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일이다. 하지만 벽과 지붕이 건축의 목적은 아니다. 벽과 지붕 사이에 만들어지는 빈 공간이 건축의 목적이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인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소양을 기르는 것인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인류의 자산을 전수해주는 것인가?

초등, 중등, 고등 교육을 거치고 나면 아이들은 사회 곳곳에서 제각각의 역할을 하며 밥을 먹고 살아갈 것이다. 저마다의 소질과 적성, 직업 선택의 기회에 따라 제 역할을 찾게 된다. 자라서 기둥 역할을 하는 이도 있고, 지붕을 이루는 이도 있다. 그러면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을 크고 작은 사회의 지붕으로, 기둥으로, 서까래로 만드는 것인가?

그것은 일차적인 목표일 뿐, 궁극의 목표는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할 때 만들어지는 사이, 즉 빈 공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웃고 울며 사랑하고 배우며 살아갈 것이다. 자신과 이웃의 '먹을거리'를 생산할 것이다.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선생에게 그들의 용처(用處)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용처는 '사회'다. 한 명 한 명이 사회라는 그물의 코가 되어 함께 세상을 끌어나간다.

그물코는 모두 소중하다. 큰 그물코, 작은 그물코는 있어도 훌륭한 그물코, 쓸모없는 그물코는 없다. 어느 한 곳이라도 풀려버리면, 사랑 행복 웃음 낭만 여유 나눔 공동체 아름다움이 한 움큼씩 빠져나간다.

통영은 개화기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산업 1번지로서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이 명성은 삼도수군통제영과 더불어 통영을 설명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러기에 수산업을 제외하면 통영을 설명할 길이 없다.

해양과학대학은 100여 년 동안 통영과 대한민국의 해양수산 인력을 양성해왔다. 이들이 오대양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수산업을 이끌었고, 통영이라는 지역 사회의 '공간'을 만들어왔다. 통영은 해양과학대학이 있어 통영다운 통영으로 존재할 수 있었고, 해양과학대학은 통영이라는 공간 안에 존재하는 작은 통영이었다.

1917년 4월 20일 동호동 307번지에 경상남도 수산전습소(2년제)로 개교하여, 지난 2017년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관련 법령의 개정 등에 의해 여러 차례 학제와 명칭이 변경되었다. 1923년 통영공립수산학교로,  1950년 통영수산고등학교(3년제)로, 1966년 통영수산고등전문학교(5년제)로, 1974년 통영수산전문학교(2년제)로, 통영수산전문대학(2년제)으로, 1995년 경상대학교 수산대학(4년제)으로, 1997년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4년제)으로 변천해왔다.

수산전습소 1회 졸업생 23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7,5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었다. 이들은 통영의 기둥이요, 들보요, 서까래요, 벽이 되었다. 이들이 만든 사이 '공간'은 풍요로웠고, 자랑스러웠으며, 시끌벅적하고, 패기 넘치는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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