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정 세계해양연구센터 대표

해양활동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조석현상으로 이를 어떻게 예측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조석현상은 조고로 나타나는 해수의 수직 운동과 조류로 표현되는 해수의 수평 운동이 수반돼 동시에 발생한다. 순수한 우리말로 흔히 물때라고 일컬어지는 조석현상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해운계·해군에서는 양력에 의한 조석표, 수산계에서는 음력에 의한 물때표를 사용한다. 엄밀히 말해 조석표는 시각적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조고 위주의 하루의 조석 현상을 파악하고 물때표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해상에서 촉각으로 느끼는 조류 위주의 한 달간의 조석 현상을 파악한다. 

그런데 점차 음력과 물때표는 다분히 민속적이라면서 잊혀 가고 있다. 서양학문에 익숙한 해운계·해군에서는 조석표가 있다는 이유로 물때표를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물때표가 기록화되지 못하고 조상 대대로 구전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심지어 혼용하고 있어 명확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음력과 물때는 애매한 상태이지만 놀랍게도 전통적으로 수산계, 특히 어민들에 의해 실용화를 넘어 생활화돼 있다. 수산인과 해안가 주민들의 활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물때표가 일상생활 기준이요 흐름이며 리듬이다.

구전화된 물때표를 기록화하기 위해 조석표 등을 근거로 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끝에 물때표의 기준이 틀린 것을 발견했다.

구전된 물때표 기준인 한조금 음력 8일과 23일을 조류가 가장 약한 10일과 25일로 변경해 컴퓨터의 기본인‘0’이라는 숫자를 도입함으로써 비로소 물때표를 기록화하고 동서남해안에서 하루 내지 이틀 차이가 나는 물때표를 통일했다. 물때표는 숫자가 가진 수학적 의미에서 부합하고 인체를 비유한 고유명칭과 환산식을 적용할 수 있고 이론과 실제가 일치했다. 또한 일일 조시차가 48분으로 알려진 것을 사리때 35~40분 짧고 규칙적, 조금때는 45~80분 길고, 불규칙적임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조석표와 물때표의 상관관계를 따져 조석조견표를 작성하고 자연 주기인 보름주기의 물때표를 핵심으로 한 해양월력을 세계 최초로 창안했다.

이로써 해운·해군, 수산계에서 종사하는 해양수산인은 물론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다. 인도에서 유래한‘0’을 서양에서는 실용화한 반면 동양에서는 관념화해 그 당시로써는 다소 앞섰던 동양문화가 답보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현대에서는 불의 발명만큼이나 위대하다고 하는 컴퓨터 기본인 0과 1로 발전했으며, 한국의 물때표의 실상을 밝힐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저 막연하게 보아왔던 물때표가 조석현상을 파악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정착되는 것이다. 그러나 물때표는 조석표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독립적이면서도 별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 그런데 조석표가 실증적인 과학적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수산인들의 전유물이요 고유의 기술인 것처럼 간주해온 경험적 물때표를 능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조류의 강·약을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때표는 보름주기의 조류의 강·약을 상대적으로 표현한 숫자이다.

조석표는 어느 한 지역의 하루의 조석현상 파악이 멈추지만 물때표로 다른 지역의 한 달간의 조석현상을 파악해야만 원활한 해양수산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른지역의 조석 현상을 파악한다는 것은 지구 전체의 일 년간의 조석현상을 파악 할 수 있으며 지구적 법칙에서 벗어나 우주적 법칙으로 영원 불변하다. 조석표는 나무라면 물때표는 숲으로 비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물때표는 조석표를 포함하지만, 조석표는 물때표를 수용할 수 없다. 따라서 물때표를 물때라 불러도 실용상 지장이 없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듯이 먼저 음력에 의한 물때표를 파악한 후에 양력에 의한 조석표로 간·만조시의 조고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이제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조석표는 음력과 물때표가 병기돼야 한다. 물때표와 조석표의 관계는 바늘과 실과 같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야말로 K-조석표(K-Tide Tables) 입다.

