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영화, 버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잠시 시선 들어 하늘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

낭만, 동경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겠다. 통영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섬은 뭍 사람들이 최애하는 선망의 공간이다. 특히 통영의 섬과 바다는 사람을 미치게(狂, 及) 하는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은 낭만의 대표 문화이고, 버스는 기차, 비행기와 더불어 설렘을 싣고 나르는 낭만의 메신저다.

물론 섬과 영화와 버스가 치열한 삶을 담아낸 시공간이라는 점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뭍으로부터 고립된 섬살이는 단순한 낭만의 대상은 아니다. 뜨거운 바람이 불면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치열한 삶의 이야기와 진실 탐구가 빠진 영화는 시시껄렁한 흰소리에 불과하다. 버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가볍지만은 않은 공간이다.

그런 섬과 영화와 버스가 통영에서 만났다.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한 꼭지로 진행된 작은 영화제, "섬으로 가는 마지막 씨네 버스". 독립 영화 7편이 7일 동안 우리 마음을 섬으로 실어 날랐다. "섬에서 태어났지만, 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이 다시 섬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영화제. 섬과 바다, 여행과 영화가 어우러지는 7일간의 축제".

'섬으로 가는 마지막 씨네 버스'가 출항하는 곳은 주로 한적한 농장과 농원이었다. 맛기찬딸기농원, 동백커피식물원, 물빛소리정원, 해솔찬농원. 꽃 향과 딸기 향, 커피 향과 바나나 향이 가득한 곳에서 사람들은 저녁이면 섬으로 떠났고,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일상에 눈을 떴다. 뱃멀미인지, 버스 멀미인지, 섬으로 떠난 사람은 누구인지, 섬을 떠나 뭍으로 건너온 사람은 누구인지, 의식은 또렷했지만, 마음은 바다처럼 흔들렸다.

섬처럼 독립된 한 편 한 편의 영화가, 끊어진 듯 이어진, 열린 듯 닫힌 다도해 어느 섬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통제영의 도시, 12 공방의 도시, 다도해의 도시, 수산업과 조선업과 관광업의 도시 통영에서 농장과 농원은 다도해의 섬이었다. 섬으로 가는 교통편은 왜 배가 아니라 버스였을까? "섬 어무이들이 뭍으로 오가는 시간은 배 시간이기도 하지만, 배 시간에 맞춘 버스 시간이다."

마지막 7일째, 마지막 영화를 떠나보내고서 영화제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마주 앉았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극장이 생겼던 고장, 1930년대엔 영화사가 2개나 있었고, 영화 음악의 거장 정윤주 선생이 태어난 곳, 통영에서 영화는 과연 무엇인가? 섬마을 영화제는 지속될 것인가? 섬으로 가는 씨네 버스는 연로한 섬사람들에게 항로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섬으로 가는 씨네 버스는 오늘도 출항한다. 다도해가 옥빛으로 출렁인다.

저자 주. 영화제를 기획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예비 사회적 기업 (주)삼인행의 이동열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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