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데우스' The Saul Zaentz Company.

"그러나 '온라인 공연'은 결국 한계가 뚜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온라인 공연에서 말한 것처럼, 마이크를 거쳐서 전달되는 소리는 공연장 음향과는 성격이 달라져 버리기 때문에 연주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 그래서 공연예술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보다, 그냥 영상예술이 그 자체로 오늘날 기술 수준에서 진정한 대안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그리고 저 같은 음악 애호가에게는 영화적 연출과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음악이 구성요소가 되는 '음악 영화'가 타협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칼럼에서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리고 우디 앨런 감독의 2013년 작품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를 소개했지요. 지난 달에는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많이들 아시는 밀로스 포만 감독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레퀴엠 작곡 장면에 관해 써볼까 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영상의 한글 자막은 특히 이 대목에서 오역이 심해서 제가 이 대목만 따로 번역을 한 일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려고요.

살리에리: 자, 시작하자.

모차르트: 앞에 F장조로 끝났죠?

살리에리: 그래.

모차르트: 그럼 이제… a단조.

살리에리: …a단조. 그래. 콘푸타티스. a단조.

모차르트: 어느 성부를 먼저 하냐면… 베이스 먼저. 첫째 마디 둘째 박.

살리에리: 박자는? 박자는?

모차르트: 4/4박자. 첫째 마디 둘째 박. A음부터. 콘푸타티스~. 둘째 마디 둘째 박. 말레딕티스~. 알겠어요?

살리에리: 그래, 그래. G?

모차르트가 침대에 누워서 살리에리에게 악보에 쓸 음들을 말과 흥얼거림으로 설명해 줍니다. 합창의 베이스 성부, 테너 성부, 제2 바순과 베이스 트롬본, 제1 바순과 테너 트롬본, D조 트럼펫과 팀파니 순이지요. 살리에리는 더해지는 성부를 하나씩 쌓으며 악보에 기록합니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너무 빨리 말하는 바람에 살리에리는 받아적느라 고생하기 시작합니다.

모차르트: 넷째 마디 둘째 박. F음. 플람미스 아크리부스 아딕티스 플람미스 아크리부스 아딕티스. 이제 오케스트라. 제2 바순과 베이스 트롬본이 베이스랑 같이 갑니다. 음과 리듬이 동일해요. (음악) 제1 바순과 테너 트롬본은 테너랑 같이 가고. (음악)

(중략)

살리에리: 안돼, 안돼, 못 알아듣겠다고!

모차르트: 들어봐요. D조 트럼펫. 으뜸화음과 딸림화음. 첫째 박과 셋째 박. 화음으로 가요. (음악)

살리에리: 그래, 그래… 그래, 이해했어. 그래, 그래. 이제 다 됐나?

모차르트: 아니요, 아니요. 이제 진짜로 불을 질러야죠. 현악기가 유니즌으로(둘 이상의 성부를 나란히 진행). A음에서 오스티나토(같은 음형을 반복). 이렇게. (음악) 다음 마디는 상행. (음악) 잘 적었어요?

살리에리: 그래, 그래. 아마도.

모차르트: 보여 줘요.

이 대목의 가사는 "악인들을 혼란에 빠트리시고"(Confutatis Maledictis) "고통의 불길에 내던지실 때"(Flammis acribus addictis)입니다. 현악기로 불을 지른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성부가 하나씩 쌓이다가 마침내 불타는 현악기가 더해졌을 때,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은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살리에리는 이렇게 말하죠. "빠라밤 빰빰 […] 빰! 빰! 대단해!"

모차르트: 예, 예, 예. 계속하죠. "보카 메(Voca me; 나를 부르소서)." 소토 보체. 쓰세요. 소토 보체(Sotto voce; 여린 소리를 강조하라는 지시어). 유니즌.

살리에리: 그래, 그래… 유니즌?

모차르트: 보카 메 쿰 베네딕티스… 예. 축복받은 이들과 더불어 나를 부르소서. C장조. 소프라노와 알토가 3도 음정으로. 알토가 C음, 소프라노가 그 위로. (음악)

살리에리: 소프라노가 두 번째로 "보카"(Voca) 할 때 최고음이 F 맞아?

모차르트: 예.

살리에리: 그래, 그래.

모차르트: "딕티스(-dictis)" 할 때요.

"축복받은 이들과 더불어 나를 부르소서" 가사가 붙은 '보카 메'의 여리고 포근한 음악이 악인을 불태우는 무시무시한 대목 '콘푸타티스'와 대비됩니다. 그리고 이때 죽음을 앞둔 모차르트(배우는 톰 헐스)가 구원을 갈구하는 표정이 가슴을 울리는 음악과 공명합니다. 모차르트는 '콘푸타티스' 대목을 불러주기에 앞서 이런 말도 하지요.

모차르트: 그거 믿어요?

살리에리: 뭘?

모차르트: 꺼지지 않는 불. 영원히 태우는 불이요.

살리에리: 어, 그래.

모차르트: …그럴 수도.

지면으로 직접 전달할 수 없는 음악의 힘은 영화를 보면서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도 다시 보면 느낌이 새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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