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굳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사회'를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우리 삶 속 곳곳에 스며있다. 삶 자체가 이야기다. 우리 온몸의 신경세포가 뇌로 전달하는 감각 정보 자체가 이야기이기도 하다. 뇌에서 종합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운동신경을 타고 진행되는 말과 행동, 표정 또한 이야기다. 그러니 우리의 일거수일투족 이야기 아닌 것이 없다.

묵언 수행하는 종교인들조차 쉴새 없이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세속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면의 깊고 깊은 이야기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야기가 없는 삶은 팍팍하고, 심심하다. 생동하는 아이들은 종일 이야기를 만들고 떠들어댄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건 부모의 위대한 역할이다. 기력이 떨어지는 노인들도 이야기하는 에너지만큼은 아이들 못지않다. 이야기는 우리 삶의 원천이자 소중한 성과다.

이야기하는 인간을 호모 나란스라고 부른다. 나란스는 라틴어 나로narro(영어로 내레이트narrate)에서 나왔는데 '이야기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이야기하는 동물'로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사람의 특징이라는 말이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야기는 인간 존재의 마지막 버팀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말로,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노래로, 몸짓으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지금은 SNS까지 보태어져, 온 세상에 이야기꽃이 만발했다.

이야기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새도 물고기도 개와 고양이도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통영 바다는 어떨까? 바다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야기꾼이다. 제일 크고 시끄럽기까지 하다.

통영이 낳은 수많은 예술가는 통영 바다 이야기를 먹고 자랐다. 부서지는 달빛 윤슬에 취해버린 어린 윤이상이 그랬고, 지는 석양에 놀라 책보 매고 방청길 뛰던 박경리가 그랬고, 똑딱선을 타고 내린 유치환이 그랬고, 왼종일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는 바다를 보고 섰던 김춘수가 그랬다. 그들이 먹고 마신 통영 바다 이야기를 빼고 어떻게 예술혼을 이야기하고, 예술가의 생을 말하겠는가?

우리도 매일 통영 바다 이야기를 먹고 산다.

(사)통영생태문화시민학교에서 6인 6색으로 통영 바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다와 섬, 바다와 쓰레기, 바다와 기후변화, 바다와 교육, 바다와 삶, 바다와 이야기, 여섯 이야기를 익어가는 가을 지면으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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