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의 하나다. 배우지 않으면 인간답게 살기 어렵고, 가르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어렵다.

통영은 '윤슬의 바다'이면서, '바다의 땅'이기도 하다. 통영에서의 삶은 바다의 삶이다. 통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배워야 하고, 통영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가르쳐야 한다.

이야기하는 인간, 호모 나란스가 들려주는 통영 바다 이야기. 네 번째 주제는 '바다와 교육'이다. 통영바다해설사 조갑자 선생님과 함께, 통영 바다를 재발견하고, 아이들에게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가르쳐 온 경험을 나누었다.

통영 바다와 통영 교육,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답은 질문 너머에 있다. "왜 가르쳐야 하는가"를 외면하고, "무엇을 가르칠지"와 "어떻게 가르칠지"에 집착하면서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교육 시장"만 남는다. 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이 빠진 늪이다.

"왜"를 깊이 성찰하면, 길은 저절로 드러난다.

삶은 관계 맺기이다. 서로 기대어 사는 것이 사람(人)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인간(人間)이 된다. 그러니 한 사람이 주변 사람과 맺는 관계가 바뀌면 다른 인간이 된다. 직장에서는 상사 또는 부하이지만, 집에 가면 아내이자, 아빠, 또는 자식이 된다. 직장에서 상사이지, 집에서는 상사가 될 수 없다.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인간이다. 짝이나 가족과 헤어지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관계의 대상이 사람만은 아니다. 공기와 맺은 관계가 끊어지면 목숨을 잃고, 음식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다. 오래전에 만났던 풍광 속 나무 한 그루는 아직도 나와 관계를 맺고 있다.

통영 사람에게서 바다를 빼면 통영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바다 교육의 범주는, 경제적 가치나 아름다움, 역사와 문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내 삶의 일부로서 바다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그럴 때 통영 사람과 통영 바다의 관계가 아름답고, 지속할 수 있다.

농경지는 지력을 높이기 위해 거름도 넣고, 휴경도 하고, 윤작도 한다. 땅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고, 수입도 보장된다는 걸 알기에 당장의 수익만 생각하는 농부를 어리석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의 땅은 지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농부는 자신의 땅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지극히 혐오하는데, 어부는 자신이 쓰던 폐어구조차 끝까지 치우지 않는다.

주변과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의 삶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모두가 꿈꾸는 유복한 삶이다. 통영 사람은 통영 바다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삶이 행복하고 윤택하다. 좋은 관계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얻는 방식이 될 수 없다. 통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통영 바다와 아름다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교육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바다해설사 선생님들의 꿈이다.

저자 주. 호모 나란스 시리즈는 (사)통영생태문화시민학교가 주관한 통영시민학교 시즌 10 <통영 바다 이야기>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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