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조상들은 남방계 사람일까, 북방계 사람일까? 북방계는 몽고와 시베리아 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고, 남방계는 동남아시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통영에서 멀지 않은 가덕도에서 7천년 전 인골 48개체가 발굴된 적이 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한국 사람과는 DNA가 다른 인골이 다수 있었다. 얼굴 뼈의 모습이 유럽 중부 지방에서 발굴된 고인골과 매우 닮았다. 장례 풍습도 비슷했다. 한반도 남쪽만이 아니라 몽골 지역에서도 비슷한 인골들이 발견되어, 5천년 전 이미 광범위한 이동과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5~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그중 한 여인의 자손들이 6만 년 전 아시아와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다. 1만8천~1만2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달했다. 약 1만년 전부터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 표면의 30%를 덮었던 빙하가 11%로 줄어들었고,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했다. 동식물의 분포도 빠르게 변화했다. 인류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수렵 채집 생활에서 벗어나 농경과 목축으로 변화하며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

해수면이 상승하기 전, 인도차이나반도와 말레이반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일부, 대만, 일본 그리고 한반도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순다랜드라 불리는 거대한 땅이다. 아프리카를 떠나 이곳에 정착하여 살던 사람들이 빙하기가 끝날 무렵 물밀듯이 밀려드는 바닷물에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다. 북동쪽으로 이동하여 한반도 남쪽까지 이주해왔다. 순다랜드는 지금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

말레이시아 타만 네가라 국립공원에는 오랑 바택 부족이 산다. 20가구 7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부족이지만, 이들은 인류의 시원과 이동 경로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유전자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유래하였고, 순다랜드를 거쳐 동북아 전체 지역으로 확산하였다. 통영 사람의 유전자에도 아프리카 여인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모든 인류는 유전자의 99.9%가 일치하는 형제자매이다. 차이는 단 0.1%뿐이다.

인류의 대이동을 이끈 것은 결국 '기후변화'였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생존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러 이동했다. 동시에 음식, 의복, 주거 관련 생존 기술을 개발했다.

이제 다시 기후변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마지막 빙하기에 있었던 자연스러운 기온 상승보다 25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2천500km로 달리는 것과 같다.' 이 광란의 자동차 핸들을 붙들고 있는 인류는, 지금 자신이 무얼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은 100미터 이상 상승했다. 앞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62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시뮬레이션해 보니, 통영 해안가의 주거지는 모두 사라지고, 육지부는 5개의 섬으로 바뀐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악의 경우, 지금의 젊은 세대가 살아갈 2100년이면 이 정도의 해수면 상승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보다 더 큰 파고 앞에 현생 인류는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 통영의 다도해 사람들은 어느 방향으로 먼 걸음을 뗄 것인가? 우주 정거장이나 해저세계, 지하세계는 요원하니, 좋으나 싫으나 지금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공간 이동이 아니라 질적 전환만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어떤 전환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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