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묵 시인

통영에 눈이 오면

 

사람들을 불러야지
강구안 광장에서 손잡고 춤을 출까

우리의 노동은 꽃이 아니어도 넉넉했다고
흐린 목소리 같은 조명이 켜져도

통영엔 같이 늙어도 좋을
다락방이 있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눈은 어떤 맛일까?

빙수를 먹으러 가야지
로피아노 3층에서
남겨둔 그림자의 춤을 내려보며

눈이 내리는 날까지만 우리
통영에 함께 살자고
겨울을 접었다 폈다 딴짓하듯
누구라도 먼저 말해주면 좋겠는데

충규도 불러야지
희준도 불러야지

다락방 가득 노래를 채우게
눈 담을 커다란 가방 하나씩 들고 오라고

사람들을 불러야지

못다 한 이야기는 눈 그치면 하자고
서로 눈만 바라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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