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과 홍합에서도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 잘 모른다. 지상파 뉴스의 시청률이 1%대로 떨어지기도 했으니.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건강 위협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금 맥주와 소금을 통해서도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을 먹는 셈이라는 최신 보고서를 접한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 아직 우리 몸은 플라스틱을 분해할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는데.

이 보고서에는 음식 중에서 패류가 가장 높은 플라스틱 농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무한정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통영산 뽈래기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겨울철 별미인 물메기와 국물이 시원한 대구에서도, 여름철 해장 왕 복어에서도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뉴스가 나올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연기 미역에서도, 미역을 먹고 사는 전복에서도, 뽀얀 국물이 좋은 모시조개와 바지락에서도, 칼슘의 왕자 멸치에서도, 낚시의 진객 감성돔에서도 플라스틱은 주인 행세를 할 것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어패류와 해조류에는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섭취 시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안내 문구가 곳곳에 나붙게 된다면, 통영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횟집들은 철시하고, 통영산 해산물로 한 상 가득 차렸던 다찌집은 업종을 변경해 보지만, 해산물 없는 술상과 밥상은 이미 매력을 잃었다. 김장철마다 좋은 값을 받았던 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내만에 하얗게 떠있던 부표는 통영의 수산업 역사를 설명하는 자료에서나 만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굴 양식장에서 쓰던 하얀 부표가 싱싱한 굴과 해산물을 죽였다는 아이러니를 미래의 아이들은 듣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묻겠지. "왜 그랬대?"

관광객만이 아니라 당장 우리들 밥상이 문제다. 바다에서 걷어 올린 생물과 마른 것들 없이 어떻게 밥상을 차릴 것인가? 해산물 없는 밥상은 통영 밥상이 아니라 그냥 밥상일 뿐. 식단도 바꾸고 입맛도 바꿔야 할 것이다. 농산물이 풍부하지 않은 통영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다. 로컬 푸드는 남의 얘기.

제사상도 바뀌어야 한다. 어차피 한 세대 안에 거의 사라질 문화라 충격은 크지 않겠지만, 산 사람보다 돌아가신 분들이 더 힘들 것이다. '우릴 보고 이걸 먹어라 말이가? 예끼, 고얀 놈들 같으니라고. 저승에서도 자손들 잘 되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우예 바다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노?'

저자주. 사진을 제공해주신 산양초등학교 곤리분교의 이종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야기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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