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 아침에

아이야, 장애물은 껑충
세개 굴*은 미래의 꿈을 위해

곧고 반듯한 기도 소린 귀 쫑긋
오르막 내리막 길엔
지혜롭게 숨고르며 발 맞추길

*교토삼굴(狡兎三窟)

꾀있는 토끼는 훗날을 위해 굴을 세 개씩 파놓 듯, 어려운 일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로운 자세를 뜻 함

※시작(詩作)노트

한국인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토끼의 이미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이다. 이를 잘 드러내 주는 것이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라는 어구가 아닐까? 이렇듯 매우 사랑스럽고 계속 보살펴 주어야 될 것만 같은 귀여운 존재가 바로 토끼이다.

우리나라 역사 기록에 토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구려 6대 태조왕 25년이다. 그해 10년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 세 개가 있는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고, 고구려 왕은 이들이 상서로운 짐승이라 하여 죄수들을 풀어 주는 사면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토끼는 초식동물로, 보통 귀가 길고 앞발은 짧고 뒷발은 길어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동물로 묘사된다. 만화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고기와 털을 얻기 위한 가축으로 키우는 것이 집토끼다. 굴을 파서 생활하는 야생토끼인 굴토끼를 집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외관이 귀여운 편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한다.

어린이에게 토끼는 귀엽고 다정하고 복스러운 동물로 비춰지는데, 그것은 토끼의 긴 귀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토끼는 살갗의 땀구멍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체온을 조절하는 데 긴 귀가 필요했으며 호신의 무기라고는 남보다 빨리 듣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귀 자체가 호신의 무기인 셈이고 그래서 귀가 크고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이다.

경계심이 많아 먹이를 먹고 있는 중에도 기다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피는 특성이 있다. 인간의 귀는 마음대로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隨意筋)이 아닌 불수의근(不隨意筋)이다. 가끔은 자기의 귀를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토끼는 제 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멧토끼는 눈을 뜨고 잔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언제나 쫓기는 처지이므로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밝은 귀로 경계하는 멧토끼는 하루에 30분 정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빨갛게 충혈된 눈을 일컬어 토끼눈이라 하는데, 이는 알비노(albino) 유전자 때문에 그렇다. 흰쥐나 백사·흰 까마귀에게도 나타난다. 백색증이라 하여 색소가 없어서 혈관에 핏빛이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로 시작되는 동요 ‘산토끼’는 어린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아마 제일 처음 배우는 노래일 듯하다. 1928년 창녕군 이방면 안리 이방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이일래(1903-1970) 선생이 학교 뒷산인 고장산에 올라가 자유로이 뛰노는 산토끼를 보며 만든 노래다.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자유를 되찾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 이방면에는 나지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산토끼 노래 동산’이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이 동요를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동요작곡가 윤극영이 1924년 스물한 살 때 작곡한 ‘반달’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달을 보면 마치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는 것 같은 음영이 어렴풋이 비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정말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했다.

우리 설화에는 약자인 토끼를 지혜 있는 동물로 묘사한다. 어리석은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이야기가 수없이 많다. 전래동화 속에서도 토끼가 강자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새마을 운동’ 시기에 정부에서 농가 소득 증대와 구휼을 위한 토끼 키우기를 권장하며, 각 집마다 토끼를 길러서 푸줏간에 내다 팔아 용돈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학교에서도 토끼 키우기를 권장해서 각 반마다 토끼집 당번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아버지 세대들의 아련한 추억담이다. 오늘날은 식용만이 아니라 가죽의 이용, 의학 실험 등의 목적으로도 키운다.

토끼는 360도를 볼 수 있는 눈 때문에 도망치면 잡기가 힘들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토끼의 수명은 3세 정도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토끼의 수명은 8~10세이며 장수하면 13세까지 산다. 앞발이 짧아서 오르막을 잘 오르기 때문에 토끼 꿈은 승진을 의미한다.

옛 사람들은 달을 늘 이상향(理想鄕)으로 그렸고, 그 이상향에는 계수나무와 함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달과 여성과 토끼의 연관 관계이다.

달의 다른 명칭은 토월(兎月)인데 달 속의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달의 이지러짐과 만월의 주기는 여성의 생리현상과 동일하다. 달의 차가움이 음(陰)과의 관계 등으로 연상되어 토끼는 여성 원리에 속하는 동물로 간주된다. 우리의 전통 민속화에서 해는 곧 발이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로, 달은 토끼로 표현된다. 토끼는 달 없이는 못산다. 그래서 암토끼는 수컷이 없어도 달과 교합하여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토끼가 어두운 밤, 달나라에서 방아 찧을 수 있는 것은 눈이 그만큼 밝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끼 눈을 명시(明視)라 하였다. 동양의학에서는 간(肝)이 나쁘다면 시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즉 토끼가 밤눈이 밝은 것은 바꾸어 말해서 간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용왕은 간질환을 앓고 있는 자신의 딸을 구하고자 토끼의 간을 찾았던 게 아닌지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가능하다.

