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 철도 관련 뉴스가 둘 있었다. 동해선 마지막 단절구간인 강릉~제진 철도건설이 착공되었고, 통영을 지나는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되었다. 둘 다 2027년 완공 예정이다. 통영에 KTX가 들어오고, 통영 사람도 드디어 기차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통영 역사가 바뀐다. 한국만이겠는가? 동해선을 따라 북한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을 내달릴 수도 있다.

통영 지인들과 꿈꿔온 이야기가 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하고, 철도가 연결되면 통영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 끝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완전한 통일이 아니어도 좋다. 통일을 향한 새 출발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최소한의 교류가 시작되기만 해도 꿈은 실현될 수 있다. '철수' 형이 꾼 꿈이요, 백범과 수많은 선열이 꾼 꿈이요, 통영의 독립지사들이 꾼 꿈이다(<최광수의 통영이야기> 제40화 ‘철수 형의 꿈’ 2015년 11월 27일).

출발 전날 오전, 강구안에서 발대식과 출정식을 한다. 먹고 구경하는 관광이 아니라, 사람과 역사를 만나고,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인류 공영의 꿈을 나누고, 모든 존재의 은혜에 감사하는 여행이 목표임을 확인한다. 개인의 여행이 아닌 통영 공동체의 여행이요, 400년 역사를 넘어 새로운 400년을 향해 출발하는 여행임을 통영 시민들께 알리고 다짐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출발 전날 밤은 다도해 가운데 우뚝 솟은 섬에서 묵는다. 마을 뒤 언덕에서 서쪽으로 지는 해와 동쪽으로 뜨는 달을 바라보며 통영의 바닷바람을 가슴 가득 담는다. 여행하는 동안 향수에 빠지지 않도록.

드디어 D-day, 새벽 일출을 바다 위에서 맞는다. 붉게 물든 쪽빛 바다 한가운데,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 여행은 그렇게 아시아의 끄트머리 통영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해와 함께 출발하고, 유럽의 끝 지브롤터 해협에서 지는 해와 함께 마무리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바다에서 해맞이제를 하고, 서쪽 바다에서 해넘이제를 한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에서 이어령 선생은, '아시아'는 해가 떠오르는 동쪽 땅을 뜻하는 '아수'에서 유래하였고, 해가 지는 서쪽 땅을 뜻하는 '에레브'에서 '유럽'이 나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동이 트는 아침의 땅 '아사달'이 이 '아수'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그러니 유라시아 횡단 여행은 해 뜨는 '아사달'에서 출발해 해지는 '에레브'에서 끝내는 게 맞다.

2027년 남부내륙철도가 개통되고, 동해선이 이어질 때 KTX가 새 역사를 향해 통영에서 출발한다. 주앙 멘데스가 동양을 만나러 왔던 바닷길은, 통영이 세계를 품으러 떠나는 육로 길로 휘돌아간다. 길은 끝나지 않았다. 동아시아 끝에서 시작해서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으로 내달리는 오래된 새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새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

새 역사를 향한 여정의 두 번째 장을 미리 살짝 들여다본다. 아사달의 통영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이 젊은 군관 시절 근무했던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를 지나고, 장철수 대장과 '발해 1300호'가 출항한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들르고, 발해의 거대한 꿈이 서려 있는 상경용천부에서 장철수 대장의 발해뗏목탐사대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꾼 꿈을 만난다(<최광수의 통영이야기> 제222~224화 "철수 형의 꿈을 찾아 1~3" 2019년 8월).

저자 주. 사진은 소도방 바위 안에서 내다본 모습입니다. 에럼바우길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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