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근식 전 경남도의원

최근 거제 가는 길에 사람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었다. KTX 조속 추진이라는 피켓이었다. 이유인즉, 지난 정부에서 기본계획 및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당 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는데, 또다시 사업비 증가에 따른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하게 되면 더욱 늦춰질 것에 대한 반발과 분노의 표출이다.

때문에, 서부 경남과 통영. 거제. 고성 주민들은 최근 세수 감소에 따른 현 정부의 긴축재정·건전재정 기조 탓에 재정 부담이 큰 지역 숙원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러다가 혹여 50년 이상을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이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1966년 김천과 진주에서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 기공식까지 하고도 백지화된 아픈 상처가 있어 더욱 그렇다.

남부 내륙철도는 경제적 타당성을 초월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국책사업으로 결정되어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게 되었고, 같은 해 기획재정부 주관 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통과했다. 그 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노선과 역사 위치 등 핵심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주민설명회·의견수렴을 거쳐 지난해 1월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구간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해오고 있다. 아울러 내년도 정부예산에 착공을 전제로 2천357억원이 반영되어 예정대로 착공과 개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갖게 했다.

하지만 기본·실시설계를 하면서 합리적인 노선·구조물 조정, 기본계획 누락 시설물 및 물가상승분 반영 등으로 인해 당초 사업비(4조 9천억 원)보다 39%에 해당하는 1조 9천억원이 늘어나,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지난 9월 드러났다.

이를 둘러싸고 지역 각계각층에서는 반발이 일어났다. 아울러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등에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하게 된 경위와 향후 사업추진에 대해 정부 입장을 수차례 확인한 바 있다. 정부는 재정사업의 사업비가 당초보다 15% 이상 늘어나면 국가재정법과 총사업비 관리지침 등에 의거 해 사업비 증액에 대해 적정성을 검토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하는 것이고, 사업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는 1년 정도 소요되는데,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한다. 지역에서도 검토 기간 단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관련 자치단체에서도 걱정과 우려를 표명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한바탕 소란과 공방을 벌였다. 남부 내륙철도 사업은 그 파급효과가 경남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도권·중부권과 국토 남단을 연결하는 기간교통망으로서 우주 항공· 조선해양 플랜트 등 국가 성장동력·기간산업과 서부 경남·남해안의 항노화·힐링 산업 및 해양관광산업 육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 기간사업이다.

때문에 이 사업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여야나 지역을 초월해 모두 힘을 모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노력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공방은 갈등만 증폭시킨다.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에 대해 신뢰를 갖고 차분히 기다리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경남도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게 공정·투명하고 신속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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