구토설화(龜兎說話)의 근원인 삼국사기에 김유신 열전을 보면, 김춘추가 백제에 복수하려고 고구려로 청병을 요청 갔다가 오히려 고구려의 옛 땅을 반환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붙잡힌 몸이 되었다. 김춘추는 고구려를 탈출하기 위해 고구려 신하인 선도해에게 술대접을 해주었다. 구토설화는 그때 술 취한 선도해가 김춘추에게 들려준 ‘토끼와 거북이’였다. 김춘추는 거기서 토끼의 지혜를 얻어 고구려를 탈출해 나왔다. 구토지설은 그 후 토끼전, 별주부전 등의 제목을 달고 세상으로 퍼진다. 판소리에서는 수궁가로 불린다.

생태적으로 보면 토끼는 호랑이의 밥이다. 그러나 민담에서 호랑이는 오히려 토끼 밥이 될 때가 많다. 토끼는 지략으로서 곰도 속이고 사람까지 골탕 먹이는 암팡스러운 존재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우리 조상들은 토끼가 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 때문에 일찍이 토끼를 이상향에 사는 동물로 만들어 놓았다. 평화를 상징하는 하늘의 동물이 비둘기라면 평화를 상징하는 지상의 동물은 토끼다.

불교의 신장 탱화에서 까마귀(해)와 토끼(달)를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들고 있는 일월성신도(日月星神圖)도 있고, 거북이 등에 실려 용궁으로 향하는 토끼 모습을 그린 양산 통도사와 수원 팔달사 등의 사찰벽화도 있다. 효자문, 열녀문, 삼신각 등 옛 건축에는 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거북이를 타고 있는 토끼를 조각했는데 이는 그 건물이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땀구멍이 없어 체온 조절을 못하는 토끼가 달려가면서 열을 내보내는 공랭식 라디에이터가 곧 토끼의 큰 귀다. 그런데 2008년에는 귀네비어(guinevere)라는 토끼가 등장한다. 이것은 벨기에 토끼로 몸집이 큰 사육 토끼이다. 귀네비어는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아서왕의 왕비 이름이다. 애완 토끼이지만 무려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도에 1미터까지 점프가 가능하기에 토끼계의 그레이하운드로 불린다.

이렇게 빠른 토끼도 있기에 현대인들이 자주 쓰는 말에는 토끼의 재빠름이 함축된 표현들이 많다. ‘토끼 도망가듯 한다’는 사자성어로 탈토지세(脫兎之勢)인데, 어떤 상황에서 빠르게 발을 빼는 모습을 비꼬는 말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다’는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해내긴 힘드니 하나를 선택하고 집중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밖에도 토끼와 관련된 사자성어로는 토사구팽(兔死狗烹) 즉 토끼를 다 잡으면 냉큼 사냥개를 삶는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린다는 뜻이다. 음습한 정치세계 등에서 회자(膾炙)되는 말이다. 토사호비(兎死狐悲)도 있다. 이는 토끼가 죽으니 여우가 슬퍼한다는 뜻인데 악어의 눈물이 아닌 여우의 눈물에 빗대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뛰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는 속담 등도 연인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경구처럼 들린다.

또 ‘토낀다’는 비속어도 있다. 토끼가 아예 동사형이 되어 도주하는 행위의 별칭이 되어 버린 것이다. 퇴계(退溪) 이황의 아호가 그의 출생지인 토계(兎溪)마을의 이름과 무관치 않다. 일생 동안 벼슬길에 나서기보다 퇴거하여 자리를 잡았다 하여 퇴계라고 바꾼 후 자신의 호를 정한 것이라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토끼가 등장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토끼가 신사로 나온다. 독일에서는 부활절이 되면 부활절 토끼가 부활절 달걀을 나눠주는 민간 설화도 전한다.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 우화도 있다.

토끼는 소설·만화 등의 작품세계에서도 인기가 있고 친근한 소재다.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엽기 토끼 마시마로는 이제 오프라인에서도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인기 캐릭터다.

마시멜로(marshmallow)의 어린아이식 발음이라는 엽기 토끼 마시마로는 매번 처한 문제를 굉장히 엉뚱하고 괴팍하게 풀어가면서 현대인의 속내에 후련한 대리만족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다소 과장되기는 했어도 토끼의 귀여운 이미지 속에 가려진 엉뚱하고 황당한 면을 마시마로가 잘 대변해 준다고 얘기한다.

또 만화 속에 등장하는 센타로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는 ‘당근 있어요?’란 제목으로 알려졌던 일본 만화 ‘센타로의 일기’는 어느 만화작가가 우연히 기르게 된 애완 토끼를 다룬 이야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요 근래 개봉되는 영화 ‘피그(Pig)’가 떠오른다. 니콜라스 케이지(58) 주연의 영화인데, 전설적 주방장인 주인공 ‘로빈’이 아내를 여의고 은퇴를 결심한 뒤 숲속에서 은거 중일 때, 욕실도 전화기도 없는 오두막에 함께 기거하는 돼지가 유일한 벗이고 삶의 낙으로 표출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이다.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을 다룬 재미있는 발상의 영화다. 앞으로 토끼를 소재를 한 영화도 기대된다.

