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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127 - 백범, 이순신의 '소원'을 말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10월 9일까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유명 건축물에 영상을 비추는 독특한 영상 예술로 유명하다.

링컨 동상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참전 군인들의 목소리를 입히고, 스위스 바젤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었다. 히로시마 원폭 돔에 원폭 피해자와 그 속에서도 차별받은 재일 조선인의 마음을 입힌 그는, 공공시설을 이용해 보통 사람,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이번 전시를 위해 최근에 제작, 전시한 그의 작품 '나의 소원(My wish)'이 세간의 화제다. '나의 소원'은 백범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담은 논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백범 선생의 동상에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투사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광장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백범 김구 선생을 꼽았다. 그가 백범을 선택한 이유다. "그가 꿈꾸던 통일된 한국에 대한 비전, 기쁨의 국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민주적 국가, 그리고 아름다움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 국가에 이끌렸다"

백범이 짙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되어 온몸으로 말하는 목소리는, 세월호 유가족, 탈북 예술가, 평범한 청년, 해고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 인권 운동가, 성직자 등의 '소원'이다.

'아이들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사람이 소중한 나라, 사람 목숨이 소중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주민들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시대가 오면 좋겠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백범이 되어 저마다의 소원을 말한다.

어둠 속에서 백범이 말하는 우리의 '소원'을 들으면 13명의 목소리가 한 지점을 향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사람'이다. 이순신 장군이 칼을 뽑아 들고 호령할 때 부릅뜬 두 눈동자에 어린 것도 '사람'이었고, 홀로 뱃머리에 앉아 밤새 끙끙대었던 것도 '사람' 때문이었다.

병서도 못 읽고 반생을 지내느라
위태한 때 만나도 충성할 길 없네
지난날 큰 갓 쓰고 글을 읽다가
오늘은 큰 칼 들고 전쟁을 하네
황폐한 마을 저녁연기에 사람들은 울고 있는데
진중의 새벽 호각소리는 객의 상한 심정
개선의 그 날 산으로 가기 바빠
공적 기록 신경 쓸 겨를 없으리

평생 이순신 장군의 '소원'을 온몸으로 살았던 백범은 오늘 서울 한복판에 되살아나서 13명의 목소리로 이순신 장군의 '소원'을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나의 소원'은 무엇인가?

* 필자 주. 제126회 이야기에서 이어진 글입니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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