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새해 첫날은 해맞이로 시작하는 게 당연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게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해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에, 첫날 첫 순간 해를 바라보며 새 마음 새 뜻을 다졌다.

태양을 가리키는 '해'는 일 년을 뜻하는 한 '해'가 되어,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희망차게 맞는 풍습이 생겨났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해맞이해야 한 해를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한국 사람들의 해맞이는 유별나다. 그만큼 해를 사랑했다.

'해'는 만 생명의 근원답게 갖가지 말의 근원이 되어 삶을 따뜻하고 '환'하게 비추어 왔다. '흰' 색은 '해'에서 나온 말이다. 희나리, 희끗희끗, 희아리도 모두 같은 뿌리를 지녔다. '해'에서 나온 '흰' 빛깔이다.

새벽의 '새' 또한 '해'에서 나온 말이니, 샛별은 동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요, 새벽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 하늘이 붉게 빛나는 시간이다. 날이 '세'는 것도, 머리카락이 '세'는 것도 모두 '해'가 뜨고, '해'가 간다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니 섣달그믐 밤을 지나서 날이 세면(희어지면), 한 살을 더 먹고, 머리카락도 세어(희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는 늘 새롭다. 항상 변화하고 변신한다. 해의 은혜로 살아가는 우리 또한 늘 새로워야 한다. 의무가 아니라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매일매일 세포가 죽고 태어나는 몸만이 아니라, 마음 또한 늘 새로워야 정상이고, 생기가 돈다. 그래서 우리는 '해'맞이를 하며 마음을 되새긴다.

새해는 '새'와 '해'의 겹말이다. '새'가 '해'를 뜻하는 말이니 '해'가 두 번 쓰여, 밝고 환하고 따뜻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새해는 귀하고, 고맙고, 반가운 것이다. 비록 지난해, 묵은해가 아프고, 무겁고, 힘들었다 하더라도 새해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밝은 햇살만 있으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새하얀 빛을 받으며, 얼굴을 뒤덮는 밝음과 가슴에 스며드는 온기를 느끼며 새해를 시작한다.

바닷가에는 하얀 빛이 많고 넓고 강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흰 빛에 더해 바다가 흩뿌리는 하얀 빛 알갱이까지 더해져 온통 하얀 빛이다. 이 빛 알갱이를 통영 사람들은 사랑해왔다. 존엄과 사랑의 존재 하늘이 생명의 어머니 바다와 함께 빚어낸 이 빛 알갱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쁨이었다. 알갱이로 인해 흰옷 입은 사람들은 더욱 행복했다. 그 기쁨과 행복은 지금도 통영 사람의 몫이다.

통영 사람들은 앞으로도 쭈욱 새해 첫날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삶의 의지를 다지고, 햇빛과 뭇 생명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길 것이다. 다른 부적은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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