최사장은 다니던 직장에서 구조 조정 시기에 퇴직하고 처가가 있는 대구로 가서 이것저것 사업을 했다. 사업이라는게 잘될때도 있었고 또 실패할 때도 있었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왔던 최사장에게 사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늘 진정성 있고 성실하게 사업을 했기에 사업이 어느정도 괘도에 올랐을 때 평소 동경하던 낚시를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다. 전국을 다니며 낚시를 즐겼는데 통영에 와서 낚시를 하다보니 고즈넉한 통영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집을 짓고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틈틈이 낚시도 즐기며 지내던 중 푸드트럭운영 사업에 제안서를 내게 되었고 운좋게 올해 푸드트럭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순신공원 입구에 자리잡은 붉은 색 푸드트럭에서 최사장의 손과 마음은 바쁘다. 젊었을 때 호프집을 크게 운영했던 경험으로 시작은 했지만 이제는 나이도 있어서 돈 버는 욕심보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갈 수 있는 내 일터가 있어서 그저 즐겁게 일하고 있다. 대부분 손님들이 통영현지인이 아닌 타지에서 온 터라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통영홍보도 하고 안내도 하면서 그는 통영 가이드맨이 되었다. 한 달 보름동안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갑자기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 옆에 있는 푸드트럭집은 손님이 많은데 우리집에는 한명도 오지 않을 때, 주문은 하지 않고 안내만 계속할 때 등이지만 이제 한 달이 지나고 나서는 그러려니 한다.

예약이 되지 않은 음식인 만큼 제 시간에 따뜻하고 때론 시원한 음식을 제공할려고 공부하고 있고 틈틈이 통영홍보지도 공부한다.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할 정도로 전경도 좋지만 문학적으로도 타지역보다 훌륭한 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여서 손님들 안내하기 위해 봤던 홍보지가 본인이 더 많이 배우게 되었다며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

우리 일행들은 이순신공원에서 받은 정기와 맑은 기를 받아 내려오다 몇 개의 푸드트럭중 나태주 시인의 글귀가 적힌 최사장집으로 오게 되었다. 세 마리의 길냥이들이 주변을 한가로이 뒹굴고 있었고 칠순의 최사장님은 우리뿐만 아니라 오는 손님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었다.

최사장님은 마치 통영에 오신 타지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것처럼 신나게 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틈틈이 통영홍보도 잊지않고 하는 걸 보면서 혹시 가족이 공무원이거나 아니면 전직시청에 근무했던 지를 물어볼 정도로 그는 통영사랑에 부풀어 있었다. 사장님이 해준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늬엿늬엿 지는 줄도 몰랐다. 칠순의 나이에 즐겁게 봉사하듯이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그를 보면서 우리도 머잖아 칠순인데 우리가 칠순일 때 과연 어떻게 맞이하게 될까? 소나무사이로 저무는 석양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오가는 날이었다.

훌륭한 이순신장군 아래 멋진 최용락사장님 그리고 넉넉한 통영덕분에 우리의 여행도 훌륭하고 멋지고 넉넉했던 시월어느 날의 통영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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