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욱철 화삼어촌계장

어촌계장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오인되는 사람입니다. 마치 어업현장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람, 정주어항 부두에 선박게류 권한을 가지고 어업질서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 마을어업 현장을 소유하고 입어권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바닷가 마을의 권력으로 불리우는 사람으로 읽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함양에서 살고 계신 김석봉님의 산촌일기를 읽고 우리 어촌의 실상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어줍잖은 이 글을 씁니다.

먼저, 이 글은 저의 경험이며 일반화 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먼저, 왜 제가 어촌계장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유는 통영화력발전소 반대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어촌계장이 되면 어민과 소통이 원활해져 발전소 반대운동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맞아떨어졌습니다. 2016년 문재인 대표와 어민과의 대화를 끌어냈고, 2017년 정부로부터 통영화력발전소 허가 취소 결정을 받아 쥐었습니다. 어촌계장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많은 어민들과 관계형성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둘째, 어촌계장의 권한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촌계장의 권한은 없습니다. 다만 귀찮고 힘든 일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선박인양기 관리권이 있는데, 어민이 선박수리를 위해 인양기를 사용을 하자고 요구하면 시간을 내 배를 육상으로 올려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위험은 덤입니다. 선박 인양과정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상사는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조선소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2만 원~5만 원의 인양기 사용료) 어민들이 인양기를 사용합니다. 이 이용료는 어촌계 통장에 입금되어 인양기 수리비, 관리비, 전기료 등으로 사용됩니다. 작년을 기준으로 보면 수입은 150만 원 정도이고 전기요금, 수도요금 관리비로 100만 원 가량 지출되었습니다. 50만 원 흑자를 본 셈입니다. 하지만 안양기가 고장이라도 생기면 수백만 원의 수리비용으로 적자가 납니다. 선박안양기 사용에 따른 수입과 지출은 어촌계 통장으로 관리되고 불투명한 현금 사용을 없앴습니다. 투명한 재정 운영때문입니다. 부교애 선박을 게류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외지배 선주는 연중 선박을 게류하는데 3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의 발전기금을 부담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500백만 원 정도의 발전기금을 받았습니다. 이 기금은 부잔교 수리,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크레인 차량 임차비, 면허세 등으로 사용됩니다. 외지배가 작은 어촌마을에 들어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입니다. 좁아터진 집 앞 공터에 주차를 하게 되면 불편은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됩니다. 낚시객 수십 명은 하루 왔다가 가지만 매일 겪는 불편은 주민들의 몫입니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주민의 일거리가 됩니다. 선박 게류에 따른 발전기금도 선박인양기 사용 수입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배부르지 않고 어느 개인이 독차지 할 수 없습니다.

셋째, 어촌계장의 처우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수협으로부터 매월 15만 원의 수당을 받습니다. 이 중 2만 원은 어촌계장 협의회 회비로 갹출되고 13만 원이 입금됩니다. 이 금액이 어촌계장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수입입니다. 우리 어촌계에서는 어촌계장 판공비를 2019년까지 주지 않다가 작년부터 1년에 2백만 원의 판공비를지급합니다. 제가 첫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감지덕지 큰 돈에 눈이 돌아갈 뻔합니다. 그러나 어촌계원의 화합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그 돈으로 1년에 두세번 과일을 구매해 삼십여 명의 어촌계원들과 나눕니다. 그 덕분에 저도 과일 두세 상자 얻어 먹습니다.

이외, 통영시청 수산과, 어업진흥과, 해양개발과, 수협 등과 어민을 대리하여 이뤄지는 행정업무에 그 어떤 추천권도 없습니다. 일부 낚시꾼이 버리고 간 불법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어민을 동원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가장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는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수입지출은 통장간 거래와 카드로만 사용됩니다. 나름 복식부기로 예산관리의 투명성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지역에 텃세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맞습니다. 텃세가 있습니다. 귀농귀촌인들이 혹은 외지인이 왜 텃세로 느낄까요? 저는 문화접변현상으로 이해합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쉽게 동화되기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스며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 것을 주장하기에 앞서 상대를 오래 관찰하고 스며들어 좋은 것은 계승하고 나쁜 것은 함께 고쳐가는 그런 문화가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자연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일례로 외국으로 오가는 무역선 때문에 지중해 담치가 우리 동네 갯바위에 넘쳐났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종입니다. 이들이 따개비 자리를 차지하고, 때로는 해조류 자리도 차지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나(어촌계장)는 행정과 어민 사이에서 , 외지인과 현지인 사이에서, 개발업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자랑질이었습니다.

변명이었습니다.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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