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크고 넓다. 크고 넓은 것은 쉬 변하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그런데 바다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지구 역사의 대전환기,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통영 바다는 안전한가?

이야기하는 인간, 호모 나란스가 들려주는 통영 바다 이야기. 두 번째 주제는 '바다와 기후 위기'이다. 통영 로컬미디어 문화마당의 발행인 정용재 기자와 함께했다.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공익기자단으로도 활동하고, 경남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공동체협력지원가로도 활동한다. 이 세 가지 역할을 이어보면, 통영-공익-공동체라는 관점이 나온다. 이 관점에서 들려주는 통영 바다와 기후 위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키는 자연재해는 태풍이고, 이는 해수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기후 위기로 바다가 뜨거워지는데, 기후 위기를 다루는 언론에서도 바다는 늘 관심 밖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수도권 중심으로 보도한다. 환경운동도 '갯벌' 너머로 나아가지 못한다. 해양 관련 환경운동은 생물다양성 보호와 해양쓰레기 대응 중심이다.

바다가 요동치면,  통영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비정상적인 고수온 현상으로 수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 해수온 상승이 전 세계 평균보다 2.6배 높다. 그중에서도 남해안이 가장 심하다. 2100년 경이면 4~5도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정착성 해양 생물의 서식지는 북으로 이동하고, 잡는 어업의 주 대상인 회유성 어종들은 회유 경로가 달라진다.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적조와 해파리 피해가  커지고, 새로운 유해 해양 생물이 나타난다. 수산질병이 늘어나고, 아열대 병원성 미생물이 자주 출현한다. 수산물의 품질 저하로 경제 피해가 발생하고, 결국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다.

장기간에 걸친 해양 생태계의 황폐화로 문화와 여가 생활을 제공하던 해양의 역할이 위태로워진다.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온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매립한 해안 저지대가 침수 피해를 본다. 죽림, 무전, 중앙, 봉평 일대의 매립지가 취약하다. 사라호 태풍과 매미 태풍 때 겪었듯이 만조 시기와 태풍이 겹치면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40여 개의 유인도를 포함한 570개의 섬은 파도와 해일에 속수무책이다. '바다의 땅' 통영은 물바다가 된다.

잠 못 드는 열대야가 이어지며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저소득 노령층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경남에서 열대야 일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통영이 될 것이라고 한다('제2차 경상남도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 2017.3).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실직률이 증가한다.

아직은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기후 위기는 이미 극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적응과 저감, 두 가지 선택만 남았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고, 저감하지 못하면 위기는 폭풍이 되어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다.

올해 굴 경매가가 '역대급'을 찍었다. 생산량 급감이 제일 큰 원인인데, 해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보인다.

적응과 저감의 출발은 '인식'과 '실천'이다. 언제 보아도 고요한 바다, 어제와 같은 모습의 바다를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기를 꿈꾼다면,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저자 주. 호모 나란스 시리즈는 (사)통영생태문화시민학교가 주관한 통영시민학교 시즌 10 <통영 바다 이야기>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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