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김지훈 연구사

 

봄 멸치 지방질·타우린 풍부, 회·구이·찌개 등 입맛 돋워

멸치는 생선 구경을 변변히 못하던 산간벽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생선이다.

우리의 토속음식인 된장국이나 시래깃국엔 멸치 우린 국물을 따를 게 없고, 김장에도 멸치젓은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말린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좋은 술안주가 되고, 풋고추와 함께 볶아 놓으면 밑반찬으로도 그만인 그야말로 '식탁의 감초'다.

멸치는 작고 힘도 없으면서 성질까지 급하다.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어 버리고 만다. 그래서 멸치(蔑致), 멸어(滅魚·蔑魚) 등의 멸시하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 속담에 '멸치도 창자는 있다'는 말이 있다. 멸치가 작기는 하지만 큰 물고기들이 갖고 있는 배설 기관인 창자가 없을 수 없다. 창자는 밸, 배알이라고도 하는데 성깔, 자존심 등을 의미한다.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생명체는 다 그 나름대로의 개성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 것을 경고할 때 쓰는 말이다.

멸치는 경골어류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어류로서 최대 몸길이가 15㎝ 정도인 한해살이 물고기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류로 동아시아 연근해의 얕은 바다가 주서식지로 바깥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후 봄이 되면 연안으로 돌아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3월이 되어 바다가 조금 따뜻해지면 난류성 어족인 봄 멸치가 올라온다. '세(歲) 전(설 쇠기 전)에 대꽃이 피면 멸치 많이 잡힌다'는 속담이 있는데, 겨울에 대나무꽃이 필 정도로 따뜻해지면 멸치가 풍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멸치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편의상 봄 멸치와 가을 멸치로 구분한다. 봄철인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산란을 위해 근해에 들어오는 '봄멸'은 지방질과 타우린이 풍부하다. 또 살이 연해 회, 구이, 찌개, 젓갈 등의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어른 손가락 보다 길고 굵은 멸치에 갖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봄 멸치 회는 새콤한 식초 맛과 부드러운 붉은 살점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겐 축복이다. 멸치 회와 더불어 멸치 쌈도 그 맛이 일품이다. 굵은 생멸치를 조려서 상추에 싸 먹으면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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