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에서, 통영은 문화예술 창의 도시를 꿈꾸고 있고(제351화), 통영다움은 융복합에서 온다고 썼다(제352화). 동의하는 이들도 있고,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의 다른 이름이니, 통영의 미래를 향한 꿈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꿈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견실한 경제 기반을 갖추는 게 지역 발전의 근본이라면, 경제 구조의 판짜기가 중요하겠다. 문화예술 창의 도시의 경제 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계획 수립의 주체는 지자체가 맡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시민들의 뜻을 물어서 모두가 합의하는 비전과 목표, 추진방안을 세워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할 사항 한 가지, '통영'을 파는 대신 '통영의 꿈'을 파는 게 훨씬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통영'은 회복 불가능한 자원이 될 수 있지만, '통영의 꿈'은 무한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조와 선배들의 재능을 팔지 말고, 우리의 재능을 파는 게 훨씬 떳떳하다. 선배들의 음덕은 자긍심의 토대로 충분하고, 우리가 먹고 살길은 우리 힘으로 닦는 게 자랑스럽지 않은가? 떳떳하지 않겠는가?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용익 같은 선배들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것은 통영 '안'의 이야기다. 이들의 작품 세계와 인생 자체가 통영 비즈니스의 모티브가 되고 콘텐츠가 될 순 있지만, 상품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대에 맞는 재해석과 스토리텔링, 이를 누릴 방법을 창조해야 한다. 이 창조성이 상품이 되어야만 지역의 생산성이 방전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충전될 것이다.

문화예술 창의 도시를 향한 융복합이 실현 가능한 하나의 선택지라면, 과제는 '융복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이다. 통제영 300년과 일제강점기 35년의 인적, 물적 교류에 버금가는 교류의 판짜기가 필요하다. 핵심은 인적 교류다. 물적 교류는 사람 따라 오는 것이니까.

인적 교류의 주 대상은 청년과 전문인들이 되어야 한다. 따뜻한 기후와 깨끗한 공기, 신선한 먹거리로 꽉 찬 도시이니 통영은 언제나 실버 세대들로부터 인기가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지속가능성, 생산성 등을 고려한다면 '실버'보다는 '블루' 중심의 인적 교류를 준비하는 게 나을 것이다.

단순히 돈 많고 경치 좋은 고장이 아니라, 활력 넘치는 사랑스러운 도시가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은퇴한 소수의 부자가 요트 타고 활개 치며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는 동안 지역민들은 그들을 위한 종사자로 살아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실리콘밸리처럼 꿈을 찾는 창조적인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역동적인 동네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이 좋을까?

또 하나, 외부를 향한 교류보다 내부로의 교류가 더 중요하다. 여행으로 치면 아웃바운드가 아니라 인바운드다. 통영 사람들이 외부로 견학을 가고 유학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통영 사람의 역량을 길러서 창조성 넘치는 문화예술 창의 도시를 만든다는 건 환상에 가깝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창조 도시들은 외부로부터 몰려든 창조적인 인재들과 지역민들이 융복합하여 만들어졌다. 베네치아,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뉴욕 등이 모두 그랬다. 세계를 향해 열린 국가를 지향했던 고려도 그랬다. 아랍 상인들의 가게가 곳곳에 있었다. 수도 이름을 아예 '열린 도시(開城)'로 지었고, 고려의 국호 Korea는 지금도 전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투자해야 할 것은, "외부의 전문가와 청년을 어떻게 통영으로 불러들일 것인가"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착 지원금이나 환대 정책이 아니라,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말이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청년과 전문가들이 통영 사람과 섞여 살고, 통영의 전통 자산과 외래의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융복합되면서 통영이 한 단계 비약, 발전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통영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이들 자산을 활용해 세상에 둘도 없는 블루오션을 창출할 인재가 필요하다.

저자 주. 사진은 지난 해 11월 풍화리 카페 <배양장> 기계실에서 열린 정지운 포토그래퍼 &시네마토그래퍼의 사진전 '파: the wave'의 전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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