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4일, ‘통영삼도수군통제영’을 복원하고 낙성(落成)식이 있었다. 그날 나는 시청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관중석에 앉아 남다른 감회(感懷)에 젖었다.

이 통제영은 경상 ‧ 전라 ‧ 충청도의 해역을 방어하는 수군의 총 사령부 격이었다.

1593년 이순신 장군이 초대 통제사로 제수되었고, 그 후 208인의 통제사가 약 300여 년간 지켜오다가, 1895년 전국 군제 개편에 따라 폐지되기까지 영광과 수난이 점철된 조국수호의 현장이었다.

이 고장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통영오광대 ‧ 승전무 ‧ 나전칠기 ‧ 소목장 ‧ 두석장 등이 통제영에서 비롯된 문화재의 뿌리가 아닌가. 이러한 통제영이 폐지 된 후 송두리째 뭉개지고, 그 자리에 법원 ‧ 검찰청 ‧ 세무서 ‧ 학교 등을 건립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일합방 전후, 왜구들의 조선 문화말살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나마 세병관 하나라도 남아 국보 제305호로 지정되어 보존된 것이 다행스럽다.

나머지는 없어진지 100년도 넘었으나 모두들 망각의 늪에라도 빠져버렸음인지 아무도 다시 복원하자는 뜻을 밝히는 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기적 같은 첫 동기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1991년, 부시장 재직 시 내무부(지금의 행정안전부) 연수원 고급간부 양성 반 교육 이수중,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기간이 있었다. 연수 도중 런던 근교의 한적한 곳에서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남녀 대여섯 명이 장화를 신고 조심스럽게 진흙을 걷어내고 있었다.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부교(浮橋)를 복원한다는 것이다. 이 복원사업이 시작 된지 4년째라 했다.

곁에 세워둔 복원될 조감도는, 이국(異國)의 나그네가 보기에는 별스럽지 않았는데도 그들의 모습은 진지했고, 그 열정과 정성이 넘치고 있었다.

그 순간, 느닷없이 그 조감도 위에 마음속으로 통제영이 덮쳐 그려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쳤다. 저 학생들은 경미한 문화재도 복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우리는데, 우리는 그 귀한 문화재가 뭉개진 채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속수무책인 것이 너무 대조적으로 자존심을 상하게 했던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 있어도 기필코 복원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며 귀국했다. 그러나 부시장의 위치에서 그런 일을 성취하기란 생각대로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1995년, 민선 초대시장으로 부임한 후, 통제영 복원사업을 숙원사업의 앞자리에 두게 되었던 것이다.

향토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역사연구회 박형균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에게 협조를 얻어 통제영에 대한 기초조사를 하게하고, 또 별도 전문 연구팀에게 발굴조사를 의뢰했다.

그렇게 2년여의 준비 끝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중앙 전문위원들의 현지답사를 통해서 한반도에 유일한 군사유적지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았고, 드디어 사적 제402호로 지정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동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연거푸 세 번째 동기로 이어진다.

사적(史蹟)으로 지정되고 나서, 우연히 통영시가 남해안 관광벨트 거점도시로 선정 되면서 관광개발 사업 2건씩을 건의하여, 국비 지원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그때 ‘하려수도조망케이블카’와 함께 이 ‘통제영 복원사업’을, 이 케이스(case)에 넣어 자동적으로 해결 되게 했던 것이다.

복원공사가 착수될 즈음, 위치가 협소하여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었던 법원 ‧ 검찰청 청사를 통제영 복원과는 관계없이 이설(移設)하게 되어있었다. 그 대지는 법무부 소관 국유지였으나, 통제영도 사적(史蹟)으로 지정되어 국유지가 되었으므로 무상 관리 이관 대상이 되어 별도 보상 없이 부지 일부가 마련 되어버린 셈이다.

그리하여 2000년에 시작된 복원공사는 596억 원(국비339억 원)의 공사비로 46,683㎡ 의 부지에다 백화당 등 중요관아 30여 동을 13년 만에 준공하게 되었다. 준공을 위해 후임시장들의 노고도 많았으며 김동진 시장 재임 시에 준공 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제부터라도 충무공의 우국지심(憂國之心)과 더불어 300년의 통제영 역사가 우리들 가슴속에 긍지로 자리 잡아 후손만대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동기야 어찌 되었던 통제영 부지 중 일부인 법원․ 검찰청 청사 부지와, 세무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중앙의 관계 부처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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