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산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검출되면, 식도락을 찾던 관광객은 급감하고, 입맛을 잃은 통영 사람들은 삶의 의욕마저 잃을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섬 여행은 반쪽짜리 여행이 되어, 입맛이 빠진 눈맛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인기 만점인 섬 밥상 대신 육지에서 공수해온 재료로 손님을 대접하게 될 것이다.

갈매기 떼를 이끌고 만선의 깃발을 세우던 멸치 배들은 박물관에 전시되고, 어촌 바닷가에는 넘어진 배들이 하얗게 부서지며 파도를 맞고 있겠지. 어선이 드나들지 않는 항구는 갈매기들의 휴식처가 되어, 사람이 잡지 않는 물고기를 배불리 먹은 갈매기들이 늘어지게 하품하며 졸린 눈을 껌뻑일 것이다.

한 번 섭취한 플라스틱은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쌓인다. 아직은 구체적인 건강상의 피해가 밝혀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큰 사회적 혼란이 올 것이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를 향해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고 - 문명의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폭풍이 일어날 것이다.

육지에서는 상대적으로 플라스틱 없는 먹거리를 생산하기가 수월하지만, 통영엔 대안이 없다. 바닷물에 광범위하게 들어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해류를 따라 흘러다니는 플라스틱을 막을 방도도 없지만, 수산업 1번지 답게 통영 앞바다를 떠다니는 해양쓰레기의 80% 이상은 수산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은 모두 83억 톤에 달한다. 이중 재활용된 것은 단 9%이고, 소각된 12%까지를 제외한 79%는 땅이나 바다, 하늘에 축적되었다. 축적되는 양은 매년 더 늘어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비해 한국은 10배나 높은 해양 오염도를 보인다.

2018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중국으로 수출하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중국 정부의 수입 금지조치로 갈 곳을 잃어 시도마다 산처럼 쌓였다. 전국 45곳에 쌓여있는 방치 쓰레기 83만 톤에 폐플라스틱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은 오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안까지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는 세계 2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은 132t으로 세계 1위다. 소비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을 훌쩍 넘어섰다. 무게에 비해 부피가 크고 가벼워 수거와 재활용이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수산업 현장에서 사용한 스티로폼 부자는 수거하기가 난망하다. 싸고 가벼운데 바꿀 이유가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

위기마다 위대한 도약을 이루어내었던 인류의 역사가 이번에도 반복되길 기도하며, 통영시민들의 선제 대응을 기대한다. 어차피 숨기지 못할 바엔 먼저 드러내고, 대책을 찾는 게 낫다. 플라스틱 수산물 대란이 올 때,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 준비된 상태로 세계 제1의 청정 수산업 1번지로 재도약하는 건 어떨까.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는 없다. 뼈를 깎는 고통은 너무도 힘들 것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必死卽生 必生卽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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