물때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나무의 잎사귀는 파도, 작은 가지는 한나절이 지나야 보이는 간조·만조, 가운데 가지는 하루 만에 볼 수 있는 조석현상, 큰 가지는 보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조금·사리, 줄기는 한 달간의 조석현상인 물때이다. 가정과 법에 비유한다면 파도는 증손자와 행정 사항, 간조, 만조는 손자와 조례, 하루의 조석 현상은 아들과 법률, 조금·사리는 아버지와 헌법, 물때는 영구불변의 할아버지와 우주 법칙이다. 

해양월력은 음력을 중시하고 이에 직결돼 물때, 즉 물때표와 조석표를 비롯해 규칙성과 주기성이 있는 달 모양, 일·월 출몰시를 기재한 자연 주기인 보름주기 구도의 달력이다. 이 달력은 1년에 춘하추동 4계절 리듬이 있는 것과 같이 한 달에도 사리·조금의 4강·약 리듬이 있고, 하루에도 간조·만조의 4고조 리듬을 표시하고 시간까지 기입한 섬세한 달력이기도 하다.

이 해양월력을 통해 해군 ·해운계의 기존 조석표에다 물때표, 수산 및 해안가 주민들의 기존 물때표에다 조석표를 활용함으로서 원활한 해양수산활동과 어민소득증대에 기여하고자 했다.

그런데 아직도 물때표의 진수를 파악하지 못하는 해운계·해군에서는 해양월력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심지어 무시하고 있다. 한편 물때표의 진수를 오랫동안 인지해온 수산계조차 물때표의 기준인 한 조금을 음력 8일 ·2 3일로 요지부동의 상수라고 오판하고 안일하게 인위적 주기인 일주일 단위의 일반달력에다 조석표와 물때표를 상관관계를 따지지 않고 나열에 불과한 국적 불명의 이른바 구전 물때표 달력을 거리낌 없이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갓 쓰고 양복을 입는 것과 같이 구색에 맞지 않고 우스꽝스럽다. I LOVE YOU를 I YOU LOVE 라고 틀린 문장을 쓰는 것과 같다.

세계해양월력은 1991년 통영 소재 멸치권현망수협의 주문으로 세계 최초로 발간됐다. 이 해양월력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새로운 기록물때표에 대한 인식부족과 값이 비싸다는 것과 수협 경영진의 예산 절약과 상업적인 달력 업자의 담합에 의해 삽시간에 구전 물때표 달력이1993년부터 통영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전세계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농·축협, 새마을금고, 심지어 자영업자업체에서도 여과없이 사용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용어가 실감난다. 해양에 관한 한 우리들은 지금까지 단기적인 실용성이나 양적인 과시성에만 존중되고 강조돼 기초적이고 현장감이 있는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인하는 대목이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달력에 수학적 명제에 맞지 않는 구전물때표가 기재되는 순간 달력문화의 가치를 훼손한다.구전물때표를 사용하는 서해와 남해물때달력은 수학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말해 가짜 달력이다.

해양달력의 핵심인 기록 물때표는 달의 인력에 의한 조류의 세기로 조석현상 뿐만 아니라 천체현상 및 자연현상은 물론 인체 리듬까지 예측할 수 있다. 달의 결영과 조수의 관계가 알려지고 달의 결영의 주기와 여성의 월경주기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달이 지닌 생명력의 상징성은 한층 더 강화된다.

그러므로 해양·수산인에 국한하지 않고 전 국민이 생활의 지혜로 활용할 수 있으며, 과학의 생활화에도 적용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자연과학의 학습장 또는 실습장으로 활용 할 수 있다. 음력에 의한 물때표는 달의 인력에 지배됨으로 인천이 한사리면 통영도 한사리이며, 뉴욕, 런던, 동경도 한사리임이 밝혀져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세계해양월력으로 발전 가능하다. 음력과 이에 직결된 물때를 매개체로 해 세계인의 오랜 숙원인 통일된 달력을 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세계해양월력은 서양의 양력 문화와 동양의 음력문화가 교류하는 만남의 광장이다. 이는 달력 문화의 혁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세계해양월력으로 말미암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참으로 실감하면서 음력을 지켜왔고, 이에 직결된 물때로 우리 주위의 자연현상을 예측해온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