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아는 물고기

통영 다찌집 환상의 술상 메뉴요
먹물 가득 지성미에 신통력까지
피로회복 자양강장제이니 빵빵하게
정기 채워 험난한 인생 언덕길
돼 받치는 강력한 빨판 되어 주시게

※ [시작(詩作)노트]

문어란 이름의 '문'자는 '글월 문(文)'

자다. 문어의 뇌 구조는 무척추 동물 중 가장 정교하게 발달 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척추 동물의 지휘자가 인간이라면, 무척추 동물의 지휘자는 문어(文魚)라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문어는 크게 피문어(대문어)와 돌문어(참문어) 두 종류로 구별되며 주로 피문어(대문어)는 동해바다 깊은 곳에, 돌문어(참문어)는 주로 남해안 연근에 서식한다. '통영 돌문어'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 듯 하다. 피문어는 삶으면 힘없이 쓰러지는 반면, 돌문어는 더 탱글탱글

해져 세울 수도 있다. 두 종류의 맛의 차이는 직접 느껴보시길.

글을 아는 생선이라서 제삿상에 올리거나 특별한 날 먹는 귀한 음식이다. 제례에선 제물로 혼례에선 이바지로 애주가들의 술상에선 쫄깃한 식감으로 술 맛을 더해주는 안주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유교 문화의 본 고장이랄수 있는 안동 등지에서는 더욱 각별히 사랑받는 해산물이다.

아연ㆍ타우린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압ㆍ심장병 등 혈관계 질환 예방 및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다이어트는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와 피로회복ㆍ자양 강장제 역할까지 한다.

문어숙회, 문어어묵탕, 문어연포탕, 문어조림, 문어초무침, 문어꼬지 등 요리계의 팔방미인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 각종 요리로도 다양하게 입 맛을 돋아주고 있다.

축구 경기에서 승부 예측을 기막히게 해내는 사람을 보고 '문어'라고 표현한다. 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독일의 한 수족관에 살았던 '파울'이라는 이름의 문어가 월드컵 경기 결과들을 매우 높은 확률로 맞췄던 것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박사(비록 대머리지만)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 싶다.

팬데믹은 서서히 걷혀가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의 체감지수는 불투명하다. 그로인해 서민들의 주름살은 쉽게 펴질 줄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새콤한 초장 곁들인 문어숙회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인생길 고단함을 잠시 내려 놓아보면 어떠하리오.

그리고는 다시 충전된 에너지로 봄을 스프링(spring)이라 하듯이, 눈앞에 펼쳐진 가파른 언덕길을 이 봄에 스프링처럼 굳건하게 팡팡 튀면서 가쁜히 넘어 갔으면 좋겠다.

미끄러지려는 언덕길을 문어의 강력한 빨판처럼 돼 받쳐야겠다.

그리고 혹 아는가, 머리 좋은 문어가

힘든 상황들에 대한 극복의 지혜를 살짝 귀뜸해 줄지도 모를 일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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