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인사하는 작곡가 앤드루 노먼 ⓒ김시훈=통영국제음악재단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인사하는 작곡가 앤드루 노먼 ⓒ김시훈=통영국제음악재단

"앤드루 노먼 PCR 검사 결과가 '미결정'이라서 24시간 이내에 재검사받아야 한답니다."
"8시에 통영으로 출발하는 차량을 10시 출발 보건소행으로 바꾸고 서울 숙박도 1박 연장합시다."
"오늘 오후 4시에 하기로 했던 강연은 내일로 연기하겠습니다."
"관할 보건소에 확인해 보니, 최초 확진 후 45일 이내에 검사를 받은 경우 재검사 필요 없대요!"
"서울 숙박 연장하지 마세요. 바로 통영으로 출발합니다."
"오늘 4시 강연 예정대로 하겠습니다!"

앤드루 노먼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였지요. 그런데 음악제 개막 직전 입국을 앞두고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했더니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합니다. 일주일이 지나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PCR 검사 결과는 양성으로 나오는 바람에 계속 입국이 지연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드디어 음성 판정을 받아서 입국했더니, 입국 직후에 다시 검사한 결과가 '미결정'이었던 것이지요.

이번 통영국제음악제 기간 동안 앤드루 노먼 작품 7곡이 아시아초연 또는 한국초연됐습니다. 앤드루 노먼은 6번째 곡이었던 '소용돌이' 공연에 참석해 연주 직후 무대 인사를 할 수 있었고, 마지막 곡인 '풀려나다'는 리허설부터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곡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과 작곡 레슨 등 레지던스 작곡가로 뒤늦게나마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입국이 지연되는 동안 일부 작곡 레슨은 진은숙 예술감독님이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는 예년보다 별별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국 내에서 급증하는 상황을 우려해 출연을 취소했고,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는 폐막공연에서 데죄 란키 대신 협연을 맡기로 했다가 건강 문제가 생겨서 폐막 공연에 출연할 수 없게 되어 소프라노 박혜상이 '대타의 대타'로 출연하게 되었지요. 또 킹스 싱어즈 단원 가운데 1명이 입국 직후 실시한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서 공연은 6명 중 5명만으로 하게 되었고 프로그램도 일부 변경됐습니다.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해외 입국 단체에 대한 격리 면제가 허용되지 않아서 K'ARTS 신포니에타로 교체되었고, '해리 파치: 플렉트럼과 타악기 춤' 공연 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되었습니다.

취소된 공연의 대체 공연으로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 리사이틀이 결정되면서 프로그램 확정부터 티켓 오픈까지 여러 사람이 바쁘게 움직였던 일, 그리고 '대타의 대타' 프로그램을 위한 오케스트라 악보를 급히 구하느라 여러 사람이 고생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로시니 아리아 악보가 F장조 말고 E장조가 필요하대요!"
"이미 리허설 직전인데… 이렇게 되면 오페라 전곡 악보에서 해당 부분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데요…"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악보를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2시간 30분짜리 오페라 전곡 악보에서 짧은 아리아 하나만 추리는 일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는 오페라 지휘자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가 의외로 가장 먼저 연락이 닿은 사람은 아마추어 첼로 연주자이자 오페라 애호가였습니다. 오케스트라 총보에서 해당 부분이 몇 페이지에 나오는지를 금방 찾아내더라고요. 그때 제가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그너 오페라였으면 직접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오케스트라 악보를 악기별로 분리한 이른바 '파트보'에서 해당 부분을 일일이 추리는 일은 또 다른 일이었지만, 총보를 추리고 나니까 파트보 추리는 일은 제가 직접 할 수 있겠더라고요. 악기별로 하나씩 인쇄해서 연주자들에게 전해준 것은 리허설을 시작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그랬다네요. "기적이에요!"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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