인도 불교경전인 자타카(Jataka)에 전해지며 본생경(本生經), 본생담(本生譚)이라 번역된다. 여기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본생경은 부처가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나기 전에 삶에서 쌓은 공덕을 모은 설화집으로, 이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는 석가모니의 전생 중 하나이며 수백 가지의 전생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원숭이·여우·토끼 세 마리가 산속에서 쓰러져 있는 추레한 노인과 만난다. 세 마리 동물은 각기 노인을 구하려고 원숭이는 나무 열매를 모으고, 여우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노인에게 공양했다. 그러나 토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해 결국은 불을 피우고 스스로 불속에 몸을 던져 자신을 공양한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정체를 드러냈는데 그 노인은 바로 제석천(帝釋天)이었다. 제석천은 토끼의 자기희생을 후세까지 전하고자 토끼를 달로 올려보냈다. 달에 보이는 토끼 모습 주위에 연기 모양의 그림자가 있는 건 토끼가 자기 자신을 불에 태울 때의 연기라고 전해진다.

불교에서는 불교의 중심사상인 공(空)을 표현할 때 토끼뿔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토끼는 귀가 클 뿐 뿔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끼는 불교에서 불사(不死)와 공(空)의 상징이다.

거북털과 토끼뿔을 구하지 않고 사판(事判)속에 이판(理判)이 있다는 신념대로 살다가 얼마 전 입적하신 월주 대종사가 생각난다. 그의 회고록 제목이 ‘토끼뿔 거북털’이었다.

육조단경의 ‘이세멱보리 흡여구토각(離世覓菩堤 洽如求兎角)’에서 따온 말인데, 세간을 떠나서 깨달음을 구한다면 마치 토끼뿔과 거북털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고려청자 ‘투각칠보 향로’는 둥근달을 칠보문으로 투각하고 연꽃으로 받친 향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받침다리를 토끼로 만든 것은 부부애와 자손의 기원을 나타낸다.

토끼의 특징은 왕성한 번식력이다. 일정한 발정기가 없이도 아무 때에나 짝짓기를 하여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토끼뿐이라고 한다. 생식력은 먹잇감·사냥감으로 태어난 약자의 생존방식 중 하나다. 잡아먹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새끼를 번식해야만 비로소 자기 종족을 보존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토끼를 호색의 상징으로 폄하하고 있지만, 실은 약자의 생존법에서 나온 눈물겨운 에로티시즘인 것이다.

교미가 아주 빨라서 조루(早漏)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대략 2~3초면 끝난다. 대신 교미를 시작하면 20~30번은 기본이기에 조루지만 무시할 수가 없다. 기네스북에는 하루에 22시간을 교미에 투자하는 정력 토끼가 등재되어 있다는데 이 토끼는 1년에 4556마리의 새끼를 생산한 기록이 남아 있다.

미국 성인 남성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로고에도 토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발정기 없이 1년 내내 교미할 수 있고, 뒷다리가 강하기 때문에 체구에 비해 격렬한 짝짓기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수컷 토끼는 하루에 수십 차례의 짝짓기가 가능하다 한다.

조선시대 민화에서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방아 찧기로 부부애를 은유한 것이다.

경남 사천에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와 연관된 비토섬(토끼섬)이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용궁에서 올라와 다시 육지로 나갈 때부터 상황이 뒤바뀐다. 토끼가 월등도(月登島) 앞바다에 도착하자마자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의 그림자를 육지인 줄 알고 뛰어 내렸다가 토끼는 빠져 죽게 되고, 이로써 토끼의 간을 얻지 못하게 된 거북도 용왕을 만날 면목이 없어져 안절부절못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한편 남편 토끼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던 부인 토끼 역시 이 소식을 듣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사천시 서포면 월등도 주변에는 토끼 아내가 죽어서 바뀐 비토섬, 거북섬, 목섬이 이런 애달픈 전설과 함께 남아 있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면서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떡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상에서 아무 근심 없이 살고 싶은 이상 세계를 꿈꾸어 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토끼전에서도 토끼의 간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나온다. 토끼는 묘방(卯方)인 동쪽을 맡은 방위신(方位神)으로 양(陽)의 세계인 해에서 양기(陽氣)를 받아먹고 음(陰)의 세계인 달에서 장생약으로 음약(陰藥)을 받아먹는다. 그 음양 기운이 간경(肝經)에 들어 눈이 밝은 동물로서 토끼의 간은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그래서 토끼는 장수의 상징(an emblem of longevity)이며 달의 정령(the vital essence of the moon)으로 묘사되고 있다.

오늘 밤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우러르며 그간 세파에 찌들어 잃어버린 동심(童心)도 한번쯤 소환해 보며, 마냥 순수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자.

하늘나라에 들어가고자 할 때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하지 않던가. ‘동심(童心)은 천심(天心)’이라 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로 시작되는 반달, “산토끼 토끼야 이디를 가느냐”의 산토끼, “토끼야 토끼야 산속의 토끼야”로 시작되는 ‘토끼야’ 동요라도 흥얼거리면서 천진난만했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그 모습으로 한번쯤 돌아가 보면 어떠할까?

“진실로(Truly)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결단코(Never)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으며 낮은 자로 임하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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